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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 마음도 몰라주는 출산장려정책
  • 양재영 기자
  • 승인 2006.09.25 00:00
  • 호수 1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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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러스트레이션 조영현

“2005년도 합계출산율 1.08이라는 충격적인 수치는 우리 사회가 현재 얼마나 어려운 상황에 처해있는지를 보여주는 하나의 지표입니다”
김재엽 교수(사회대·사회복지실천)의 말처럼 저출산 문제는 우리 사회의 심각한 병폐 현상으로 자리 잡고 있다. 이러한 심각한 저출산 문제는 단지 아이를 낳지 않아 발생하는 병폐현상을 넘어서 우리사회의 복지 인프라가 얼마나 부족한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자녀양육비 부담, 여성에게 일방적으로 불리한 기업문화, 육아시설 부족 등이 일반적으로 말하는 저출산의 원인이다.


대학생들은 저출산의 원인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이자해씨(사회·02)는 “현재 여성들이 출산에 대해서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느냐를 파악하지 못하는 것이 큰 원인”이라며 “돈만 준다고 저출산 문제가 해결된다고 생각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라고 지적했다. 또한 임새봄씨(중문·05)는 “외국과 비교해 볼 때 여러 가지로 애를 키우기 힘든 환경이 저출산의 가장 큰 원인이다”라고 말했다.
이처럼 저출산 문제는 다양한 분야의 사회 복지시스템과 연관돼있기 때문에 정부는 각종 분야에서 대책을 쏟아내고 있지만, 그 실효성에 대해서는 논란이 많다. 취업포털사이트 ‘스카우트’가 직장인 596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출산장려지원 정책이 0점이라는 대답이 32.6%나 나왔다고 한다. 대다수의 직장인에게 외면 받고 있는 출산 정책. 과연 무엇이 잘못된 것일까.

있는 사람 더 퍼주기?

현재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정책 중 논란이 되고 있는 것은 세제개편안이다. 출산장려를 목적으로 하는 2007년도 세제개편은 부양가족 3인 이하인 가구에게 그동안 실시해왔던 ‘소수공제자 추가공제’를 폐지하고, 3인 이상인 가구에 한해 ‘다자녀 추가공제’를 실시한다. 즉 한 두명의 자녀를 둔 맞벌이 가정과 독신자들은 세금을 더 많이 내야하는 반면, 홑벌이 2자녀 가구나 맞벌이 3자녀 이상 가구는 세금을 줄여준다는 것이다. 언뜻 보면 자녀가 많은 가구에 세부담을 줄여줘서 출산율을 높이는 것 같아 타당해 보인다. 하지만 이는 홑벌이로는 아이 양육비를 감당할 수 없는 맞벌이 부부에게 오히려 불리한 정책이다. 여성들은 이를 두고 ‘여자들에게 일하지 말라는 소리냐’라며 반발하고 있다. 이아무개씨(37)는 “부유한 집안에서나 아이 셋을 낳을 생각이라도 하지 일반 가정에서는 돈이 없으면 아이 둘도 힘들다”며 다자녀 추가공제나 셋째 자녀를 위한 출산장려금 정책도 다 ‘있는 사람을 위한 정책’이라고 비판했다. 덧붙여 이씨는 “차라리 주려면 첫째부터 지원을 해주는 것이 타당할 것”이라며 정책의 개선을 요구했다.

친정 옆으로 이사 가는 커리어우먼의 속사정

한편 기업들의 미비한 육아대책도 출산저하에 한몫을 하고 있다. 얼마 전 삼성경제연구소에서 연구한 「획기적인 출산율 제고방안」에서는 출산율을 올리기 위한 방안으로 여성의 양성 평등적 지위를 상위 목표에 두었다. 하지만 동시에 여성의 파트타임 일자리비율을 올리는 것을 세부정책으로 내세우고 있다. 이는 여성에게 자기 일을 갖게 해준다는 면에서는 긍정적이지만 동시에 육아의 책임을 여성에게만 지우려는 무책임한 발상을 지니고 있다. 여성들의 반응은 예상대로 살갑지 않다. 김라윤씨(32)는 “파트타임으로 일하게 되면 여성의 사회적 지위가 떨어질 것이 뻔한데 그것이 어떻게 평등한 여성의 지위를 보장해 주는지 모르겠다”며 정책이 별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기업 내 육아시설 역시 커리어우먼들을 힘들게 하는 고민거리이다. 대부분의 30대 직장여성들은 자기 일을 하겠다는 생각을 전제로 한 후 출산을 고민한다. 하지만 몇 군데 회사를 제외하고 육아휴직을 3개월 이상 주는 곳은 거의 없으며, 휴직 후 복직할 때의 불이익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는 현실에서 직장여성들이 선뜻 출산을 결심하기는 힘들다. 이러한 여성의 입장을 고려했을 때 가장 시급한 정책은 육아시설의 확충이다. 몇몇 대기업은 회사 안에 육아시설이 있어 출퇴근하면서 아이를 맡길 수 있다고 하지만 대다수의 직장여성들은 아이를 맡길 곳이 없다. 더구나 1~2살 정도의 아기는 보육원에서도 맡기를 꺼려하기 때문에 아기를 안심하고 맡길 수 있는 친정 옆으로 이사가기 일쑤다. 이아무개씨는 “남편이나 내가 6시 이전에만 퇴근해도 육아가 훨씬 수월하다”고 말해 근로시간 단축이나 육아친화적인 기업문화가 필요하다는 것을 보여줬다.

‘여성=육아’라는 인식, 변화가 필요해

저출산을 해결하기 위한 정부의 정책은 쏟아져 나오고 있지만 얼마만큼 여성의 입장을 반영하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금전적인 유인혜택을 주는 것도 좋지만, 좀더 근본적인 원인을 해소하는데 눈을 돌려야 한다. 양재진 교수(사회대·복지정책)는 “아직도 초등학교 1~2학년 엄마들은 급식도우미를 하고 방과 후 청소를 돕는다”며 “엄마들이 집에서 살림한다는 것을 전제로 하고 직장인 엄마를 전혀 고려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양교수의 말처럼 여전히 사회의 통념은 ‘여성은 아이를 키우는 사람’이다. 이러한 인식이 바뀔 때에야 비로소 여성들이 걱정없이 아이를 양육할 수 있는 건강한 대한민국으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다.

/양재영 기자
qpwodudqp@yonsei.ac.kr

양재영 기자  qpwodudqp@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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