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의 교육권 확보를 위한 첫걸음!’
18대 총여학생회(아래 총여) ‘여기, 열다’ 선본의 공약이기도 했던 월경공결제는 총여에서 지난 3월 여학생들의 설문조사를 거친 뒤, 설문결과를 바탕으로 △한 학기에 5회 발급 △한 주기당 이틀까지 발급 △결석계 사용 뒤 3주 후 재발급 가능이라는 원칙을 세워 지난 22일부터 시범운영을 시작했다.

▲ 지난 22일부터 시범 운영을 시작한 월경공결제를 설명하는 플랜카드가 백양로에 걸려있다. /조진옥 기자 gyojujinox@
월경공결제의 필요성에 대해 성폭력상담실 김영희 상담원은 “남녀의 생리적인 차이를 인정하는 데서 출발한 제도”라며 “여성에게 혜택을 주는 것이 아니라 신체적인 특성의 차이에서 비롯된 불편함에 대해서 자연스럽게 배려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월경 중 힘들 때는 수업을 들어도 잘 집중이 안 된다”는 이지혜양(화학·05)의 말은 여학생들에게 이 제도가 필요함을 보여준다.

그러나 이러한 필요성에도 불구하고 “얼마나 아픈지 검증이 어렵기 때문에 충분히 오용될 수 있다”는 김선우양(인문계열·06)의 말처럼 결석계의 오용에 대한 우려를 드러내는 여론도 상당하다. 이에 대해 김 상담원은 “수업에 결석하는 것은 당사자의 책임을 동반하는 행위이기 때문에 오용에 대한 편견을 버리고 학우 간에 신뢰하는 자세가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또한 강민우군(경제·02)은 “수업 참여의 의지가 있는 학생이라면 이를 오용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총여에서 정한 규칙을 제대로 준수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해 여학생 스스로가 규칙을 준수하는 것 역시 중요함을 강조했다.

또한 결석계를 직접 받게 될 교수에게 제도의 필요성에 대해 공감대를 얻는 것 역시 학교 측으로 부터 제도를 공식적으로 인정받고 제대로 자리잡아가기 위해 해결해야 할 중요한 숙제다.
총여에서 지난 3월 진행했던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약 81%의 여학생들이 ‘생리 중이라는 사실을 교수에게 알려야 한다는 부담감’과 ‘교수의 결석계 거부’ 문제를 월경공결제 실행에 있어 가장 우려되는 점으로 꼽았다. 실제로 “이 사안에 대해 별로 생각해본 적이 없다”며 “시행되더라도 무조건 결석계를 받아들일 수는 없을 것”이라는 이아무개 교수의 말처럼 많은 교수들이 여학생들의 월경에 대한 본질적인 고민 부족과 월경공결제 제도 자체에 대한 무관심을 드러내고 있다. 이에 대해 총여학생회장 류김지영양(사회·04)은 “현재 월경공결제에 대한 자료집을 교수 및 강사에게 발송한 상태”라며 “앞으로 이를 통해 월경에 대한 여성의 경험에 대해서 꾸준히 이야기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타 대학의 총여에서도 월경공결제를 도입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나, 공식적인 제도로 인정받는 데 난항을 겪고 있다. 경희대에서는 지난 2005년 9월부터 약 한 달 동안 월경공결제를 시범적으로 운영한 뒤 이를 학칙으로 제정하기 위해 노력해왔으나 아직까지 학교 측에서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이미 시범운영을 거친 바 있는 부산대와 한국외대 용인캠에서도 학교 측과의 협상이 원활히 진행되지 않아 제도를 공식적으로 시행하지 못하고 있다.

이런 현실 속에서도 동아대가 최초로 지난 2004학년도 1학기부터 월경공결제를 학교 측으로부터 인정받아 시행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이에 대해 동아대 총여 회장 김선아양(화공·03)은 “여성주간을 마련해 월경 퍼포먼스를 개최하는 등 월경에 대해 학내 구성원들과 함께 고민해보려 노력했던 것이 학내 월경공결제의 필요성에 대해 공감대를 얻도록 하는 데 기여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또한 최근 중앙대에서도 학교 측과의 협상을 거쳐 올해 2학기부터 월경공결제를 정식으로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10일 학교 측은 학생대표들의 교육투쟁 요구안에 대한 답변 중 월경공결제에 대해서 “현재 이 제도를 시행중인 초·중·고교에 비해 대학교육은 과목 선택의 자율성이 높고, 유명여대에서도 시행하지 않고 있다”며 “제도의 취지에는 공감하기 때문에 차후 여론을 수렴한 뒤 결정하겠다”고 답변했다. 이에 대해 류김양은 “취지에 공감한다는 답변을 들은 만큼 설문조사 및 시범운영을 통해 여론수렴한 것을 바탕으로 여학생처 및 교무처와 꾸준히 논의해나갈 것”이라고 의지를 밝혔다.     

현재 총여에서는 지난 22일부터 월경공결제 자료집을 발간해 배포하는 등 이에 대한 고민을 학내 구성원들과 함께하기 위한 첫 발걸음을 내딛기 시작했다. 이렇게 학내 공감대 형성을 위한 노력이 꾸준히 이뤄진다면, 제도에 대해 구성원들이 보이는 무관심이나 제도 오용에 대한 편견을 자연스레 극복하고 공식적인 제도로 자리잡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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