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획취재부 박수현 정기자

기획취재부 기자인 나는 평소 학내에 깃들어 있는 고질적인 문제를 파헤치는 심층 기사를 주로 쓰고 있다. 파헤치는 취재과정 때문일까. 아무래도 취재원에게 의도치않게 원망을 살 때가 많다. 대부분의 취재원들이 자신이 속해 있는 특정 조직, 또는 특정 제도 등에 대해서 파헤치려 할수록 불안해 하고, 인터뷰가 끝나갈 때쯤이면 심지어 ‘기사를 다 쓰면 보여 달라’고 사전 검열을 요청까지 하는 경우도 잦았다.

취재원과의 갈등을 동반한 힘겨운 취재. 그 중에서도 그 갈등이 심했던 것은 바로 학생복지위원회(아래 학복위)의 현실에 대한 취재였다. 부기자 시절, ‘학복위가 제대로 운영이 안 되고 있다’는 제보를 받고 ‘학복위가 겪고 있는 어려움이 무엇인지, 운영이 제대로 되려면 어떤 점이 보완돼야 할 지’에 중점을 두고 취재를 시작했다. 나는 학복위 구성원들과 일반학생들의 목소리를 들으면서, 인원이 부족해 물품을 원활히 대여해주지 못하는 등 그들의 현실이 상당히 열악하다는 판단을 내리게 됐고 그에 따른 학생들의 불만도 꽤 크다는 것을 알게 됐다.

하지만 이에 대한 취재가 한창 마무리 되고 있을 무렵, 나는 학복위 구성원들로부터 ‘기사를 내보내지 말아달라’는 난데없는 요청을 받았다. 이유인 즉, ‘안 그래도 어려운데 학복위의 어려운 현실에 대한 기사가 나가면 그 이미지가 더 나빠질 것 같다’는 것이었다. 조직의 좋은 모습을 학생들에게 널리 알리고 싶었던 그들의 심정은 이해하지만, 어렵고 힘든 점에 대해서 아예 언급하길 꺼려하는 그들의 요구는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었다.

어떤 조직이든, 어떤 제도든 장· 단점을 가지고 있기 마련이다. 아무리 좋은 평을 받고 있는 것일지라도 자세히 들여다보면 한계점은 항상 발견된다. 언론을 통해 좋은 면만 드러내려고 하는 것은 독자들에게 일시적으로 긍정적인 이미지를 심어줄 수 있을지는 몰라도 그 조직, 그 제도의 발전을 보장해 줄 수는 없다.

부족함을 드러내는 것을 두려워했던 모든 취재원들. 단순히 문제를 덮어두기 보다는 드러난 문제에 대해 주저없이 반성하고 보완해 나가려는 모습을 볼 수 있기를 그들에게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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