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부 김혜미 기자
바쁘고 정신없는 하루를 보낸 오늘. 모니터 앞에 앉아 미니 홈피에 뒤죽박죽 일기를 써내려간다. 무슨 일을 했는지, 어떤 기분이 들었는지를 생각이 흘러가는 대로 마음껏 적는 것이다. 공개 설정을 ‘비공개’로 해두면 오직 스스로가 독자인 글이기에 부담을 덜고 내 맘대로 써내려간다. 

하지만 「연세춘추」의 기자로서 기사를 쓸 때는 마음가짐이 판이하게 달라지고 항상 기사를 읽을 ‘독자’를 염두에 두게 된다. 우리대학교 학생들이 어떤 것에 관심 있을 지에 대한 고민으로 아이템을 선정하는 것부터 시작해서 어떻게 하면 도움이 되는 기사를 쓸 지에 대한 생각에 기사 취재와 작성하는 내내 온통 독자에 신경이 몰리게 된다.  

그러나 막상 월요일 아침에 이렇게 완성된 기사가 실린 신문을 집어 들면 막막함이 밀려온다. 독자들이 기사를 어떻게 읽었는지 알 수 있는 통로가 없기에 답답한 것이다. 친한 친구들에게 읽어보고 소감을 말해달라는 것도 한두 번이고 무엇보다 생생한 독자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기회가 드물기 도 하다. 이럴 때 내게 가장 큰 힘이 되는 것은 우연히 마주치게 되는 독자들의 관심과 피드백이다.

특히 지난 1537호 올 봄 캠퍼스 옷차림 기사가 나가고 난 뒤 뜻밖에 이러한 관심을 자주 접하고 나서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다. ‘유행’에 관한 기사를 작성하면서 얼마나 독자들에게 실질적인 정보를 줄 것인가, 전문적인 자문을 어떻게 구할 것인가에 중점적으로 힘을 쏟았다. 독자들은 ‘정보’와 ‘전문성’에 때문에 관심이 있을 것이라는 예상 때문이었다.

그러나 실제로 접한 결과는 뜻밖이었다. 교양 수업에 들어가서 옆자리 학생들이 나누는 기사에 대한 이야기를 엿듣고 그동안 놓치고 있었던 것을 깨달았다. 독자들의 관심은 전문적인 정보보다도 사진과 멘트에 실린 ‘친구’에 쏠려 있었다. 내가 생각해 온 독자가 원하는 것과 실제 독자가 원하는 것 사이의 차이를 인정하고 다시금 돌아보게 됐다. 또한 한 학생이 “김혜미 기자가 재밌는 사진을 실었다”는 말을 듣고 기사와 연관된 모든 사진 및 멘트에 대한 지적 역시 기자에게 돌아온다는 사실에 새삼 책임감을 느꼈다.

독자들의 칭찬과 충고는 매 기사에 도움이 되고 피드백을 통해 반영된다. 그만큼 소중한 독자들의 관심과 표현을 오늘도 기다려본다. 다음 기사를 쓰는 데 큰 힘이 되고, 더 질 높은 신문을 만드는 데 동기부여가 되는 것은 바로 독자들이 존재한다는 사실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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