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흐, 모딜리아니, 베토벤.
이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예술가이자 동시에 고독한 삶을 살았던 인간이라는 점이다. 이와 같이 예로부터 고독과 예술가 그리고 문화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를 형성해왔다. 고독한 존재인 인간이 만들어낸 문화의 산물이 아직도 곳곳에 자리잡고 있는 지금, ‘고독’을 코드 삼아 문화를 색다르게 즐겨보는 것은 어떨까. 

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자아내는 고독의 흔적을 우선 미술 분야에서 발견해 볼 수 있다. 미국의 화가 에드워드 호퍼의 작품은 대도시의 지하철, 카페, 영화관 등에서 소외된 한 개인의 고독을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해볼 만하다. 최근 개봉작인『브로크백 마운틴』의 이안 감독이 주인공들의 고립감을 나타내는 장면 연출을 위해 그의 그림을 참조했다고 할 정도다. 그의 작품에는 스쳐 지나가기 쉬운 고독이 잘 포착돼 드러나 있다. 붐비는 통학버스에서 주위를 둘러봐도 온통 모르는 사람들이었을 때, 복잡한 신촌거리를 홀로 거닐 때의 문득 드는 ‘고독’의 자취를 당신도 그의 작품에서 찾아보고 공감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지난 4일부터 오는 8월 27일까지 펼쳐질 예정인 20세기 미술의 거장 ‘루오 국제전’도 고독을 키워드 삼아 둘러볼 만하다. 거장이라 추앙받는 조르주 루오도 한 때는 인생의 고독기를 거쳤고 그 시기를 통해 완벽한 작품 세계로 도약하는 데 큰 영향을 받았다는 것은 널리 알려졌다. 이번 전시회는 『베로니카』,『성안』등 책에서만 봐왔던 그의 유명한 작품을 직접 볼 수 있는 좋은 기회다. 뿐만 아니라 부랑자, 매춘부 그리고 홀로 고난의 길을 헤쳐나간 예수 등 외로운 사람들이 주로 등장하는 그의 작품 속에서 고독이 어떻게 승화돼 표현됐는지를 확인해 볼 수 있다.

미술 전시회가 어쩐지 조금은 멀게 느껴진다면 근처 대학로의 소극장 뮤지컬 속에서 부담 없이 고독을 제대로 체감해보는 방법도 있다. 얼마 전 3천회 공연 기록을 달성한 록 뮤지컬『지하철 1호선』에는 서울의 잡상인, 제비, 가출소녀 등 불안정한 위치의 사람들이 등장한다. 그들은 고독감에 빠져 순탄치 않은 삶을 살지만 어느 덧 서로의 아픔을 어루만지고 힘을 얻는다. 작품 내내 흐르는 따뜻한 시선을 통해 우리 자신에게도 숨겨져 있는 고독을 옆 사람과 나눌 여유가 생긴다.

최근 오픈 런을 시작한 창작 뮤지컬『루나틱』은 고독을 웃음과 버무리는 유쾌한 방식으로 그려내고 있다. 이름마저 고독을 담고 있는 ‘고독해’ 여사의 사연을 듣다보면 타인에게 무관심했던 자신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다. 또한 누구나에게 고독감이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게 되고 마음이 편해지는 묘한 동질감도 느낄 수 있다. 

특별히 장소를 바꾸지 않고 가만히 앉아서 고독의 새로운 측면을 살펴볼  수도 있는 방법이 있다. 바로 책이 그 통로다. 고독을 주제로 하는 수많은 책들이 있지만 그중에서도 고독을 적극적인 요소로 재해석한 『고독을 즐기는 사람이 성공한다』는 눈여겨 볼만하다. 이 책은 외로움과는 상이한 고독의 의미를 되짚는 데서 출발해 실제 사례와 유명 인사를 통해 고독을 창조적으로 활용하는 방법을 밝히는 데 까지 폭넓게 다루고 있다.

이처럼 고독이 지닌 수많은 스펙트럼들은 다양한 양상으로 우리 주변에서 나타나고 있다. 더 이상 고독이 주는 ‘아픔’에 상처를 받고 움츠러들 필요는 없는 것이다. 고독, 이제 문화를 읽는 코드로 삼고 주위를 살펴보자.

 

저작권자 © 연세춘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