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리콥터 부모’들이 자녀들 위를 ‘돌고’ 있다.
자녀를 위해 학부모가 헬리콥터처럼 학교주변을 맴돌며 사사건건 간섭하는 현상을 의미하는 이 단어는 미국 등 해외에서 많은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이러한 현상이 빈번하게 일어나지는 않지만 최근 들어 점차 증가하는 추세다. 무엇보다 헬리콥터 부모 현상의 핵심은, 어엿한 성인이 된 대학생들에게 ‘지나친’ 관심을 쏟는다는 사실과 그것이 심화될 경우 사회에 야기할 후폭풍이다. 설령 ‘우리 부모님은 그렇지 않은데...’라며 개인과 연관성이 없다고 느낄지라도 이 문제에 우리 모두가 촉각을 곤두세워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헬리콥터 부모’, 대학가를 맴돌다

올해 신학계열에 입학한 한 새내기는 요새 부모님의 과보호를 느끼고 있다. “수강신청할 과목을 정해주시거나 과제 제출 마감일을 나보다 더 잘 아시고, 취직이나 교환학생에 유리한 경력 등을 쌓기 위해 봉사활동이나 특정 동아리를 들으라고 말씀하신다”며 “고등학교 때까지만 해도 부모님의 배려에 감사했지만, 대학 입학 후에는 하나하나에 간섭을 한다는 생각에 반발이 심해지게 됐다”라고 자신의 상황을 설명했다.
교환학생과 관련된 업무를 담당하는 우리대학교 국제교류교육원에서도 이러한 모습을 볼 수 있다. 지난 2월까지 이곳에서 조교로 근무했던 정호연씨는 “학부모들의 민원전화는 생각보다 많아 10통 중 4통 정도의 비율을 차지한다”며 “특히 자녀가 학교입학 예정자이거나 아직 입학이 결정이 되지 않은 경우에도 학부모들이 교환학생과 관련된 정보를 알기 위해 전화를 하곤 한다”고 말했다. 또한 정씨는 “유학을 갈 학교를 결정하기 위해 학생들이 면담을 할 때 어머니와 같이 와서는 면담 도중 결정된 학교를 바꿔달라며 요구하기도 한다”며 “결정 후 의사가 바뀌어서는 어머니께 전화를 해 직원에게 어머니와 통화를 하게 하려는 경우도 있다”고 말해 교환학생을 희망하는 학생들의 경우 부모의 입김이 상당 부분 적용한다고 주장했다.

과보호,  부모의 대리만족이 원인

한 사람의 성인으로서 자립성을 갖춰야 할 대학생들에게 부모의 과보호가 계속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베이비붐 세대인 현 부모들이 상대적으로 수가 적어진 자식들에게 관심을 더 많이 기울이게 된다고 말한다. 이같은 현상에 대해 유석춘 교수(사회대·발전사회학)는 “과거에 비해 경제력이 신장되면서 생업에 대한 부모의 부담이 줄어들었고, 양육하는 자녀수가 감소함에 따라 부모들의 과보호 현상이 나타나게 된다”며 그 원인을 설명했다. 부모의 간섭이 심하다고 느끼는 신입생 또한 “부모님께서는 두분 다 젊은 시절 고향에서 도시로 올라오신 후 혼자 자취를 하며 살아오셨다”며 “당신께서 갖지 못하던 관심을 자식인 내가 느끼기를 싫어하시는 마음에 더 잘 챙겨주시려고 하는 것 같다”고 말해 이런 주장을 뒷받침했다.

 

헬리콥터 부모’, 천리안을 갖고 보라


‘헬리콥터 부모’ 현상이 지닌 잠재적인 문제는 그것이 비단 부모의 단순한 치맛바람이 아닌, 향후의 부모와 자녀간의 자립과 의존의 정도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점이다. 지나친 과보호는 대학생으로서 자립심을 기르길 원하는 자녀와의 마찰요인이 될 수 있다. 또한 부모의 태도에 의존적으로 변해 자립을 뒤로 미루는 경우도 부모의 과보호 현상이 불러일으킬 수 있는 부정적 효과다. 특히 부모의 과보호 현상은 신체가 건강하고 좋은 학력을 갖고 졸업해 자립할 나이가 되었는데도 취직을 하지 않고, 취직을 해도 독립적으로 생활하지 않고 부모에게 경제적으로 의존하는 ‘캥거루족’을 증가시키는 원인이 된다. 한국노동연구원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가정을 꾸려 부모로부터 독립해 살고 있는 10가구 중 1가구 정도가 부모에게 일방적으로 연평균 300만원의 경제적 지원을 받는다고 한다. 이처럼 경제적으로 완전히 독립하지 못하고 부모에게 의존하는 캥거루족은 우리 사회의 한 부분으로 자리잡았으며 부모의 과보호현상에 의해 장기적으로 심화될 수 있는 가능성을 띠고 있다.  또한 능력이 됨에도 불구하고 취직을 하지 않는 경우 국가적 차원에서의 인력낭비를 초래할 수 있다.

'남의 일이 아닌' 헬리콥터 부모 현상,

모두의 지속적인 관심 필요


 ‘헬리콥터 부모’의 출현을 대학사회의 보편적인 현상이라고 단정짓기에는 분명 무리가 있다. 하지만 성인으로서, 그리고 미래의 사회인으로서 스스로 자립해나가야 할 대학생들에게 부모의 과보호와 그에 따른 부모 의존 현상이 점차적으로 증가할 경우, 그 파장은 개인을 넘어서 사회 전체에 무시못할 영향을 끼칠 것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이런 현상의 책임이 비단 일부의 헬리콥터 부모뿐만 아니라 의존적인 성향의 학생들에게도 있다는 사실이다. 헬리콥터부모들이 일으키는 ‘바람’이 사회의 태풍으로 변해 돌아오지 않도록 모두가 이를 주의깊게 지켜봐야 할 것이다.

/이민성 기자 wait4you@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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