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러스트레이션 조영현

 ‘이태백’ 이라는 말을 아는가. ‘이십대 태반이 백수’의 줄임말이다. 청년실업의 심각성을 빗대 만들어진 이 신조어가 보여주듯이 대학생들에게 취업은 하늘의 별따기다. 하지만 어렵게 취직에 성공해도 안정적으로 직장을 다닐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직장에서 비정규직으로 고용되는 근로자의 비율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조선일보」가 수도권 소재 6개 대학 졸업생 8백59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일자리를 구했다고 응답한 학생은 45%, 그 중에서도 1/4이 비정규직인 것으로 조사됐다. 이와 같이 높은 통계수치는 비정규직 문제가 우리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사실을 증명해준다.


비정규직 문제의 가장 큰 핵심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고용불안, 정규직과의 차별 등 많은 고통을 받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기업이 이익을 위해 고용비율을 늘려가는 데 있다. 사용자 측은 해고가 쉽고 인건비가 저렴한 비정규직을 채용함으로써 기업경쟁력을 높이고 있다고 주장하지만, 그에 대한 피해는 고스란히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우선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정규직 노동자들에 비해 임금, 후생복지, 권익 등의 면에서 차별을 받고 있다. 비정규직으로 고용되면 동일한 노동을 함에도 불구하고 정규직보다 평균적으로 50% 적은 임금을 받는다. 또한 한국노동연구원 반정호 박사가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정규직은 평균 73%가 4대 보험(연금, 건강, 고용, 산재 보험)에 가입돼있는 반면 비정규직은 평균 18%만이 가입돼 있는 등 격차가 55%나 된다고 한다. 뿐만 아니라 비정규직 여성의 생리 및 출산휴가적용률은 5%에 불과하다.


비정규직은 이처럼 근무환경의 열악성 뿐 아니라 고용이 지속될 것인가에 대한 불안도 감수해야 한다. 얼마 전 열린 KTX 개통 2주년 행사에서는 KTX 여승무원들이 정규직화를 요구하며 파업을 벌였다. 그들이 파업을 벌인 가장 큰 이유는 2~3년 후면 해고될 지 모른다는 불안감 때문이었다. 뿐만 아니라 그들이 가장 힘들어했던 점은 ‘아줌마가 돼도 여승무원으로 일할 것이냐’며 그들의 비정규직 고용을 당연시하는 세간의 시선이었다. 더구나 비정규직으로 고용됐다가 해고되면 그 경력이 인정되지 않아 재취직이 불리하게 된다. 특히나 취직에서 나이에 제한을 받는 여성의 경우에는 큰 타격이 아닐 수 없다.
이처럼 비정규직 근로자들의 피해가 악순환되고 있는 근본적인 원인은 바로 법을 준수하지 않는 기업들의 태도에 있다. 사실 법적으로는 비정규직에게도 근로기준법이 준수돼야 한다. 근로기준법 제55조에 의하면 「사용자는 연장근로와 야간근로 또는 휴일근로에 대해서 통상임금의 1백분의 50이상을 가산해 지급해야 한다」는 조항이 있다. 하지만 고용된지 1년이 지나면 받을 수 있는 퇴직금을 지급하지 않거나, 초과로 근무를 시키고 수당을 주지 않는 기업의 불법적인 행태 때문에 비정규직들은 더욱 고통을 받고 있다. 이에 대해 한국노동사회연구소 홍주환 연구실장은 “근로기준법이 비정규직에게 사실상 지켜지고 있지 않는 이유는 비정규직 근로자가 문제를 제기하면 해고당할 것이 뻔하기 때문”이라며 현실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홍 실장은 또한 “비정규직 문제를 법률로서 해결하는 것은 한계가 있기 때문에 비정규직들의 노조결성을 인정하고 기업 스스로도 사회적 책임을 가지고 문제에 임해야 한다.”며 실질적인 대안책을 제시했다.


비정규직 문제는 앞으로 곧 직장을 가지게 될 우리들에게 맞닥뜨려진 직접적인 문제이다. 비정규직으로 고용되는 비율이 점점 높아지는 가운데 우리도 안정적으로 직장을 다닐 수 없게 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더 이상 남의 일이 아니다. 이제 대학생들도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마땅히 누려야 할 보호를 받을 수 있도록 그들의 고통에 관심을 가질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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