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라는 계절이 무색할 정도로 차가운 바람이 매섭게 불던 날이었다. 백양로에 펼쳐진 여느 때와 다른 낯선 풍경은 지나가는 학생들의 눈을 사로잡는다. 바로 ‘학생총회’가 있던 지난 23일, 2천개가 넘는 플라스틱 의자들이 쭉 줄을 이루며 학교가 들썩였던 이날을, 당신은 어떻게 기억하고 있는가?

이날, 백양로 한 복판, 생각보다 꽤 많은 학생들이 자리를 메우고 있었다. ‘오, 이번 총회는 성공적인가?’하고 생각할 겨를도 잠시, 곳곳에 학생들의 모습은 이런 생각을 금방 사라지게 해준다. 반 선배를 따라서 우르르 몰려나온 신입생들, 처음 접해보는 광경에 마냥 신이 났나보다. 다른 한 쪽에는 음주 판이 벌어졌다. 서로 술을 따라 마시는 학생들의 얼굴에는 즐거운 표정들이 역력하다. 마치 잔치에 온 분위기가 연출되고 있다.

한 여학생은 추위에 못 견뎠는지 슬그머니 일어난다. “가긴 어디를 가? 끝까지 함께 자리를 지켜야지” 하지만 같은 반 회장의 확고한 반대의 말에 이내 다시 자리에 앉고 만다. 앳된 얼굴의 신입생, 무슨 이유로 학생들이 이곳에 모였는지는 알고나 있을지 모르겠다. 이런 신입생들로 이뤄진다면 약 2천여 명의 숫자가 얼마나 의미 있는 숫자가 될지 의문이 든다.

이렇게 가지각색의 연세인의 모습을 연출하게 했던 이날은 결국 누구를 위한 행사였을까. 미숙한 행사 진행과 질질 시간끌기로 그 곳을 찾았던 학생들마저 자리를 뜨게 했던 총학생회 측만을 위한 것이었는가? 백양로의 빈 의자들을 가득 채웠던 연세인들, 그대들은 이날, 무엇을 위해 그렇게 추위에 떨었는가. 그리고 지금, 이 글을 보는 당신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었는가.

우리는 ‘대학’이라는 자유로운 공간에 들어와 있다. 어느 누구도 주위에 휩쓸려 다니는 우매한 대중이 되기를 꿈꿔오지는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자신의 뚜렷한 의지없이 총회에 참여한 일부 연세인들, 어떤 주체의식도 없이 술을 먹으며 즐겼던 연세인들의 모습에 아쉬움이 남는다.

똑같은 교복, 선생님의 엄격한 호령, 학교 규칙에 따라서 통제돼 움직였던 학창 시절이 있었다. 내 의지대로 할 수 있는 ‘자유’를 대학생활의 로망으로 기대하던 그 때의 모습을 기억해보자. 그 때 우리가 그렇게 바라던 ‘자유’가 바로 이런 모습의 자유였는가.

우리는 이제 ‘자유’라는 날개를 달게 됐다. 자유라는 이름으로 사고하고 행동하므로 누구도 우리에게 어떤 강요도 할 수 없다. 즉 내가 하는 어떤 말이든, 행동이든 간에 책임지는 것 또한 바로 ‘나’라는 얘기다. 그토록 누리고 싶었던 우리의 ‘자유’로운 대학생활, 이대로 안일하게 보낼 것인가. 이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그 ‘자유’를 얼마나 잘 누리고 사용하는 지다. 그것은 어느 누구도 도움을 줄 수 없는 나 자신 ‘개인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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