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지콰이의 보컬, 호란

살짝 싸늘한 2월의 저녁, 도착한 공연장의 분위기는 날씨와 다르게 한껏 달아오르고 있다. 그런데 그 공연과는 상관없이, 또 가슴이 두근거린다. 콩닥콩닥, 누군가를  만날 시간이 곧 다가오고 있다. 무대 뒤 대기실로 들어간 기자, 얼굴에 화색이 돈다. 바로 ‘Clazziquai Prozect’(아래 클래지콰이)의 보컬, 호란(심리·98, 본명 최수진)이 앞에 있다!
“「연세춘추」를 이런 분들이 만드시는군요! 생각보다 젊은데요?”

최수진 동문. 혹은 호란, 어떤 이야기로 시작해야 할까. 도대체 이름을 바꾼 이유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새로운 이름을 갖고 싶었어요”라고 운을 떼는 그녀.
“고등학교 때부터 가수가 되고 싶었지만, 노래공부가 아닌 입시준비를 해야 했었죠. 학생의 가치기준을 가수에게 그대로 대입하기란 힘든 일이에요. 저는 가수로서의 가치기준을 갖고 싶었고, 가장 먼저 이름을 바꿨어요. '호란'이라는 이름에는 '최수진'에게 없는 것들을 담을 수 있어요. 자유, 노래, 클래지콰이…”

백양로를 거닐던 시절.

▲ /사진 신나리기자 journari@yonsei.ac.kr
“유럽어문학부로 입학했어요. ‘이중전공필수’가 졸업요건이었기 때문에 심리학을 이중전공했죠. 신입생 때는 다들 그렇듯이, 과방에 앉아서 자장면도 시켜먹고 기타 치는 언니들 구경도 하고요. 아, 식당은 고를샘이 가장 좋았어요. 저희 때는 고를샘이 정말 ‘마음껏 골라라’였거든요. 밥은 몇 백 원, 김치도 몇 백 원, 튀김 하나에 얼마씩 해서 팔았어요. 밥 먹을 곳 없으면 그저 고를샘이었죠. 청경관은 그 때 공사 중이었고요.”
중앙미디음악동아리 ‘May’에서 활동했고, 아카라카 때 ‘소나기’와 같이 응원가도 불렀다고 한다. 정기 연고전이 끝나고 기차놀이를 하면서 안암역 근처에서 놀기도 하고... 매우 익숙한 모습이라고 할까, 그녀가 이제야 ‘연세인’같다는 느낌 덕분에 기자는 흥겨워진다.

솔직하게 말할게요.

가수다. 그것도 실력으로 인정받은 가수인데도, 그녀는 자신이 아직 부족하다고 말한다.
“고등학교 때 주구장창 공부만 한 덕분에 연세대학교라는 타이틀을 가질 수 있었죠. 하지만 그 때문에 음악공부는 하지 못했고, 자연히 예술에 대한 감각이 다른 아티스트들보다 빈약할 수밖에요. 가수지만 목소리에 대한 콤플렉스도 있고, 저 사실 문제 많은 가수에요(웃음). 1집 때 불렀던 「Tattoo」라는 노래가 기억에 남아요. 잘 불러서 그런 게 아니라, 너무 목소리 톤이 빈약하게 나왔는데 그대로 녹음이 됐어요. 지금도 CD 들으면서 민망하고 쑥스럽죠. 더 잘 부를 수 있었는데.”

나를 기억해 주세요.

이제 곧 클래지콰이의 무대가 시작된다. 올라가봐야 한다는 매니저의 말, 슬슬 자리를 정리해야겠다. 서로 마음이 급한 것 같지만, 마지막 질문은 빠뜨릴 수 없다.
“어떤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나요?”
수줍어하는 그녀, 하지만 다시 차분하게 이야기한다.
“사실 대학교 와서 음악 공부를 시작했기 때문에 한계에 부딪힐 때가 종종 있어요. 그래서 지금도 많이 공부하고 있고, 더 좋은 노래를 부르기 위해 노력중입니다. 어떻게 기억되고 싶으냐고 하면…열심히 사랑하는 사람으로 기억해주세요. ‘아, 호란이라는 사람은 정말 노래를 사랑하고, 노래를 듣는 사람들을 사랑하는 구나’라고 말이에요.”

마지막 말을 마치고 그녀는 무대 위로 올라갔다. 「내게로 와」를 부르는 그녀의 모습, 역시 무대 위에서 그녀는 빛난다. 무대 위에서의 그녀는, 노래를 부르는 것이 아니라 마치 ‘나래를 펴는 것’ 같다.

웹진 '연두' 호란 인터뷰 기사 보러가기! 클릭 클릭!

http://www.yondo.net/news/read.php?idxno=159&rsec=S1N2

저작권자 © 연세춘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