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를 찾아서> 사계절 출판사

그동안 주로 지배층에 초점이 맞춰져 있던 기존의 사극과 달리 궁중광대라는 피지배층의 삶을 그려 관객들의 많은 사랑을 받은 영화 『왕의 남자』. 이 영화처럼 우리네 선조들의 평범하지만 친근한 생활사를 전문가들의 세심한 고증과 풍부한 자료들을 토대로 만든 『한국생활사박물관』이란 책이 주목 받고 있다. 이 책은 소박한 제목과 달리 총 12권에 이르는 방대한 규모로 보는 이들을 놀라게 한다. 더욱이 기획부터 출간까지 이 책의 모든 제작과정이 출판사 내에서 이뤄졌다는 것이다. 그러나 몇 년 전, 역사를 ‘신문’이라는 매체와 접목시켜 큰 사랑을 받았던 『역사신문』 역시 이 출판사의 서적이라는 것을 알고 나면 『한국생활사박물관』은 『역사신문』 이후 더욱 발전한 기획력의 산물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렇듯 특색 있고 흡입력 있는 기획으로 좋은 책들을 만드는 출판사는 바로 ‘사계절 출판사’다. 지난 1982년 설립돼 정부의 제재에도 불구하고 『혁명이냐 개혁이냐』,『현실인식의 논리』 등의 책으로 독재에 찌든 암울한 현실을 고발하는 데 앞장섰던 사계절 출판사는 오늘날에도 ‘진보적 사회이념’을 청소년에게 심어주는 데 힘쓰고 있으며 특히 청소년들에게 왜곡되지 않은 역사를 보여주고자 하고 있다. 하지만 영상매체에 비해 흡입력이 떨어지는 활자매체의 한계와 청소년들이 가지는 역사에 대한 부담감이라는 두 개의 산이 그 앞을 가로막고 있었다. 사계절 출판사 강맑실 대표이사는 “역사를 재미있으면서 올바르게 전달할 수 있는 방법을 끊임없이 고민한 끝에 ‘신문’이라는 매체를 역사에 접목시켜보자는 아이디어가 떠올랐다”며 두 산을 등반한 비결을 말했다. 

굵직굵직한 역사적 사건을 인터뷰나 사설 등 다양한 취재방식을 통해 마치 신문처럼 만든 『역사신문』시리즈는 사계절 출판사의 오랜 고민과 철저한 기획의 산물로 독자들에게 큰 사랑을 받았다. 하지만 당시에는 기획출판 형식이 전무한 상태였기 때문에 어려움이 많았다고 한다. “예상보다 제작기간과 비용이 몇 배로 늘어나 힘들었지만, 그때 축적된 직원들의 편집 노하우와 팀워크가 최근 발행된 『한국생활사박물관』시리즈를 만드는 데 큰 도움이 됐다”는 강 대표의 말처럼 사계절 출판사는 고된 출판 과정의 경험을 미래의 자산으로 만들어 시간이 갈수록 점점 발전하는 책을 만들어 낸다. 이어 “책이 출판사 브랜드 이미지를 만들어내는 만큼, 한권 한권 명품으로 만들기 위해 애쓴다”라고 말하는 강 대표의 모습에서 예술품을 만들기 위해 혼을 불태우는 장인정신이을 엿볼 수 있었다.

또한 사계절 출판사는 각종 대회와 홈페이지를 통해 독자와 소통할 수 있는 다양한 통로도 활짝 열어뒀다. “출판사에서 나온 모든 책은 오로지 독자만을 위한 것이므로 독자와 정기적으로 꾸준히 소통할 수 있어야 출판사도 발전할 수 있다”고 강 대표는 말한다. 꾸준히 개최되고 있는 ‘어린이 독서감상문 대회’나 ‘1318 독서감상문 대회’는 어린이와 청소년뿐만 아니라 어른도 함께 참여할 수 있어 가족이 다같이 책을 읽고 이야기 나누는 문화를 조성하는 데 밑거름을 제공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강 대표는 젊은이들에게 “흔들리지 않은 나침반은 쓸모가 없다”며 “좌절하고 방황하는 것 자체가 어떤 방향을 지향하며 나아가기 위해 흔들리는 과정이므로 자책하지 말고 마음껏 흔들리라”고 조언했다. 

청소년들을 바라보는 따뜻한 햇살 같은 봄, 그들에게 올바른 가치관을 심어주기위해 끊임없이 고민하는 열정적인 여름, 사계절 출판사의 책들을 아끼는 독자들과 그 열매를 나누는 가을의 넉넉함, 그리고 다시 좋은 책으로 봄을 맞이하기 위해 힘든 시련을 극복하는 겨울까지. 사계절의 아름다움을 가진 사계절 출판사는 앞으로도 계절의 반복만큼 더욱 성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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