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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로 얼룩진 환영회, 무엇을 위한 의식인가신입생 환영회의 폐단을 조명하다
  • 이민성 기자
  • 승인 2006.03.02 00:00
  • 호수 1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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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쓰면 약, 지나치면 독. '술'이 중심이 되는 신입생 환영회는 지양해야 한다. /그림 서리
우리대학교 한 단과대의 새내기새로배움터(아래 새터)가 열렸던 지난 2월26일 새벽 4시경, 호텔 복도에서는 수많은 학생들이 제각기 다양한 모습으로 술에 취해 있었다. 몇몇 학생들은 앉아서 울고 있고, 장식용 의자에 앉아 잠을 자는 학생도 보였다. 일부 학생은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기도 했다. 끊임없이 게임을 하는 소리와 알콜냄새가 복도에 맴돌았고 수십개의 빈 소주병들이 방문 밖에 진열돼 있었다.
매년 2월쯤 되면 어김없이 찾아오는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아래 오티)에는 이와 같이 술에 취한 학생들의 모습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해가 갈수록 점차 민주적인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긴 하지만, 아직까지 오티에서 이뤄지고 있는 강압적인 술 문화는 대학생이 거쳐가야 할 통과의례라는 식의 사고가 지배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오티에서의 술문화,
대학·단과대별로 천차만별

신입생 환영회의 술문화는 대학별·단과대별·반별 특성에 따라 그 정도에 차이가 있다. 여대보다는 남녀공학에서 대체로 더 심한 편이며, 상대적으로 여학우보다 남학우가 더 많은 단과대에서 확연하게 나타난다. 공과대 소속인 김현우군(화공·05)은 “작년에 비해 올해 현재 소속된 반의 여학생 성비가 크게 줄었는데, 전체적으로 술을 더 많이 마시게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술문화는 대부분 반별 뒤풀이 행사 때 시작된다. 학생들이 모여앉아 게임을 하다 벌칙을 받게 되면 보통 술을 마시게 되는데, 이를 받는 학생들은 게임에 익숙치 못한 새내기들이 대부분이다. 자신의 주량을 잘 모르는 신입생들은 계속되는 벌칙으로 인해 과음을 하게 된다.
반별로 매년 전통으로 내려오는 행사들도 있다. 상경대의 한 반에서는 매년 신입생 반대표가 뽑힌 후 신고식 차원에서 행사가 치뤄진다. 큰 양동이에 술을 가득 부은 후 반 학우들이 돌아가면서 마시고 남은 술을 반대표들이 먹는 것이다. 당연히 반대표들이 엄청난 양의 술을 마시는 것은 피할 수 없는 일이다. 또한 공과대의 어떤 반에서는 ‘축구게임’이라는 술마시는 게임을 진행한다. 말 그대로 반의 신입생들이 모두 선수가 돼서 맥주를 빨리 마시는 경쟁을 해 4명을 이기면 1점씩 총 3점을 먼저 획득하는 사람이 이기는 개임이다. 게다가 막판에 서로 무승부가 나면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는 법칙이 있다고 한다. 이 반에 소속된 한 학생은 “게임을 하며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많은 양의 술을 마시게 된다”고 말했다.

왜곡된 술문화,
‘왜곡된 우상화’가 그 원인

도대체 수많은 학생들이 술에 취해 다른 이로 하여금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모습을 보이는 원인은 무엇일까. 오티에서의 왜곡된 술 문화의 원인은 선배들이 후배들에게 ‘술을 잘 마시는 사람’을 우상화시키면서 허영된 가치관을 주입시킨다는 점에 있다. 이러한 분위기에 이끌려 자신의 주량을 간과하고 과음을 해 결과적으로 새내기들에게 좋지 않은 기억을 만들게 된다. 새터기간 중 과음으로 응급실에 실려간 한 신입생은 “스스로의 주량을 알면서도 나보다 나이가 많은 선배가 강요하면 부담스럽더라도 어쩔 수 없이 술을 마시게 된다”고 고백했다.
오티나 새터에서 빈번하게 일어나는 또다른 문제점은 술에 취한 학생이 가해자가 돼서 일어나는 성폭력이다. 취중 무의식적으로 남학우 선배들이나 후배들이 여학우들을 껴안거나 성적 발언을 하는 등 성희롱이나 성폭력이 이뤄지는 것이다. 그러나 피해를 당한 학우는 작은 불쾌감이라도 이를 성희롱이라고 문제제기를 할 수 있다는 것을 인식하지 못하거나 다른 학우들과의 유대관계를 고려해 피해사실을 묵인해버린다. 한 단과대의 05학번 여학생은 “술에 취한 남자후배들을 부축하는 와중에 한 후배가 뒤에서 나를 자꾸 껴안았다”며 “순간 당황스러웠지만 취중이라 책임을 묻기 어려운 상황이었다”며 당시의 심정을 토로했다. 이러한 현상에 대비해 대학별 총여학생회나 성폭력상담소는 오티나 새터기간 중 이뤄질 수 있는 성폭력 예방에 힘쓰고 있다. 고려대 성폭력상담소 노정민 실장은 “단과대 오티행사기간 중 신입생을 대상으로 성폭력예방교육을 매년 실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서울대 성폭력상담소 하혜숙 전문위원은 “인터넷이나 면담을 통한 상담과 접수 후 그 정도가 심할 경우 학생과 전문가로 구성된 조사위원회를 조성하여 문제해결을 한다”고 이야기했다.

모두가 즐길 수 있는
올바른 술문화 형성 필요

입시라는 틀에서 벗어나 설레는 마음으로 대학생문화를 꿈꾸는 새내기들. 그들에게 오티나 새터는 선배들과 동기들간의 친목을 도모하고 인간관계를 형성할 수 있는, 대학문화와의 첫 교류의 장이다. 과음으로 인해 대학시절 쌓을 수 있는 좋은 추억거리를 되돌리고 싶지 않은 기억으로 남기지 않도록 선후배 모두가 노력해야 할 것이다.
그리스 신화의 디오니소스가 창조한 묘약, 술! 선후배 모두가 기분좋게 ‘한잔 더!’를 외칠 수 있는 올바른 술문화를 형성해보자.


/글 이민성 기자
wait4you@yonsei.ac.kr


이민성 기자  wait4you@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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