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입생 환영회의 폐단을 조명하다
매년 2월쯤 되면 어김없이 찾아오는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아래 오티)에는 이와 같이 술에 취한 학생들의 모습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해가 갈수록 점차 민주적인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긴 하지만, 아직까지 오티에서 이뤄지고 있는 강압적인 술 문화는 대학생이 거쳐가야 할 통과의례라는 식의 사고가 지배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오티에서의 술문화,
대학·단과대별로 천차만별
신입생 환영회의 술문화는 대학별·단과대별·반별 특성에 따라 그 정도에 차이가 있다. 여대보다는 남녀공학에서 대체로 더 심한 편이며,
상대적으로 여학우보다 남학우가 더 많은 단과대에서 확연하게 나타난다. 공과대 소속인 김현우군(화공·05)은 “작년에 비해 올해 현재 소속된 반의
여학생 성비가 크게 줄었는데, 전체적으로 술을 더 많이 마시게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술문화는 대부분 반별 뒤풀이 행사 때 시작된다.
학생들이 모여앉아 게임을 하다 벌칙을 받게 되면 보통 술을 마시게 되는데, 이를 받는 학생들은 게임에 익숙치 못한 새내기들이 대부분이다. 자신의
주량을 잘 모르는 신입생들은 계속되는 벌칙으로 인해 과음을 하게 된다.
반별로 매년 전통으로 내려오는 행사들도 있다. 상경대의
한 반에서는 매년 신입생 반대표가 뽑힌 후 신고식 차원에서 행사가 치뤄진다. 큰 양동이에 술을 가득 부은 후 반 학우들이 돌아가면서 마시고 남은
술을 반대표들이 먹는 것이다. 당연히 반대표들이 엄청난 양의 술을 마시는 것은 피할 수 없는 일이다. 또한 공과대의 어떤 반에서는
‘축구게임’이라는 술마시는 게임을 진행한다. 말 그대로 반의 신입생들이 모두 선수가 돼서 맥주를 빨리 마시는 경쟁을 해 4명을 이기면 1점씩 총
3점을 먼저 획득하는 사람이 이기는 개임이다. 게다가 막판에 서로 무승부가 나면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는 법칙이 있다고 한다. 이 반에 소속된 한
학생은 “게임을 하며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많은 양의 술을 마시게 된다”고
말했다.
왜곡된 술문화,
‘왜곡된 우상화’가 그 원인
도대체 수많은 학생들이 술에 취해 다른 이로 하여금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모습을 보이는 원인은 무엇일까. 오티에서의 왜곡된 술 문화의
원인은 선배들이 후배들에게 ‘술을 잘 마시는 사람’을 우상화시키면서 허영된 가치관을 주입시킨다는 점에 있다. 이러한 분위기에 이끌려 자신의
주량을 간과하고 과음을 해 결과적으로 새내기들에게 좋지 않은 기억을 만들게 된다. 새터기간 중 과음으로 응급실에 실려간 한 신입생은 “스스로의
주량을 알면서도 나보다 나이가 많은 선배가 강요하면 부담스럽더라도 어쩔 수 없이 술을 마시게 된다”고 고백했다.
오티나
새터에서 빈번하게 일어나는 또다른 문제점은 술에 취한 학생이 가해자가 돼서 일어나는 성폭력이다. 취중 무의식적으로 남학우 선배들이나 후배들이
여학우들을 껴안거나 성적 발언을 하는 등 성희롱이나 성폭력이 이뤄지는 것이다. 그러나 피해를 당한 학우는 작은 불쾌감이라도 이를 성희롱이라고
문제제기를 할 수 있다는 것을 인식하지 못하거나 다른 학우들과의 유대관계를 고려해 피해사실을 묵인해버린다. 한 단과대의 05학번 여학생은 “술에
취한 남자후배들을 부축하는 와중에 한 후배가 뒤에서 나를 자꾸 껴안았다”며 “순간 당황스러웠지만 취중이라 책임을 묻기 어려운 상황이었다”며
당시의 심정을 토로했다. 이러한 현상에 대비해 대학별 총여학생회나 성폭력상담소는 오티나 새터기간 중 이뤄질 수 있는 성폭력 예방에
힘쓰고 있다. 고려대 성폭력상담소 노정민 실장은 “단과대 오티행사기간 중 신입생을 대상으로 성폭력예방교육을 매년 실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서울대 성폭력상담소 하혜숙 전문위원은 “인터넷이나 면담을 통한 상담과 접수 후 그 정도가 심할 경우 학생과 전문가로 구성된 조사위원회를 조성하여
문제해결을 한다”고 이야기했다.
모두가 즐길 수 있는
올바른 술문화 형성 필요
입시라는 틀에서 벗어나 설레는 마음으로 대학생문화를 꿈꾸는 새내기들. 그들에게 오티나 새터는 선배들과 동기들간의 친목을 도모하고 인간관계를
형성할 수 있는, 대학문화와의 첫 교류의 장이다. 과음으로 인해 대학시절 쌓을 수 있는 좋은 추억거리를 되돌리고 싶지 않은 기억으로 남기지
않도록 선후배 모두가 노력해야 할 것이다.
그리스 신화의 디오니소스가 창조한 묘약, 술! 선후배 모두가 기분좋게 ‘한잔 더!’를 외칠 수
있는 올바른 술문화를 형성해보자.
/글 이민성 기자
wait4you@yonsei.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