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희경의 『마이너리그』


‘코리안 특급’ 박찬호 선수가 메이저리그에 설 때나 혹은 박지성 선수가 경기할 때 우리는 그들의 경기에 환호를 보내며 열광한다. 하지만, 우리가 환호하는 것은 메이저리그나 프리미어리그처럼 ‘주류’에 속한 사람들 뿐, 마이너리그나 2군에서 땀 흘리는 사람들은 관심 밖이다. 혹시, 우리의 삶도 이런 모습이 아닐까.

 은희경의 『마이너리그』는 제목 그대로 ‘메이저’가 되지 못한 ‘비주류’의 이야기다. 작가는 58년 개띠들을 주인공으로 내세워 이야기를 풀어나가고 있다. 베이비붐과 유신의 접점 속 ‘비운의 세대’. 그들과 같은 시대를 체험한 작가는 58년 개띠를 통해 비주류의 삶을 이야기한다.

 자칭 ‘수재’인 작중화자 김형준, 무식하지만 용감한 조국, 그리고 잘생긴 바람둥이 배승주, 무엇을 하는지 알 수 없지만 ‘18동인’이라는 조직에 소속된 두환. 이 58년 개띠 네 남자는 ‘만수산 4인방’이란 이름 아래 모이고, 소설은 그들의 25년 인생을 추적해간다. ‘교련 실기대회’, ‘10·26 사태’, ‘6월 민주항쟁’, ‘휴거’ 와 같은 무수한 사건들이 그들의 삶과 얽힌다. 이러한 격동 속에서 58년생 네 남자는 일상적이고 소시민적인 삶을 통해 사회에 적응한다. 일류대학을 나오지도 못했고, 그렇다고 재산이 많은 부모를 둔 것도 아닌 그들은 우리 사회의 박찬호가 아니라 영원한 마이너리거다.

‘사업구상업’이 직업인 덜 떨어진 승주, 직업이 의심스러운 사진사 밑에서 근근이 살아가는 ‘무대뽀’ 조국, 그나마 넷 중에서 가장 정상적이지만 가식적이고 허영에 찬 광고회사의 만년 차장 형준 모두 ‘비주류’, ‘개 같은 인생’일 뿐이다. 그들이 겪는 다양한 사건들과 삶의 모습은 풍자와 냉소의 대상이다. 고등학교 때 한 여학생을 사이에 두고 벌이는 네 남자의 활극부터, 그들이 의욕적으로 추진하긴 하지만 실상은 사기인지 사업인지 구분하기 힘든 브라질 교민 사업까지 모두 독자에게 웃음을 안겨주는 것들이다.     

 이러한 풍자와 웃음이 소설 속에 드러나는 사회성과 주제의식을 가볍게 처리해버렸다는 비판도 있다. 하지만 58년 개띠 인생들이 보여주는 웃음이 마냥 가볍지만 않다. 오히려 작가는 웃음을 통해 삶의 비극성과 소시민들의 아픔을 보여준다. 그들의 삶은 비록 ‘비주류’지만, 많은 사람들의 모습과 닮았다. 그들은 학벌과 연고주의 등으로 대표되는 우리 사회의 희생양이며, 강한 권력과 힘을 지닌 ‘메이저’ 앞에서는 한없이 무기력하다. 네 남자가 사활을 걸었던 브라질 교민 사업이 결국 거대 기획사 앞에서 무너지는 것에서는 마이너 인생들의 비극이 드러난다.

 '눈물 속의 웃음’으로 우리 사회와 소시민들의 삶을 녹여낸 『마이너리그』. 이 소설은 웃음 속에서도 우리 사회 ‘메이저’에 가려진 85년 개띠  ‘마이너’의 삶을 통해, 우리 스스로를 돌아보게 한다. 새로운 개띠 해  그대가 선 자리는 메이저리그인가, 아니면 마이너리그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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