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륵사에서

   
▲ 문영현 (공과대ㆍ에너지시스템)
 

강물 휘감아 돌아

깎아지른 바우언덕

그 아래

짙푸른 소

돛배 하나가

물가에 기대어 졸고 있누나


바우언덕 반석 우엔

단아한 자태의 빛바랜 정자

울 넘어 일주문밖엔 노란 은행잎 흩날리고 

붉디 붉은 빛으로 지는 단풍은

근심에 잠긴 어느 여인처럼

슬프도록 아름다운 만추의 정취

벼랑 아래 푸른 소에는 

숨죽이며 흐르는 물결조차 소용돌이 지누나


벼랑진 바위 틈새마다

천년 고찰의 전설이 맺혀 

풀지 못할 수수께끼 묻고 있는데

아스라이 전해 오는 비기(秘記)의 설화

허리 잘린 조국, 신음하는 산하여

아! 님은 저 돛단배 타고 오시려나


약속도 없는 기다림에

이 가을도 저물어 가건만 

멀리 강기슭 황포돛배는

어찌하여 허구 헌 날 제자리만 지키고 서 있는가




2005년 11월 여주 신륵사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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