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 만큼이나 나날이 새로워지는 신촌. 그 새로움의 중심에는 이화여대, 서강대, 홍익대,
그리고 우리대학교에 이르기 까지 무려 4개의 학교가 신촌 전철역을 기점으로 위치해 있다. 하지만 이 학교 들이 신촌에
있다고 해서 모두가 똑같은 대학가를 이루고 있는 것은 아니다. 굳이 설명하지 않더라도 대학 이름만 말하면 '아~!' 하면서
누구나 쉽게 그 대학가의 이미지를 떠올리곤 한다. 타대생들이 바라보는 각 학교의 이미지를 통해 왜 같은 지역에 있으면서도
각기 다른 문화를 만들어 내는지 알아보고자 한다. 자, 그럼 지금부터 사색문화(四色文化)에 빠져
보자.
“이대생들은 대체로 잘 꾸미고 다니는 것 같다. 학교 앞에 옷가게, 미용실이 많아서 아무래도 이대에 다니는 친구들을 만나보면
유행을 선도한다는 느낌을 받는다”고 고경진양(사회계열·05)은 평소 이대에 대해 갖고 있던 인상을 말했다.
이러한 인식은 이대앞 거리의 모습에서 비롯된다. 술집과 음식점이 많은 우리대학교 앞의 모습과는 달리, 이대앞 거리는 셀 수 없을
만큼의 조그만 옷가게들이 다닥다닥 붙어있고 이름을 나열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미용실들이 줄지어 있다. 어느 곳을 가야할 지 망설여질
정도다. 이곳에 위치한 건물의 구성은 대부분 1층은 옷가게, 2층은 미용실, 그 위층은 카페 또는 음식점으로 이뤄졌다.
‘이대앞’이라 통칭하는 공간은 정문을 중심으로 해서 크게 두 갈래로 나뉜다. 신촌역을 향한 길과 지하철 이대역 2,3번 출구
쪽을 향한 길이 그것이다. 두 길의 특징을 살펴보면 신촌역 쪽에는 옷가게, 악세사리점이 많고 이대역 쪽 골목에는 카페, 음식점이
많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신촌역을 향해있는 길에는 옷집과 악세사리점이 거미줄 구조의 골목을 이루고 있다. 뒷골목의 보세 옷가게 ‘BLOSSOM’에서
아르바이트 중인 천안외국어대학교 이고운양(외식산업·03)은 “다른 곳에서도 아르바이트를 해봤는데 이대앞은 대학생들의 취향에 맞춰
개성이 강하다”고 설명했다. 친구와 쇼핑 중이던 우리대학교 김진영양(생명공학·03)은 “요즘 유행경향을 알기 쉬워 이곳을 즐겨
찾는다”고 말했다.
그러나 막상 이대를 패션의 중심지로 인식하는 것에 대한 이대생들의 인식은 부정적인 편이다. 이대 김정연양(국제학부·03)은
“이대생의 이미지를 패션과 미용에만 관심있는 것으로 고착화시키는 것은 싫다”며 “학생회 측에서도 학교 앞 상권 확대에 대해 반대
입장을 표명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덧붙였다.
도서관이 ‘중심’이 된 데에는 학사과정이
한몫했다. 소문만큼이나 서강대학교의 학사과정은 꽤 빡빡하다. 특히 1학년들은 ‘읽기’와 ‘쓰기’가 필수과목으로 정해져 있다. 서강대
박연숙양(경영·05)은 “한 학기에 내야하는 독후감 숙제는 약 10편정도”라며 “이 수업 때문에 졸업을 못하는 고학번들도 자주
보인다”고 말한다. 또한 모든 수업의 좌석이 지정제로 되어 있기에 출결은 매번 체크되며 결석일수가 학점수의 두 배만 되어도
‘FA(Fail Absence)’라는 낙제로 처리돼 학생들은 출석의 부담이 상당한 편이다. 김양은 “학점 또한 무척 엄한 편이라 지난
학기 경영학과의 경우 3.3정도면 등록금 일부를 감해주는 B형 장학금을 받았다”며 학점이 ‘짜다’는 일반적 소문에 동감했다.
늦은 밤 학생들은 서강대학교 정문으로 나선다. 하지만 주변에 있는 대학 거리를 돌아다니는 학생은 적었고 거리 또한 한적했다.
신촌의 보통 이미지와는 조금 다른 서강대학교. 학생들은 ‘또다른 신촌’의 거리를 걸으며 그들만의 문화가 있는 거리를 꿈꾸진 않을까?
‘개성과
고급의 혼재’라는 특징 외에도 홍대앞의 주목할 만한 특징이 있다면 바로 미술학원거리이다. 국내 최대의 미술학원가라고 알려진 와우산길
구역의 미술학원거리는 신촌교회 방향에서 홍대정문으로 이어지는 곳이다. 여러 개의 미술학원을 비롯해
드문드문 보이는 대안 미술 전시 공간들은 홍대앞이 예술의 거리로 불려지는 것에 한몫한다. 또 골목 곳곳과 홍대앞 놀이터 벽면에 그려진
그래피티가 이색적인 젊음의 분위기를 한층 돋군다.
7,80년대부터 예술의 거리로 자리 잡아 온 홍대앞은 자생적으로 생겨난 프리마켓과 대안미술공간 등으로 새로운
문화의 돌파구의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동시에 개성을 발판으로 생겨난 지나친 상업화와 ‘겉치레화’
역시 사람들의 려를 불러 일으키고 있다. 그저 먹고 즐기는 유흥가가 될 것인지, 새로운 문화공간이 될 것인지 갈림길에 서 있는
홍대앞. 젊음의 멋과 예술이 지속적으로 공존할 수 있는 공간이 될 수 있길 기대해
본다.
“연대하면 술집과 맛집, 수많은 회사들과 상가들이 떠오른다”는 홍익대학교 이대주군(법학·05). 이군의 말처럼 오늘날 연대앞은
대학가의 모습과 도시 중심가의 모습이 혼재돼 있다.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맛집, 술집과 더불어 곳곳에 들어선 대형 상가와 회사.
거리를 활보하는 대학생들과 직장인들. 이처럼 더 이상 연대앞은 ‘대학생’들만의 것은 아니다.
십년 전만 해도 다방과 전통 술집으로 대표되던 전형적인 대학가였던 연대 앞이 왜 이러한 모습을 띄게 된 것일까. 먼저
서울시의 구조가 변화한 것에서 그 이유를 찾을 수 있다. 한양대 문화인류학과 김찬호 강사는 “서울의 구조가 재편되면서 연대 앞은
대학로 이외에 ‘부도심’이라는 기능을 강화하게 됐다”며 그 이유를 설명했다. 도시의 중추적인 역할을 담당하는 ‘도심’의 기능을 일부
분담하는 ‘부도심’의 역할과, 대학가의 역할을 연대앞이 동시에 담당하게 된 것이다.
이와 더불어 시대의 변화 역시 연대앞 문화공간에 큰 영향을 끼치고 있다. 대학가를 상징하던 전통 술집과 다방,
서점들은 점차 사라져가고, 오늘날 연대앞을 찾는 대학생들과 직장인들의 기호에 맞는 카페와 음식점들이 그 공간을 대신하고 있다. 김
강사는 “사회의 변화에 따라 연대앞 대학가를 상징하던 다방과 전통 술집, 사회과학 전문 서점들도 모습을 감췄다”고 밝혔다. 실제로
군부 독재와 민주화 시위로 상징되던 70,80년대에 많은 학생들이 찾아 사회에 대한 울분을 토로했던 전통 술집이나, 당시 대학생들에게
‘필독서’로 통하던 사회과학 서적을 판매하던 전문 서점들 역시 민주화 정권이 들어선 90년대 이후 쇠퇴의 길을 걷고 있다.
이러한 경향은 연대앞 공간의 성쇠에도 큰 영향을 끼치고 있다. 연대앞 문화공간은 크게 세 공간으로 구분된다. 신촌역과
현대백화점 주변을 포함하는 역세권, 수많은 맛집과 술집이 모여 있는 먹자골목. 그리고 이대와 연결되는 거리인 ‘걷고 싶은 길’이다
최근 연대앞 문화공간이 변화하면서 회사 건물과 백화점, 액세서리 상점 등을 비롯한 상가들이 모여 있는 역세권과 최근 맛집과 술집들이
많이 모이고 있는 걷고 싶은 길 주변은 전통을 자랑하는 먹자골목에 비해 상대적으로 크게 성장하고 있다. “사람을 만날 일이 있을 때,
주로 먹자골목보다 걷고 싶은 길이나 역 근처의 카페나 음식점에서 약속을 잡는다”는 엄소연양(인문계열·05)의 말처럼 이러한 경향은
곳곳에서 쉽게 확인할 수 있다.
몇몇 사람들은 이러한 모습이 지나치게 소비 지향적인 문화를 보여준다며 연대앞의 미래를 우려하기도 한다. 이에 대해 김
강사는 “당분간 계속될 이러한 변화를 긍정적 혹은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것은 옳지 않다”고 밝혔다. 단순히 연대앞 문화공간에 대해
이분법적으로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시대와 사회의 변화에 발맞추기 위한 방편으로서 파악해야 한다는 것이다.
혜화동 대학로와 함께 전형적인 대학가의 상징이었던 연대앞은 이제 새롭게 변해가고 있다. 대학생뿐만 아니라 직장인,
일반인 모두를 끌어안는 거대 공간으로서 연대가 그 역할을 훌륭히 수행하기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