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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촌의 불빛을 오늘도 바라보며, 내일을 향해 쏴라이대 앞 미용실 거리, 스탭들의 애환과 열정
  • 이민성 기자
  • 승인 2005.11.07 00:00
  • 호수 1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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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용특구지역으로 지정된 이대앞 거리에는 그 특성에 걸맞게 수많은 미용실들이 즐비해 있다. 머리를 하기 위해 찾는 사람들도 많은 만큼, 미래의 멋진 헤어스타일리스트를 꿈꾸며 각 지역에서 공부하러 오는 이들 또한 많다. 신촌지역의 수많은 대학생들과는 또다른 삶을 살아가고 있는 미용실 스텝들, 이들이 부푼 ‘신촌드림’의 꿈을 안고 올라와 겪는 생활상을 들여다봤다.

이대 앞 C미용실에서 스텝으로 일하고 있는 유진영씨(20). 그녀는 고등학교 3학년 때 전라남도 광주의 미용직업전문학교에서 미용공부를 하다가 친구 소개를 통해 상경하게 됐다. 낯선 타지에서의 생활에서 가장 힘들다고 느끼는 점에 대해 묻자 그녀는 ‘외로움’이라는 단어를 꺼냈다. 현재 유씨가 일하고 있는 곳의 경우 스텝의 약 95%정도가 지방에서 올라온 사람들이다. 자신을 포함한 다른 스텝들은 미용실에서 제공해주는 기숙사에서 생활하고 있는데, 1년에 한번 일주일간 주어지는 휴가기간 외에는 고향에 내려가기가 힘들다고 한다. 실제 유씨는 일을 시작한 이래 한번도 집을 찾아가지 못했다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스텝의 일상은 다른 20대의 일상적인 생활에 비해 많이 고된 편이다. 대부분 3년에서 4년간의 스텝기간을 걸쳐 헤어디자이너가 되는데, 그 과정 동안 슬럼프가 많이 찾아온다고 유씨는 말한다. 3개월 주기로 슬럼프가 온다고 해서 소위 ‘3·6·9’라고 표현한다는 이 시기를 잘 이겨내지 못할 경우, 포기의 길로 결심을 굳히는 경우가 빈번하다. 또한 아침 8시 30분부터 저녁 8시 30분까지 꼬박 12시간을 서서 일해야 하는 근무조건 때문에 육체적인 피로도 만만치 않으며, 스텝들에게 한 달에 한두번씩 주어지는 시험대비를 위해 밤 늦게까지 남아 연습을 하고 가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사람을 만나는 직업이다보니 대인관계에서 스트레스를 받기도 하고, 스텝이라서 어설픈 손놀림 때문에 손님들에게 냉대를 당해 속상한 일도 많이 생긴다고 한다.

또한 일부 관계자들은 아직도 일부 미용실에서의 근무환경이 크게 개선되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업무 외에도 은행에서 돈을 찾아온다거나 헤어디자이너가 필요한 물품 등을 사오는 잔심부름 등을 스텝에게 시키는 경우가 종종 있다는 것이 그들의 증언이다. 한 스텝은 “그럴 때 내 스스로가 마치 ‘종’이 된 듯 하다”고 스스로의 처지를 표현했다.
또한 과중한 업무량에 비해 제공되는 급여가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 또한 문제로 제기되고 있다. 실제 명동의 L미용실에서 스텝으로 일하다 그만둔 이승진씨(26)는 보통 첫 단계의 스텝이 받는 급여는 30~40만원선이었고, 단계별로 승급하더라도 5만원 안팎으로 밖에 월급이 늘지 않았을 정도로 급여의 액수가 적었다고 말한다. 쉬는 시간을 제외하고 하루 평균 11시간씩 일주일에 6일 동안 총 72시간을 일하게 되는데, 이는 최고 노동시간을 일주일 44시간으로 규정하고 있는 형행 노동법상에 위배된다. 또한 최저임금으로 정해진 시급은 3천1백원이므로 정상적으로 총 89만2천8백원 이상을 받아야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못하다.

하지만 스텝만이 누릴 수 있는 즐거움도 있다. 그들이 가진 세련된 헤어스타일은 모두 헤어디자이너의 손을 거친 것들이며, 틈 날 때마다 무료로 받은 것들이다. 일찍 사회인이 되어서인지 경제적으로나 생활면에서 자립심을 기를 수 있는 것 또한 스텝으로서 얻어갈 수 있는 장점 중 하나다. 예전에 비해 스텝의 근무환경 역시 개선되고 있다. 준오헤어 분당2호점 문정 지점장은 “과거에 비해 미용실이 하나의 브랜드로서 조직화되고 규모가 커지면서 전문적인 시스템을 통해 체계적인 교육과 민주적인 분위기를 조성할 수 있게 됐다”고 말한다. 현재 규모가 큰 미용실들은 2년반에서 3년 동안 총 5단계의 교육과정을 두고 있으며, 매 단계로 승급할 때는 시험을 거친 후 이를 통과할 경우 자격을 주는 제도로 운영되고 있다.

미용산업은 앞으로도 점차적으로 규모가 확대될 부가가치가 높은 분야다. ‘포기하고 싶은 순간은 없었느냐’라는 질문에 인터뷰를 한 대다수의 스텝들은 한결같이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있기 때문에 힘들어도 포기한 적은 없었다”고 말하는 이들. 꿈이 이뤄질 미래를 생각하며 일하는 이들의 열정이 화려한 이대앞 미용특구 거리를 찬란하게 하는 원동력이 아닐까.

이민성 기자  wait4you@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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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역 주변에 밀집해있는 미용실들

/사진 신나리 기자 journari@yonsei.ac.kr



내일의 헤어디자이너가 되기 위한 오늘의 커트 연습
/사진 신나리 기자 journari@yonsei.ac.kr



솔직담백한 유진영씨의 모습.
/사진 신나리 기자 journari@yonsei.ac.kr

/사진 신나리 기자 journari@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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