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하철 2호선, 오늘도 서울의 중심부를 달린다 /일러스트레이션 조영현 “띠리리리...열차가 곧 도착합니다...”정면에 ‘내선순환’이라고 적힌 열차가 들어오고 있다. 신촌역에서 잠실역으로 가려면 이 열차를 타는 게 맞나? 아니면 외선순환을 타는 것이 맞나? 다른 노선보다 유독 지하철 2호선을 타는 데 어려움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많다. 지방에서 올라온 학생들뿐만 아니라 평소 이를 자주 이용해 본 적이 없는 수도권 학생들도 예외는 아니다. “학기 초에 신림역에서 학교로 오는데 반대 방향의 열차를 타서 한참을 돌아 온 적이 있다”며 부산에서 올라온 오세혁군(사회계열·05)은 자신의 실수담을 얘기했다. 그렇다면 왜 유난히 지하철 2호선 타는 것을 두려워하는 사람이 많을까? 그 이유는 2호선의 독특한 ‘순환 구조’에 기인한다. 서울특별시 지하철 공사 종합사령실 이 찬 2호선 운전사령은 “2호선은 성수역을 기준으로 해서 반시계방향으로 뚝섬, 시청, 신촌으로 이어지는 외선순환과 시계방향으로 건대입구, 강변, 잠실로 연결된 내선순환으로 구분된다”고 설명했다. 지하철을 타기 전에 우선 가고자 하는 목적지가 성수역을 중심에 두고 어느 쪽에 있는지 노선도에서 확인하는 것이 실수를 피하는 요령이다. 지하철 2호선은 이와같이 복잡한 구조로 돼있지만, 각각의 역이 서울의 요지로 나름의 특색을 띄고 있어 둘러볼 만한 매력을 지녔다. 2호선을 따라 떠나는 나들이 - 서울숲, 삼릉 공원, 낙성대 지하철 2호선의 48개 역은 서울의 중심부와 여러 대학가를 경유하기 때문에 재빨리 서울의 핵심을 둘러보는 데 도움이 된다. 이러한 노선 편성 덕분에 2호선 주변에는 가볼만 한 곳이 많다. 최근 복원돼 새로운 휴식 공간으로 인기를 얻고 있는 청계천은 2호선을 타고가면 쉽게 갈 수 있다. 청계천은 2호선 부근을 흘러가므로 시청역, 을지로 3가역, 동대문 운동장역 어디에서 내리든 그 풍경을 감상할 수 있다. 이외에도 2호선은 시내 곳곳의 운치있는 장소와 연결돼있다. 올 여름에 개장해서 관심을 모으고 있는 ‘서울숲’의 아름다운 가을 정경을 보러 가길 원한다면 뚝섬역에 도착해 조금만 걸으면 된다. 또한 자연환경의 풍경과 동시에 역사적인 정취까지 느낄 수 있는 곳도 있다. 조선왕조의 능이 있는 선릉역과 고려시대 강감찬을 기린 낙성대역이 바로 그곳이다. 2호선 선릉역에 가면 일석이조의 경험을 할 수 있다.‘삼릉 공원’에 조성된 울창한 숲에서 휴식을 취하고, 세계 유일의 ‘짚, 풀 생활사 박물관’도 관람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편 고려시대 공신 강감찬 장군의 출생지에서 명칭이 유래된 낙성대역에는 이를 기념해 만든 ‘낙성대 공원’과 그 옆에 ‘덕수 이씨의 공원’이 잘 조성돼 데이트 코스로 인기가 높다. 특히 이곳은 관악산 등산코스와도 연결돼 있어 단풍이 물든 가을산의 풍성한 아름다움을 흠뻑 느길수 있다. ▲ 레일아트를 감상중인 시민들의 모습/레일아트홈페이지 자료사진

지하철에 머무는 동안 즐기는 문화

지하철 2호선의 역사 밖으로 나가서 서울 관광을 해봤다면 이제  내부에 마련된 다양한 문화 행사도 즐겨보자. 지난 10월 21일부터 지하철 2호선의 신형전동차 한 대가 음악열차로 편성돼 시범 운행되고 있다. 출퇴근 시간을 제외한 아침 10시 30분부터 낮 4시 30분 사이에 2호선 열차를 탔는데 은은한 클래식이 나오고 있다면 바로 음악열차를 탄 것이다. 이 열차를 타면 지하철을 타고 가면서 지루함도 덜고, 음악 감상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지하철역 안에서 자주 펼쳐지는 ‘레일 아트’ 공연은 놓치기 아까운 문화 체험 기회다. 최근 관객몰이를 하고 있는 영화 『내 생애 가장 아름다운 일주일』에서 극중 지하철 외판원인 임창정(김창후 역)이 공익 근무 요원의 단속에 쫓기는 장면과 오버랩된 인상적인 민속 음악 공연은 바로 다양한 레일 아트 공연 중 하나다. 바쁜 일상에 문화 체험을 할 기회가 없는 삭막한 도시 속에서 시민들은 레일 아트 공연을 통해 잃어버린 여유를 되찾을 수 있을 것이다.
공연일정은 레일아트홈페이지(http:// www.railart.co.kr)를 방문하면 확인할 수 있다. 이번 주에도 구로 디지털 단지, 영등포 구청, 사당역 등에서 허길동, 엄진서, 별라군 등의 공연이 있을 예정이다. 

한가로운 오후에는 무작정 지하철 2호선 열차를 타보는 것은 어떨까? 복잡한 통학 시간과는 달리 2호선을 ‘지옥철’이 아닌 나름의 휴식처로 삼을 수 것이다. 2호선에는 음악 열차에서 클래식 감상, 역사에서 레일 아트 공연 구경, 마음 닿는 곳에 내려 서울의 가을 나들이 등 각종 기회가 열려있다. 우리 삶과 밀접한 지하철, 교통 수단으로 이용하는 데서 그치지 말고 풍요로운 삶을 누리는 데 백배 활용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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