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언가 산뜻하고 짜릿한 자극이 필요하다면, 또는 번뜩이는 젊은 상상력들을 만나고 싶다면 서울국제공연예술제(아래 예술제)로 오라! 살아 숨쉬는 무대 작품들의 새로움이 뇌를 씻어 말리는 신비한 경험을 선사해줄 것이다.

서울공연예술제?

어쩌면 너무 생소한 단어일지 모른다. 하지만 국제, 공연 그리고 예술이라는 단어들의 조합이 무언가 심상치 않은 기운이 느끼게 한다. 올해로 5회를 맞는 예술제를 간단히 설명하자면 연극, 무용, 음악 등 모든 공연예술 장르를 아우르는 공연예술축제라고 할 수 있다. 문화관광부, 서울특별시, 한국문화예술진흥원에서 후원하며 지난 9월 23일(금) 시작돼 오는 16일(일)까지 계속되는 예술제에는 무엇인가 특별한 것이 있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단순한 ‘공연’의 형태가 아니라 ‘예술’이라는 거창한 단어에 포함될 수 있을만한 국내외 여러 작품들이 관객들과 좀 더 가까운 자리에서 호흡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물론, 독일, 러시아, 일본 등 12개국의 총 22작품이 문예진흥원 예술극장, 서강대학교 메리홀, 국립극장, 충무아트홀 등에서 펼쳐지고 있다.

처음, 그리고 지금에 이르기까지

예술제는 지난 2001년으로 그 역사를 거슬러 올라간다. 월드컵을 앞두고 한창 여러 가지 스포츠 행사가 진행되던 2001년, 우리나라에는 프랑스나 영국에 비해 그에 견줄 문화공연 행사가 존재하지 않았다. 여기에 20년의 역사를 지니고 있었던 서울 연극제와 서울 무용제를 합쳐서 만들어진 것이 예술제의 그 시초다. 하지만 지금의 예술제가 되기까지는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다. 2002년 월드컵이 끝난 후에는 다시 연극제와 무용제가 독립돼 나가게 되고 2003년부터는 예술 감독제로 진행돼 오다가 올해는 사단법인화 됐다. 한 순간 즐기는 ‘축제’의 가장 큰 문제점이 있다면 바로 조직이 안정적이지 못하다는 것. 우리나라 대부분의 ‘축제’ 형식의 문화행사는 일회성의 성격을 띠고 있기 때문에 안정적인 조직 체계를 갖추고 있기 힘든 경우가 많다. 하지만 올해로 사단법인화 된 서울국제공연예술제는 김광림 한국예술 종합학교 연극원 교수와 함께 이제 안정적인 시스템으로 힘차게 새로 출발한 것이다.

새로운 형식에 대한 도전 

예술제는 사실 5회까지 진행돼 오면서 대중성면에서는 점점 멀어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것은 아마 예술제의 취지가 영리추구의 목적이 아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추구해오는 그 방향성은 점점 더 뚜렷해지고 있다. 홍보팀장 전영지씨는 “새롭고 참신한 작품들을 대거 예술제에 참가시킨 이번 예술제 특징은 ‘새로운 형식’에 대한 도전과 형식 발전의 역사”라고 말한다.
또한 이번 예술제는 작년부터 준비했기에 작품 완성도 면이나 관객들의 상반된 뚜렷한 입장을 이끌어낼 수 있는 ‘철학’이 담겨져 있었다는 점에서 지금까지의 역대 예술제에 비해 뛰어났다고 평가된다. 그 대표적인 예가 바로 개막극 『맥도날드의 광대 로널드 이야기』다. 패스트 푸드 뿐만 아니라 메이드 인 USA로 대표되는 문화를 비판하며 일상이 돼버린 현실에 파격적인 표현방식을 빌어서 이 세계를 조금 낯선 시각으로 바라보게 해주는 이 작품은 공연예술이 얼마만큼 충격적일 수 있는지 보여준다. 우리가 늘상 먹던 음식들로 난장판이 된 무대, 그 위를 발작하며 뛰어다니는 반라의 배우들. 어쩌면 너무나 충격적인 작품이지만 통쾌하다, 참신하다는 의견을 이끌어낸다. 물론 이런 파격적인 표현 방식을 비판하는 사람들도 적지않다. 이렇게 관객들의 시각이 분분하긴 했지만 입장을 뚜렷하게 이끌어 낼 수 있었던 것은 분명 ‘철학’이 담겨져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예술제가 이런 파격적 작품으로만 이루어진 것은 아니다. 관객들에게 호응을 이끌어내는 작품들, 행사들 또한 눈에 띈다. 특히 자본주의 사회를 살아가는 등장인물들의 다양한 욕망, 돈과 물질에 대한 갈구, 인간과 인간 사이에 빚어지는 환상을 그린 서쪽부두와  백범 김구 선생과 이봉창의 회동을 축으로 동서고금의 테러리스트를 모아 일상적인 접근을 시도한 『자객열전』은 연일 매진을 기록하며 화려한 막을 내렸다. 또한 이번 예술제 부대행사 중 가장 대중들에게 반응이 좋았던 ‘악인악담’ 역시 주목할 만하다. 저렴한 가격에 공연과 토크를 한번에 즐길 수 있는 ‘즐거운 사람들과 즐거운 이야기를 나누는’ 악인악담. 소설가 김영하, 배우 권해효, 오지혜가 각각 공연전 관객과 만나 연극과 삶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 뒤 연극을 보고 난 뒤 다시 이야기를 나누는 형식이다. 직접 이들과 만나 함께 문화, 예술에 대한 자유로운 생각 그리고 공연까지 함께 나눌 수 있는 이 행사는 아쉽게도 이제 한 번의 기회만 남겨두고 있다. 14일(목) 문예진흥원 소극장에서 펼쳐지는 『빨간도깨비』 후 권해효와의 대화가 바로 그것이다.

내일을 향해 쏴라

이제 서울국제공연예술제는 끝을 향해 막판 스퍼트를 내고 있다. 무용 공연인 『H2 2005 브레이크 댄서들』은 특히 주목할 작품. 80년생의 어린 안무가의 연출이 돋보인다. 거리공연 브레이크에 철학을 합한 이 공연은 박진감 있는 공연에 지적인 면이 더해져 펼쳐질 예정이다. 이외에도 폐막작 『K』, 『빨간도깨비』, 『Twin houses』, 『터미널』 등이 관객들을 기다리고 있다. 진정한 ‘예술’을 위해 끊임없이 변화하며 발전을 모색해가는 서울국제공연예술제. 앞으로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예술’ 축제의 하나로 자리매김 해가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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