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의 예산문제를 비판하며 ‘투쟁’적인 시위를 벌이는 정치운동세력 총학생회(아래 총학)는 아이러니컬하게도 정작 자신의 주머니 단속은 터무니없이 방만하게 운영하고 있었습니다. … 이에 저희 선본에서는 ‘예산 사용 후 1주일 이내’에 그 사용내역을 총학 홈페이지에 게재해 모든 연세인들이 한 학기에 한 번이 아닌 학기 내내 총학의 예산을 모니터링할 수 있도록 제안합니다. / 41대 총학은 지난 선거 당시 8개의 복지공약을 내세웠고, 그마저도 증발해버린 순도 1백%의 알코올로 제조됐음이 드러난 바 있습니다. …그들은 정치운동에 많은 돈을 할애하면서도 정작 학생복지에 관한 사소한 공약도 제대로 지키지 않는 사기꾼이었던 것입니다.

▲윗글은 지난 42대 총학 선거 당시 ‘탈정치 작은 총학’ 선본이 정책자료집을 통해 밝힌 41대 총학의 공약에 대한 적나라한 평가와 그들의 제안을 간략히 인용한 것이다. 10개월여를 달려온 42대 총학. 그들의 공약 이행 정도는 과연 어떠한지 되짚어보자.

▲‘예산 사용 내역 수시 공개’부터. 우리는 지난 신입생 오티와 관련된 결산 내역 공개 이후 그 어떠한 재정보고도 듣지 못했다. 얼마 전에는 지난 5월 대동제 때 받았어야 할 상금을 석달이 지난 8월이 돼서야 받은 피해자가 발생하는 웃지 못할 촌극이 벌어지기도 했다.

▲총학이 야심차게 공약한 토론회들 역시 잊을 수 없다. 하나는 총학의 정책을 두고 격의 없는 논의를 하자는 정책토론회였고, 다른 하나는 시사적 쟁점사안에 대해 운동권적 시각을 배제하고 보다 합리적으로 토론하자는 이슈시사토론회였다. 1년 동안 각각 4회와 8회에 걸쳐 열겠다던 토론회들은 지금까지 어디선가 열렸다는 얘기도, 앞으로 언젠가 열릴 것이란 얘기도 ‘깜깜 무소식’이다.

▲이외에도 학내 정보네트워크 단일화, 여학우 전용 강의 신설, 과외 온라인 중계제도 실시, 자전거 대여사업, 학생식당 원산지 표기 의무화, 기숙사 매점의 생협 직영화 등의 복지공약은 그들의 표현대로 ‘순도 1백%의 알코올’ 혹은 ‘사기꾼’이라는 막말을 들을지도 모를 공(空)약으로 남아있을 뿐이다.

▲물론 총학이 성취해낸, 결코 간과할 수 없는 공약들도 있다. 일부 학내단체와의 마찰을 무릅쓰고 지켜낸 ‘중도 앞 행사 전면 철폐’, 중앙운영위원회의 의결을 뒤엎으면서까지 수호한 ‘투쟁적인 학생운동의 지양’, 그리고 과감(?)했던 ‘백양로 현수막 철거’까지. 그런데 보아하니 이들 모두가 적어도 필자의 눈에는 ‘교육권의 확보’, ‘학내 복지 향상’을 달성하기 위한 것이라기보다는 그들 나름의 ‘탈정캄를 사수하기에 적합했던 공약의 성취로 보인다.

▲지금까지 총학의 공약 이행 정도를 한마디로 평가하자면, ‘탈정캄는 달성된 공약이요, ‘학내 복지 향상’은 실패한 공약이다. 애석하게도 그들이 그렇게도 비판했던 운동권 총학과 ‘탈’이라는 글자 하나의 차이만 보여줬을 뿐이다. 총학이 ‘금과옥조’처럼 지켜야 할 공약과 간단히 무시해도 되는 공약이 따로 있을 수 없다. 만약 공약의 우선순위를 나눠야 한다면, 남은 임기 동안에는 지금까지와 다르게 접근하기를 바란다. 2만 연세학우들이 총학의 정치적 성향에 단지 지지 혹은 반대 혹은 무관심만 표현하는 것이 아니라, 진정 연세의 주인임을 인식할 수 있도록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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