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통과 현대사이. 쌈지길의 조화를 위한 줄타기는 오늘도 계속되고 있다./신나리 기자 journari@yonsei.ac.kr

‘서울시 종로구 관훈동 38번지 쌈지길’

말로만 들으면 한 거리의 이름일 것 같은 쌈지길은 지난 2004년 12월 인사동에 문을 연 하나의 건물이다. 인사동의 전통을 보존하면서 현대문화를 흡수할 수 있는 공간을 조성하자는 목적에서 만들어진 이 곳은 최근 인사동의 중심지로 급부상했다. 하지만 쌈지길은 인사동 부활의 구심점이라는 목소리와 기존 인사동 전통성의 위기라는 반론 사이의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쌈지길은 침체된 인사동 거리에 새로운 활기를 가져왔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평소 인사동에 자주 들른다는 이근영씨(22)는 “쌈지길이 생긴 이후로 인사동에 사람이 전보다 더 많아진 것 같다”고 말해 인사동의 활성화를 보여줬다. “차이나 거리라고도 할 만큼 중국물건이 많은 인사동에서 상품개발을 통해 한국물품을 창조해낸다는 것은 긍정적이다”는 골동품점 ‘구하산방’ 홍수희 대표의 말처럼 외국 물건들이 난무하는 인사동 시장에서 국산 토속품을 만들어 판매하는 쌈지길의 시도는 지금까지 좋은 성과를 거두고 있다.

하지만 쌈지길은 인사동 전체 문제의 해결책이 되기엔 ▲그의 상업성으로 인해 인사동 고유의 전통성이 사라진다는 점 ▲늘어난 유동인구에 비해  매장의 매출에 변동이 없다는 점 등의 한계점을 안고 있다. 쌈지길에 위치한 한 매장의 류아무개 직원은 “같은 물건인데도 쌈지길 내의 매장에서는 타 가게보다 더 비싼 가격으로 잘 팔린다”며 상업적인 측면을 간과할 수 없음을 강조했다. 30년동안 붓을 판매해 왔다는 김진태씨(56) 역시 “쌈지길 같은 상업적인 공간이 생김으로 인해 본래 존재하던 전통적인 가게들이 다른 곳으로 옮겨갈 처지에 놓이게 되었다”고 하소연했다. 또한 대부분의 상점 주인들은 작년과 비교해 ‘여전히 사람도 뜸하고 장사도 안된다’는 비관적인 반응을 보였으며, 오랜 불경기에 시달린 듯한 모습은 인사동의 침체상황을 실감케 했다.

쌈지길은 인사동에서 볼 수 있는 전통과 현대 대중문명을 조화시키려는 목적을 가지고 건설됐다. 하지만 그것이 인사동 문화의 쇠퇴를 야기해선 안된다. ‘조화’라는 것은 상호 유기적이고 상생적인 관계가 유지될 때 이룰 수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기존에 자리잡고 있던 고유 상점들과의 지속적인 상호교류 및 연계의 노력이 필요하다.

쌈지길은 인사동 부흥의 열쇠를 쥐고 있는 곳이다. 독주가 아닌 합주를 통해 인사동이 예전에 가지던 낭만의 물결을 다시 일으킬 수 있을지 앞으로의 전망이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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