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의도
무더운 여름입니다. 어떻게 더위를 이겨내고 계신가요? 『연세춘추』가 준비한  '공포 ' 이야기들과 함께 잠시 더위를 잊어보는 것은 어떨까요?

본격적으로 시작된 무더위, 이와 함께 기승을 부리기 시작한 것이 있으니 바로 ‘공포영화’다. 이제 바야흐로 공포의 계절이 돌아온 것! 지난 20일, 저녁까지도 햇볕이 유난히 뜨3거웠던 이 날 신촌 아트레온영화관에는 『분홍신』과 『여고괴담4-목소리』를 보러 온 사람들이 끊이질 않았다. 더구나 방학을 맞은 여고생들까지 가세해 공포영화의 인기를 실감하게 했다. “공포영화가 주류장르는 아니었다. 지난 1960년대 잠깐 붐을 이루긴 했었지만 1997년 이후 갑자기 인기를 얻게 됐다”는 백문임 교수(문과대·영상문학)의 말처럼 공포영화는 현재 영화 장르의 하나로서 당당하게 그 길을 개척해가고 있다.

흉측한 외모, 사악한 행동의 인물들, 절박한 상황이 주가 되어 끔찍한 살인이 일어나는 광경들까지. 공포영화에서 어느 것 하나 아름다운 장면이나 관객들의 마음을 행복하게 해주는 요소라고는 존재하지 않는다. 굳이 하나 찾는다면 조마조마하게 마음을 졸이다가 등장인물이 위험을 피하게되면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정도? 두시간 내내 긴장을 늦출 수 없게 하는 공포영화. 분명 썩 반가운 존재는 아니다. 노약자나 어린이에게, 또는 심장이 약한 사람들에게는 특히 더! “무서워서 꺅~소리를 지르기도 하고, 진짜 못 볼것 같은 장면이 나올 때는 눈을 감아버리기도 한다”고 말하는 이화공양(행정·04)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여름들어 공포영화가 2번째다. 도대체 왜, 어떤 매력이 관객들로 하여금 자꾸만 그 끔찍한 체험속으로 빠져들게 하는 것일까.

▲ 무더운 여름날의 공포영화. 사람들을 빠져들게 하는 묘한 마력을 지니고 있다. /일러스트레이션 조영현
“공포영화를 통해 사회에서 금기시된 것 또는 억압된 것들을 깬다는 것에서 관객들은 일종의 대리만족을 느낀다”고 백교수는 사람들이 공포영화를 즐기는 이유에 대해 분석했다. 아무리 싫어하는 사람이 있어도 그 사람을 해친다는 것은 사회적인 존재인 인간으로서 해서는 안되는 일이다. 하지만 공포영화는 이런 억압된 사람들의 욕구들을 시원하게 해소해준다. “공포영화는 그 시대에서 가장 억압된 장소를 배경으로 한다”는 영화평론가 심영섭씨의 말에서도 공포영화와 억압의 관계를 알 수 있다.

또 하나의 이유는 공포영화가 주는 그 ‘공포’가 그저 끔찍하기만 한 것이 아니라 바로 인간에게 내재해 있는 근원적인 두려움을 자극하기 때문이다. 인간 본연의 내면에는 가장 궁극적으로 ‘죽음’이라는 거대한 두려움이 깊숙히 자리잡고 있다. 바쁜 일상 속에서 잊고 살아가긴 하지만 누구나 인간은 다 ‘죽어야’하는 존재이기 때문에 죽음에 대한 공포를 피할 수 없다.

또한 실제로 공포영화를 보면 체온이 내려간다는 사실! 민성길 교수(의과대·신경정신)는 “공포영화를 보면 긴장하게 돼 몸이 잠재적으로 적에 대한 대비를 하게되는데 이때 모든 기관이 에너지를 만드는 데 집중을 하게 된다”며 “따라서 ‘피’가 흐르는 양 또한 줄게 되면서 체온이 내려간다”고 말했다. 즉, 공포영화를 통해 어느 정도의 더위를 잊을 수도 있는 것이다.

이렇게 크게는 사람들에게 내재돼 있는 기본 ‘심리’를 이용해 사람들을 자극시키는 공포는,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 안에는 여러가지 공포를 느끼게 해주는 특정 소재나 효과가 존재한다. 또한 이런 것들은 시대에 따라 사회, 문화적 맥락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 예전의 공포영화에 자주 등장하던 긴 머리를 한 처녀귀신은 좀처럼 보기 힘들어졌고 핸드폰이나 인터넷 등을 소재로 한 공포가 등장하고 있다. 사람들이 느끼는 공포의 종류가 다양해지고 변화함에 따라 공포영화의 방식이나 소재들 또한 많은 영향을 받고 있는 것이다.


달라진 공포,
그 얼굴을 들여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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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관객들의 큰 호응을 받고 있는 「분홍신」의 한 장면
▶누구도 믿을 수 없다 - 인간이 두려워하는 존재인 귀신, 악마, 괴물 등 흉측한 ‘타자’가 예전부터 기본적인 공포영화의 모티브였다면 이제, 공포의 대상은 점점 가까워지고 있다. 믿고 의지했던 친구. 심지어 이제 가족도 의심의 여지에서 벗어날 수는 없다. 최근 개봉한 『분홍신』에서는 현대 가족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을 담으며 공포로 연결시키고 있다. 이외에도 『아카시아』나 『4인용 식탁』 또한 가족이 더이상 안전한 테두리가 아님을 보여준다. 가장 믿을 수 있는 사람에 대한 ‘불신’ 그리고 불신할 수 있다는 생각 자체가 우리에게는 공포로 다가올 수 있는 것이다.
▶이제 ‘내’가 가장 무서운 존재가 되고 만다 - “내가 아닌 어떤 존재에서 공포를 느끼다가 점점 가까운 인간, 그리고 요새는 ‘내가 직접 유령이 되는’ 형태가 나타나고 있다”는 심씨의 말처럼 나 조차도 완전하게 믿지 못하며 괴물이 내 안에 있을 수 있음에 대한 두려움을 자극한다.
▶소리로 주는 공포 - 이제 귀신이나 괴물을 ‘보는’것 만으로 관객들을 놀라게하지는 않는다. 음향 효과 기술의 발달로 요즘은 청각적인 요소의 공포가 시각적인 것보다 더 많은 공포를 느끼게 해준다. 스산한 귀신의 울음소리에 놀라서 소리 지르는 시대는 지났다. 최근 『여고괴담 4』, 『목소리』, 『첼로』는 아예 소리 자체가 주는 공포를 다뤘다. 기계음이나 영화 중간중간에 나오는 효과음은 관객들의 귀를 괴롭히기 마련이다. 관객들은 특정 소리가 들릴 때마다 조건반사적으로 오싹해지며 귀에 거슬리고 진저리 쳐지는 소리는 관객을 ‘파블로프의 개’로 만든다. “지금까지의 귀신은 시각적으로만 드러났는데 앞으로는 보이지 않고 소리만 있는 실체가 귀신이 될 수도 있다”고 심씨는 전망했다.

공포를 느끼게 해주는 여러가지 소재들은.시대에 따라, 사회 문화적 맥락에 따라 변화해왔다. 공포, 우리 주위에서도 얼마든지 그 소재를 찾을 수 있는 것이다. 점점 다양한 소재와 발달된 기술로 관객들에게 한층 더 가깝게 다가올 공포영화를 기대해 본다.


/윤현주 기자 gksmf07@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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