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주캠 여학생 시설을 둘러보다

정부는 양성간의 차이를 인정하고 진정한 의미의 양성평등을 이뤄내자는 취지에서 지난 2001년 여성부를 신설했다. 이에 따라 여성부는 고등교육을 받은 여성을 국가의 중요한 인력으로 활용하기 위해 취업이나 복지증진에 신경쓰고 있다. 그러나 현재 원주캠에 재학 중인 여학생들에게는 너무나도 먼 이야기일 뿐이다.

유명무실한 여학생센터

원주캠 학생복지처에는 지난 3월 1일부로 여학생센터가 생겼다. 여학생센터는 원주캠 여학생들의 취업, 복지, 여학생관련 교과목 관리, 여학생 휴게실 관리 등 여학생에 관련된 전반적인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하지만 여학생센터가 생긴 이래 한학기가 다 지나가도록 별다른 업무 성과나 진행되고 있는 사업에 대한 소식도 없어 기능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여학생센터가 이렇게 부실하게 운영돼 온 이유는 ▲여학생센터의 설립을 반기지 않는 학교측의 태도 ▲센터 문을 여는 것에 급급해 부족했던 준비 ▲여학생센터 조직 구성원의 비전문성 등이다.

비록 여학생센터가 생기기는 했으나 그 과정에서 학교측은 미온적인 태도를 지속해서 설립에 부정적인 것이 아니냐는 추측을 낳고있다.

여학생부처장 이정자 교수(문리대·수리통계학)는 “학교측에 20년 동안 지속적으로 여학생센터 설립을 요구해 왔음에도 불구하고 단지 교내에 존재하는 부서의 수가 많다는 이유로 반대해 오다가, 이번에 그나마 문을 열게 된 것”이라고 말해 여학생센터가 설립되기까지 학교측과의 많은 마찰과 어려움이 있음을 밝혔다.

또한 여학생센터는 별도의 부서이나 독립된 공간도 없고, 학교측의 예산 지원도 부족해 사실상 여학생들에 관련된 업무를 보기에는 여건이 너무나 열악하다는 문제도 안고있다.

이러한 상황임에도 학교측은 별다른 예산 편성에 대한 계획이 없는 상태다. 이교수는 “한 부처가 생기기 위해서는 보통 책임자를 두고, 부처가 담당할 업무와 부서구성 및 예산 등이 우선 결정돼야 한다”며 “그러나 아무것도 준비되지 않은 상황에서 일단 센터부터 열게 된 점이 아쉽다”고 말했다.

또한, 여학생센터는 현재 여성학, 사회학, 복지학 등을 전공한 전문가 없이 생활관장을 겸직하고 있는 여학생부처장과, 청파·한경범장학회 일을 겸하는 사무보조 직원 하나로 구성돼있다. 이는 각 분야를 전공한 전문가들로 구성된 다수의 여성 연구원들이 여성인력개발을 위해 연구를 하고 있는 신촌캠의 상황과 극히 대조된다.

이러한 차이에 대해 학교측은 예산 관계상 전문가를 고용하기는 커녕, 별도의 직원을 고용하기도 어려운 실정이라고 한다. 이교수는 “아직은 실질적 업무를 시작하지도 못한 설립 초창기이므로 문을 열었다는 것 자체에 상징적 의의를 둬야 한다”고 말했다.

여학생 의견을 수렴할 대표의 부재

원주캠에는 신촌캠과 달리 총여학생회(아래 총여)도 없다. 지난 1986년 원주캠에도 총여가 있었으나 당시 학생들은 호응도 적었을 뿐더러 총여라는 단체를 둔다는 것 자체가 오히려 역차별이라며 1988년 폐지를 요구했다. 대신 총학생회 아래 여성국을 두고 업무를 대신하기로 했으나 그마저도 규모가 점차 작아지다 사실상 사라지게 됐다.

각 학과여학생회를 관리 및 후원하던 여성국의 규모가 작아짐에 따라 학과여학생회 또한 현재는 주로 친목도모를 목적으로 하는 비공식 단체가 되거나 과에 따라 사라진 경우도 있다.

이러한 문제를 총학생회측도 어느 정도 인지하고 있다. 총학생회장 송혁군(의공·01휴학)은 “여학우들의 취업·복지문제 등 당면한 과제들은 여성이 아니고서는 알기 어려워 여학생의 의견을 수렴할 대표자의 필요성을 느낀다”며 “이에 따라 총학생회 내에 여성국을 둬야한다는 논의가 현재 진행 중이며 방학 중에 구체적인 계획을 짜 학과 여학생회장들 중 한명을 선출해 여성국장으로 임명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덧붙여 송군은 “방학중에 계획을 짜서 2학기에 가능한 사업을 펼칠 계획”이라며 “이런 과정을 통해 여성국의 틀을 잡는 것을 목표로 하고, 실질적인 복지 사업은 다음 차기 회장단에게 기대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제 시작되는 원주캠 여학생 복지

현재 원주캠의 여학생 복지 상황은 관리 인력이 부족해 평상시 잠겨있는 여학생 휴게실에서부터 여학생 복지 증진을 위한 예산 및 전문 인력 부족까지 많은 부분에서 미흡함을 드러내고 있다. 이 모든 것이 아직은 시작하는 단계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하는 이교수는 “여학생 복지를 위한 설비가 원주캠에 많이 부족한 것이 사실이지만 앞으로 남은 임기 동안 차근히 마련해갈 것”이라고 밝혔다. 여학생들의 복지 증진이 누구 한사람만의 노력으로 이뤄지는 것은 아니다.

 여학생들 스스로가 기존의 학과 여학생회를 효율적으로 활용하려는 의식을 가져야 할 것이다. 또한 학교측에서도 여학생센터가 남학생들에게 역차별을 하는 단체로 남성에 대한 투쟁을 목적으로 한다는 부정적 시각을 버려야 한다. 그리고 여학생들이 겪는 어려움을 도와줄 실질적 평등을 위한 기구로 바라보고 후원해줄 필요가 있다. 상호간의 노력만이 원주캠 여학생의 복지 증진을 위한 첫걸음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저작권자 © 연세춘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