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 박정희』를 둘러싼 논란

단군 이래 가장 존경받는 사람 1위. 바로 박정희 전 대통령이다. 하지만 박 전대통령은 집권시절의 활동과 사후의 영향력에 관한 학계나 정계의 평가 부분에서 가장 논란이 되는 인물이기도 하다. 지난 16일 민족문제연구소(아래 민족연)와 뉴스툰이 합동 기획한 『만화 박정희』의 출간은 이러한 박 전대통령에 대한 평가와 그가 지니는 의미의 확립에 대해 논쟁의 불씨를 지피고 있다.

『만화 박정희』에는 박 전대통령의 친일행각과 좌익활동, 그리고 그에 이은 배신과 군사 쿠데타, 집권 과정 등이 사실적으로 묘사돼 있다. 만화는 박 전대통령의 여성편력과 정경유착, 그리고 권력유지를 위한 인혁당 사건·민청학련 사건조작 등이 여과없이 묘사됨으로써 많은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특히 정권유지를 위해 박 전대통령이 행한 고문과 사법권의 독점 등도 적나라하게 표현됐다. 이들은 만화라는 시각매체의 장점을 살려 독자들에게 더 쉽게 부각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 때문에 『만화 박정희』는 박 전대통령에 대한 단정적인 평가가 없더라도 묘사에 따른 파급력이 상당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민족연 방학진 사무국장은 『만화 박정희』의 출간에 대해 “박정희를 극복하지 못하면 한국 정치는 발전이 없다”며 “우리 현대사가 단 한번도 극복하지 못했던 박정희를 극복하기 위한 일환으로 작업을 시작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승만 전 대통령은 4·19로, 전두환 전 대통령은 지난 1987년 6월 항쟁으로 독재와 억압에 대한 과오 평가가 이뤄졌지만 유독 박 전대통령만이 역사적 영웅이자 우상으로 남아 공정한 평가가 이뤄지지 못했다는 것이다. 『만화 박정희』의 내용을 구성한 백무현 화백 역시 “박정희는 여전히 살아 있는 권력”이라고 말한다. 백화백은 “아직까지 우리사회의 기득권층 중에는 박정희 통치 시절 기득권을 잡았던 친일파와 군부 세력들이 많으며, 이는 곧 박정희와 같은 독재자가 다시 나타날 수 있는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다”고 이야기했다. 따라서 박 전대통령의 잔재 의식 자체를 극복하고 여전히 살아있는 그의 권력을 타파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만화 박정희』의 출간에 반대하는 움직임 역시 적지 않다. ‘박근혜를 사랑하는 모임(아래 박사모)’ 등의 단체들은 책의 내용이 박 전대통령의 업적은 접어두고 치부만 드러낸다며 크게 반발하고 있다. 이들은 박 전대통령이 이룩한 경제적인 업적과 공로까지 매도하는 것에는 문제가 있다고 주장한다. ‘반핵·반김공동본부’ 본부장 서정갑 동문(지난 1964년 행정학과 마침)은 “박정희 전 대통령의 경제적인 업적마저 깎아내리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한쪽으로만 편향돼 문제를 바라보는 것은 분명 왜곡된 시각”이라고 비판했다. 또한 이들은 박 전대통령과 관련해 의혹으로 남아있는 부분들을 마치 기정 사실인 양 묘사했다며 반박한다. 박사모 정광용 대표는 “『만화 박정희』가 박정희 전 대통령과 관련된 명확하지 않은 내용을 마치 진실인 양 묘사하는 것은 사실왜곡의 의혹이 있다”며 문제점을 지적했다.

박사모 측에서는 현재 『만화 박정희』에 대항할 『인간 박정희』라는 만화를 준비중에 있다. 이들은 『인간 박정희』의 기획이 ‘자라나는 청소년들이 왜곡된 역사적 시각을 갖지 않게 하기 위함’이라고 말하고 있으며 아직 구체안은 마련되지 않았다. 그러나 오히려 『인간 박정희』가 지금 문제로 지적되고 있는 박 전대통령에 대한 지나친 우상화와 과대포장된 영웅주의를 더 강화하는 건 아닌가라는 의문도 제기되고 있다.

지금도 사람들은 사회의 경쟁에서 뒤쳐지거나 생활이 불안정해지면 “일한 만큼 배불리 먹고 맘편히 살 수 있었던 박정희 대통령 때가 좋았지”라며 과거에 대한 향수를 버리지 못하고 있다. 또한 그런 무의식적인 인식을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자신들의 후손에게 전해주고 있다. 이런 현실에서 『만화 박정희』는 박 전대통령 시대를 직접 겪지 않은 세대를 대상으로 그 당시의 실상을 보여주려는 작은 시도로 평가할 수 있다.

우리 사회가 박 전대통령을 극복한다는 것은 마음 속에서 민족적 영웅, 영원한 우상으로 살아 숨쉬고 있는 박 전대통령에 대한 새로운 고찰과 객관적 시각을 갖는 과정이다. 공정한 평가 없이 ‘신화’가 된 ‘박정희’. 이제 객관적 시각으로 그를 재평가하는 것이 우리에게 주어진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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