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탈을 고민하는 연세인의 이야기

바쁘게 백양로를 거닐다 문득 ‘뭐가 매일 이렇게 똑같지? 뭐 화끈하고 신나는 일 없을까?’ 라는 불만에 빠져 본 적이 있을 것이다. 그렇다고 자우림의 노래 ‘일탈’의 한 구절처럼 ‘아파트 옥상에서 번지점프를, 신도림 역 안에서 스트립쇼를’ 할 수도 없는 노릇이니, 답답함에 가슴만 칠 뿐이다.

규정된 것에서 벗어나는 일탈에 대한 욕망은 사람들에게 수많은 고민을 줄 뿐, 이를 해결할 방법을 가르쳐 주지는 않는다. 이러한 고민에서 연세인 역시 자유롭지 못할터, 연세상담센터 조영아 상담원을 통해 일탈에 대한 연세인의 고민을 들어봤다.

“저는 두개의 동아리에서 책임있는 직책을 맡고 있고 반활동도 열심히 했습니다. 하지만 이제 점점 열정이 식어가면서 그저 책임감 때문에 하루 하루를 버티고 있는 중입니다. 모든 관계와 활동을 끊고 무작정 휴학만 해버리고 싶네요”

반복되는 바쁜 일상에 지쳐서 겪는 일탈욕구는 많은 학생들이 느끼는 고민이고, 어느 순간 하루하루가 부담스러운 상황이 극에 달해 모든 현실에서 회피하는 극단적인 선택을 해버리기도 한다. 이에 조상담원은 “잠시 멈춰서서 자신을 이해하려는 시간이 필요하다”며 신중한 태도를 부탁했다. 정말 활동들이 싫어진 것인지 아니면 그 활동에서 부과되는 책임감과 평가에 부담을 느끼는 것인지에 대한 변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덧붙여 짧은 시간이나마 여행을 갔다오는 등의 재충전의 시간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지금 제 모습과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고 싶어요. 아무도 날 아는 사람이 없는 곳에서 지금과는 다르게 살면 좋겠어요. 그런데 막상 현실에서는 그러지 못하고 사이버 공간에서 전혀 다른 사람처럼 행동하거나 별것 아닌 일에 욕설을 하며 자유로움을 느낍니다. 이런 제가 너무 이상한 사람 같아요”

현실에서의 변화는 두렵고 가상에서의 변화는 쉽기 때문에 그곳에서 만족을 찾으며 만남을 즐기는 일이 많지만 중요한 것은 현실이다. 조상담원은 “어렵더라도 실제로 주위 사람들을 만나며 조금씩 달라진 모습을 보이려 노력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특히 인터넷 상에서 사람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고 만족스러웠던 순간에 느꼈던 자신감을 생각하며 주위 사람을 만났을때도 그런 모습을 드러내려고 시도해 보라고 조언했다. 주위에서 말하는 ‘변했다’는 평가를 즐겨보라는 것이다.

“혼자 있을 때는 안 그러는데 친구들과 함께 있으면 수업이고 과제고 다 때려치우고 나이트클럽이나 술집에 가서 놀아버려요. 정말 이러지 말자고 해놓고도 친구들이 놀자고 하면 거절하기가 힘들고, 그래서 어울리다 보면 나도 모르게 어긋난 행동을 하고 맙니다”

많은 일탈들이 집단 속에 있을 때 벌어진다. 혼자 있을 땐 왠지 주눅이 들고 자신감이 없다가 많은 친구들과 함께하면 평소에는 하지 않는 일탈적인 행동을 하는 것이다. 이런 행동들에 문제의식을 가지면서도 쉽게 거절하지 못하는 것에 대해 조상담원은 “자신의 거절이 상대방의 기분을 상하게 하고 결과적으로 관계가 끊어지지는 않을까 두려워하는 마음이 바탕이 되는 것인데, 먼저 두려움을 느끼는 자신을 이해하고 그대로 인정하려 노력하라”고 말했다. 그리고 반대로 누군가에게 부탁을 거절당하는 경험을 해보라고 말하는데, 이러한 경험은 부탁의 거절이 생각했던 것만큼 대인관계에 그리 치명적이지 않다는 것을 알려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런 고민에서 자유로워지기 위한 방법은 없을까? 물론 언제나 자기 동기에 의해 자유롭게 살아간다면 일탈욕구도 느끼지 않고 고민도 없을 것이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그렇게 사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다. 이에 조상담원은 “언제나 벗어난 만큼의 대가를 지불해야 하기에 신중해야 하지만 너무 큰 대가를 치뤄야 할 일탈욕구가 생기기 전에 평소에 작은 일탈을 통해 스트레스를 푸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일상에서 벗어나려는 일탈에 관한 해결책이 역설적으로 ‘일탈의 일상화’라는 것이 재밌다. 다가오는 이번 주말, 모든 것을 잊고 나를 달래는 소소한 일탈을 준비해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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