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립 120주년 기념 동문 오페라 '마술피리'

고전은 그냥 만들어지지 않는다. 수백년의 세월을 이겨낸 예술작품만이 ‘고전’이라는 이름으로 남아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를 감동시키게 된다. 오페라 '마술피리'가 1791년 9월 30일에 초연을 한지 3백년이 지난 지금에도 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얻고 있다는 점은 이러한 맥락에 그 가치를 찾을 수 있다. 모차르트의 천재성이 마음껏 발휘된 음악들이 얹어진 '마술피리'는 지금 이 순간에도 세계 곳곳에서 공연될 정도로 널리 알려진 작품이지만 유독 우리대학교와 인연이 깊다. 지난 1973년 우리대학교 음악대가 가장 먼저 '마술피리'를 국내에 소개했다는 점은 이 작품이 120주년 기념 공연에 선택된 이유를 짐작하게 해준다.

그때로부터 30여년의 세월이 지난 2005년 5월, 우리대학교가 배출한 동문들이 뜻을 모아 다시 한번 걸작을 예술의 전당 오페라하우스 무대 위에 올리게 됐다. '마술피리'는 혼돈이 가득한 세계에서 미술피리의 음악 소리와 함께 진리를 찾아가는 젊은이들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타미노 왕자는 자라스트로에게 납치된 ‘밤의 여왕’의 딸 파미나 공주를 구하러 먼 길을 떠난다. 하지만 타미노는 자신이 알고 있던 것과 달리 자라스트로가 덕이 높은 인물이고 밤의 여왕이 악의 화신임을 깨닫게 된다. 자라스트로의 명령에 의해 침묵의 시험, 물과 불의 시험에 통과한 타미노는 파미나를 만나 사랑의 결실을 맺게 되고 밤의 여왕은 천둥과 함께 지옥으로 떨어지고 만다. 이처럼 동화 같은 줄거리 속에 표현된 인간의 심리 묘사는 진실과 거짓을 가려내려는 이 작품의 의도를 충분히 뒷받침하고 있다. 오페라의 특성상 서사도 중요하지만 내용을 표현하는 형식 또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게 되는데 공연 내내 울려퍼지는 모차르트의 음악과 배우들의 노랫소리는 흠집을 발견하기 어려울 만큼 완벽에 가까웠다. 특히 오페라에 문외한인 대중들에게도 익숙한 「밤의 여왕의 아리아」에서 보여준 음색은 듣는 이의 청각 신경을 곤두서게 할 정도로 화려함 그 자체였다.

1년이라는 긴 시간을 투자해 기획한 공연인 만큼 동문들의 역량이 무대 곳곳에서 묻어났다. 이번 공연에 참여한 동문들의 프로필을 자세히 살펴보면 세계 각지에서 오페라에 출연한 경력이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러한 사실은 이번 공연이 성황리에 끝을 맺을 수 있었던 원동력이었다. 또한 이번 공연에서 연출을 맡은 표재순 교수(영상대학원·방송제작)의 뛰어난 감각으로 제작된 무대는 그의 표현을 빌리자면 “2천년 전부터 있을 법 하면서도 앞으로 천년의 세월이 흘러도 존재할 듯 한 공간”으로 재탄생했다.

표교수는 “진리와 참된 사랑을 찾기 위해 고통의 시련을 인내해야만 했던 젊은이들의 이 오래된 옛 이야기를 통해 마술피리를 불면 우리들의 꿈이 사랑이 되는 기적을 꿈꾸어 본다”는 말로 '마술피리'에 의미를 부여한다. 편리함이 화두가 된 이 시대에 진리를 추구하며 진실을 가려내는 삶이 얼마나 가치있는가를 '마술피리'를 통해 보여주려 한 것이다. 우리대학교 창립 120주년과 음악대 5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마련된 오페라 '마술피리'. 교수와 학생 그리고 동문이 일궈낸 성과는 우리대학교 음악대의 미래가 밝다는 것을 알려주는 바로미터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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