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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경을 넘은 이주노동자의 용기있는 도전
  • 정진환 기자
  • 승인 2005.05.09 00:00
  • 호수 1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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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초의 이주노동자 노동조합이 탄생했다. 이주노동자 1백여명은 지난 3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아래 민주노총) 등과 함께 기자회견을 열고 ‘서울경기인천 이주노동자노동조합’(아래 이주노조)의 결성을 발표했다. 지난 3일 노동부에 노조설립 신고서를 제출한 이주노조는 노조설립을 계기로 ▲노동허가제 도입 ▲강제단속·추방 금지 ▲노동3권 쟁취 등을 요구하고 있다.

지난 1995년 방글라데시에서 왔다는 아노아르 후세인씨는 이주노조의 초대 상근위원장이다. 항상 얼굴에서 편안한 미소가 떠나질 않는 후세인씨이기에 그가 유창한 한국말로 털어놓는 그동안의 고생담은 언뜻 상상이 잘 가지 않았다. “섬유공장에서 일했는데 사소한 잘못에도 폭언은 예사고 폭행까지 가하더군요. 회사에서 제공한 숙소도 형편없어서 기본적인 인권도 보장받지 못했습니다. 이러한 경험은 비단 저뿐만이 아닌 거의 모든 이주노동자들이 경험해봤을 겁니다.” 부당한 대우는 후세인씨와 그의 동료들이 이주노조를 준비하는 계기가 됐다. 특히 지난 2003년 정부의 이주노동자 강제추방에 맞서 민주노총 평등노조지부와 함께 명동성당에서 무려 1년동안 농성했던 경험은 자신들의 권익을 스스로 지키겠다는 이주노동자들의 결심을 더욱 공고히 했다. 이들은 지난 1월부터 지역별로 노조 준비위원회를 조직했고 지난 4월 24일에는 이주노동자 1백여명이 참가한 가운데 창립총회를 개최하며 이주노조 창립의 기틀을 마련했다.

이주노조가 요구하고 있는 가장 핵심적 사항은 바로 노동허가제의 도입이다. 단시간에 저임금 인력을 대량 확보하기 위해 도입된 기존의 산업연수생 제도와 고용허가제는 이주노동자들의 신분을 보장해주지 못했을 뿐 아니라 사업장의 이동권도 제한시켰다. 반면 노동허가제는 이주노동자에게 국내 취업을 허가해주면 허가 기간동안 사업장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는 제도다. 이주노동자 인권 향상의 기틀이 될 노동허가제의 도입은 이번 이주노조의 설립으로 힘이 실릴 전망이다. 이주노조를 통해 이주노동자들이 단체교섭권, 단결권, 단체행동권의 노동3권을 행사할 수 있으리라 기대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우선 노동부로부터 정식노조로 인정받을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 노동부의 한 관계자는 “정치적 목적을 갖고 있고 불법체류자가 많기 때문에 노조설립인가를 해줄 수 있을지 모르겠다”며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이에 대해 민주노총 비정규대책국 김혁 국장은 “노동법이 속지주의를 원칙으로 하는 이상 외국인에게도 내국인과 동등하게 근로기준법 등의 노동관계법 등을 적용해야 한다”며 “이에 비춰볼 때 이주노조도 당연히 정식노조로 인정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불법체류자라는 신분적 장애때문에 가입을 꺼리는 이주노동자들이 많은 것도 문제다. 현재 이주노조에 가입한 회원의 숫자는 고작 91명. 국내 체류 이주노동자의 숫자가 무려 42만명에 달한다는 사실에 비춰볼 때 턱없이 적은 수치다. 자신도 불법체류자인 후세인씨는 “언제 체포될지 모른다는 불안감때문에 이주노동자들이 섣불리 나서지 못하고 있다”며 저조한 가입률의 원인을 분석했다.

이러한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이주노동자들이 그동안 외면받아 오던 권익보호를 위한 작지만 힘찬 첫 발걸음을 디뎠다는 점에서 이번 이주노조 설립은 그 의미가 자못 크다.

이러한 어려움을 겪고 있던 지난 3일 후세인씨에게 반가운 손님이 찾아왔다. 바로 대동제때 이주노동자들과의 연대장터를 제안하러 왔다는 우리대학교 노동법학회 회장 박모씨였다. 박씨는 “이주노동자도 우리의 이웃”이라며 “연대장터를 통해 생긴 수익금 전액을 이주노조에 지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주노조가 뜻한 바 목표를 이루기 위해 정작 중요한 것은 노동부의 설립인가와 같은 제도적 문제가 아니라 박씨와 같은 일반 사회 구성원들의 따뜻한 관심과 배려라는 사실을 다시 한번 상기시키는 순간이었다.

정진환 기자  anelka@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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