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인들의 추억 속으로

‘빨간마스크와 홍콩할매를 기억하는지…?’

아마 많은 연세인들은 빨간마스크나 홍콩할매를 무서워하며 그 퇴치법을 친구들과, 혹은 남몰래 혼자 연습했었던 추억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이렇듯 우리는 제각각 다른 곳에서 살아왔지만 같은 시대를 함께 했다는 것만으로도 형성될 수 있는 공감대를 가지고 있다.

어린 시절에 즐겨 먹었던 추억의 군것질거리를 떠올려 보면, ‘아폴로, 쫀득이, 피쳐, 뽑기’등이 떠오른다. “참새가 방앗간 못 지나치듯, 각종 군것질거리를 팔던 구멍가게를 그냥 지나치지 못했다”는 간은은양(영문·04)의 말처럼 초등학교 앞 구멍가게는 각양각색의 먹거리로 우리를 유혹하곤 했다. 흔히 불량식품이라고 불리며 전국의 초등학생들의 입맛을 사로잡았던 이런 먹거리들은 코묻은 적은 돈으로도 양쪽 주머니를 두툼히 채울 수 있어 어린 가슴을 뿌듯하게 만들어 주곤 했다.

이런 군것질과 함께 어린 시절의 일상에서 빼놓을 수 없는 한가지는 언제나 꿈과 사랑을 주던 각종 만화영화들이다. 김민수군(기계·03)은 “후레쉬맨, 바이오맨, 축구왕 슛돌이 등 많은 것들이 기억나지만, 그래도 가장 빼놓을 수 없는 것은 일요일 아침 8시부터 했던 만화동산”이라며, “새벽부터 일어나 꼬박꼬박 챙겨봤는데 가끔 늦잠이라도 자서 못 보면 그렇게 속상할 수 없었다”고 회상한다. 이 때, 이러한 인기 만화영화들은 종종 특정한 행동을 유행시키곤 했다. 누구나 한번쯤은, 공에 불꽃모양을 그린 후 그곳에 손을 맞춰 던지면서 ‘불꽃슛’을 외쳐보고, 미니카 조립과 경주에 열을 올려 봤을 것이다. 또한 몇 번이나 되풀이해서 봤을, 추억의 ‘영심이’와 ‘하니’ 역시 빠질 수 없는 만화 친구들이다. 특히 영심이의 “하나면 하나지 둘이겠느냐~둘이면 둘이지 셋은 아니야~”라는 노래는 단순하면서도 신나는 가락으로 소풍 갈 때 자주 부르곤 했다.

그러나 이렇게 만화영화만이 우리의 마음을 사로잡았던 것은 아니다. 대부분의 학생들은 특별한 이유도 없이 치토스에 들어있는 따조와 연예인 카드를 목숨걸고 모아봤던 기억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특히 각종 따조들을 모아놨던 따조 모음집은 가격이 비싸 쉽게 가질 수 없어, 많은 초등학생들의 마음을 애타게 했다.

한편, 전승제군(기계·00)은 “요즘에는 인터넷을 주로 사용하지만 예전에는 나우누리, 천리안 같은 PC통신을 주로 사용했었다”며, “지금과 같은 속도와 편리함은 꿈도 못 꿨지만, 그 나름대로의 낭만이 있었다”라고 PC통신에 대한 아련한 추억을 끄집어낸다. 사실 불과 몇 년전까지만 해도 PC통신이 집에 연결돼 있다는 것 자체만으로 친구들 사이에서 부러움의 대상이 되곤 했었다. 지금처럼 다양한 자료도 없고, 비싼 전화비와 통신비의 압박으로 맘껏 할 수도 없었지만, 멀리 떨어져 있는 모르는 사람과 파란 바탕에 흰색 글씨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는 사실은 우리를 마냥 설레게 했다. 그래서 집에 PC통신이 연결된다는 것은 하나의 뿌듯함이요 자랑거리가 되곤 했다.

일상 속에서 있었던 많은 익숙한 것들은 우리가 눈치채지도 못한 사이에 서서히 사라져 가곤 한다. 이런 것들에 대한 아쉬움과 그리움이 사람들로 하여금 옛기억을 추억하며 웃음짓게 하는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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