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나라의 미래를 보기 위해선 도서관을 가보라고 한다. 그러나 우리대학교 도서관을 보면 그 미래가 밝아 보이지만은 않다. 우리대학교 중앙도서관(아래 중도)은 지난 1979년 완공된 후 한 번도 리노베이션이 이루어지지 않아 시설이 낙후됐다. 또한 이를 대체할 만한 대형 도서관이 없어 중도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다. 이러한 현실에서 도서관을 이용하는 학생들은 ▲열람실 좌석 부족과 이로 인한 사석화 ▲빈번히 발생하는 도난 문제 ▲환기 문제로 인한 열악한 열람실 환경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열람실 좌석 부족과 자리배석 시스템

중도의 열람실 공간 부족 문제는 심각한 수준이다. 중도는 2만 5천명에 가까운 학부생과 대학원생, 교수, 직원이 이용하고 있지만 열람실 좌석 수는 2천2백여개에 불과하다. 서울대 중도의 경우 열람실 좌석 수는 3천3백여개에 달하며, 고려대는 네 개의 대형 도서관에 4천2백여석이 있고 백주년 기념관에 도서관이 추가적으로 들어서면 5천5백여석으로 늘어날 예정이다.

공간 부족 문제는 열람실의 사석화로 이어진다. “친구들이 자리를 맡아달라고 부탁하면 거절하기 어렵고, 아침에 와서 자리를 맡으면 공부하지 않아도 책을 두고 다니게 된다”는 박성준군(경제·04)의 말은 현재의 사석화 문제의 본질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이런 문제는 다른 대학에서도 공통적으로 발생하는 것으로 문제 해결을 위해 일부 대학들은 자리배석시스템(아래 배석시스템)을 도입해 운영하고 있다. 배석시스템은 좌석에 앉을 때 학생증으로 자리를 체크해야 하는 제도로 현재 우리대학교 중도 멀티미디어실과 비슷한 개념이다. 고려대 공신국군(재료·04)은 “친구들의 학생증으로 대신 자리를 맡아주는 폐해도 있지만 대체적으로 효율적인 것 같다”고 말했다. 배석시스템에 대해 중도 관리운영부 김미정 과장은 “우리대학교도 여름 방학 때 배석시스템을 도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배석시스템이 도입되면 부족한 공간을 어느정도 효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문제를 인식했다면 좀 더 빠른 대처가 필요했다’는 지적과 함께 근본적인 문제 해결을 위한 시설확충 또한 절실하다. 이에 오는 5월 제2중도 건설이 시작된다고는 하나 완공까지 오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좌석 부족 문제 해결을 위해 각 단과대별로 강의실 공강 정보를 학생들에게 알리는 것도 대안이 될 수 있다. 공군은 “고려대의 경우 단과대 강의실별로 공강시간표가 붙어 있어 강의실에서 공부하기도 한다”며 공간 활용을 위해 단과대에서 자치적인 노력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CCTV 설치 논란과 인권 침해 문제

총학생회(아래 총학)는 지난 3월 17일부터 CCTV 설치에 관한 1차 설문 조사를 실시해 21일 결과를 발표했다. 중도 게시판 스티커 조사와 총학 커뮤니티 게시판 참여를 통해 실시한 이번 설문조사에서, 설문에 참여한 1천12명 중 약 75%의 학생이 CCTV 설치에 찬성했다.

그러나 인터넷 게시판을 중심으로 이에 대한 찬반 논란이 지속됐고 중도 게시판에는 총학의 CCTV 설치안에 대한 비판 자보까지 붙었다. 경제학과 00학번이라고 밝힌 한 학생은 총학의 정책이 문제의 핵심에 다가기지 못하고 있으며, 기능주의적 발상이라고 비판했다. 이와 함께 설문 방식에 대한 신뢰도와 인권 침해 문제로 CCTV 설치에 대한 논란이 가열됐다. 이에 대해 총학생회장 윤한울군은 “CCTV 설치는 그동안 열람실내 도난 문제에 대한 지속적인 건의를 검토한 대안”이라며 “설문지 방식을 통한 2차 설문을 마쳤고, 통계를 내 학생들의 의견을 반영해 설치 여부와 장소 및 대수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김과장은 “설문조사 결과에서 나타난 다수학생이 원하는 방향에 따라 CCTV 설치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학생들의 의견이 찬성으로 모아진다 해도 CCTV 설치에는 예산적인 어려움이 있다. 김과장은 “CCTV 설치로 도난 방지 효과를 보기 위해선 60여대의 카메라가 필요하다”며 “6천만원이라는 예산이 쉽게 집행될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또한 현재 인권 문제에 대한 논란처럼 법적인 문제도 무시할 수 없다. 국가인권위원회 육성철 사무관은 “열람실 내 CCTV 설치가 법적으로 금지된 사항은 아니지만 얼마 전 공공도서관의 불필요한 CCTV를 철거하도록 했고, 용도와 관리 기준을 명시하도록 권고해 시정조치한 바 있다”며 “사립대학의 경우 공권력이 닿는 부분은 아니지만 CCTV 설치로 인한 인권 침해 문제는 고민해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CCTV 설치 문제에는 현재 많은 논란이 있으나 그외 특별한 대안이 마련돼 있지는 않다. 이미 CCTV를 설치한 고려대의 학술정보열람실 이현재 직원은 “CCTV 설치 후 도난 사건이 크게 줄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인권 침해 문제 때문에 열람실 입구에만 설치했다”는 이직원의 말처럼 이 문제에 대해서는 보다 많은 고민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숨이 막혀 공부하기가 어렵다’

중도는 환기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으며, 특히 지하와 6층 열람실은 심각한 수준이다. 이에 대해 김과장은 “중도의 환기 문제는 심각하게 인식하고 있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시설운영부에 지속적으로 요청하고 있다”고 말했다. 시설 운영부는 이러한 요청에 의해 이미 지난 가을 중도의 환기 시설을 교체했다고 한다. 그러나 “다른 층에서는 숨이 막혀 도저히 공부할 수 없어 항상 2층에서만 공부한다”는 임성재군(인문계열·04)의 말에서 알 수 있는 것처럼 학생들은 중도의 환기 문제는 크게 개선되지 않았다고 지적한다.

특히 건물의 구조적 특성상 창문이 없는 지하와 본래 옥상을 증축해 만든 6층은 환기시스템으로도 한계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총무처 설비안전부 류필호 부장은 “미세먼지나 냄새 등 공기의 질은 개선됐다”며 “현재 건물구조상 그대로 환기 시스템은 습도를 조절할 수 없어 난방 중 높은 온도와 건조한 공기가 탁하게 느끼게 하는 것 뿐”이라고 답했으나 학생들의 불편은 여전하다.

또한 현재 도서관측은 학생들의 불편을 시설부에 지속적으로 요청하고 있다고 밝혔으나, 시설부는 지난 가을 시설 보수 이후로 학생들이 문제를 느끼는 것을 전혀 듣지 못했다는 입장이다. 중도 환기 문제를 두고 양 부서간의 원활한 의사소통이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은 문제로 지적된다. 이는 도서관 리노베이션과 건물 신축 등의 지속적 관리를 통해 환기 문제에 별 어려움을 겪지 않는 고려대와 대비된다.

우리대학교는 상대 평가 제도, 3·4천 단위 수업 45학점 이수제도, 장학금 혜택 및 이중 전공, 계열 변경, 교환 학생 선발 등의 학사제도를 통해 학생들에게 많은 양의 공부를 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이와 함께 최근에는 학교측에서 ‘공부 두 배로 하기’ 프로젝트 역시 지원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도의 시설에 많은 학생들이 불편을 겪고 있고, 이에 대한 자금지원 역시 부족하다고 한다. 또한 긴밀한 공조를 유지해야 할 중도측과 시설부는 서로 엇갈린 주장을 하고 있다. 공부를 강조하기 이전에 학생들에게 공부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이 선행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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