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의 재발견

지난 2004년 7월 부산 광안리 10만명, 10월 대구 두류공원 3만명, 그리고 지난 3월 5일 인천 인천전문대 2만 5천명. 큰 경기마다 최소 2만명이 넘는 관중을 불러모으는 열풍의 주인공은 바로 E-Sports이다. E-Sports란 실외에서 직접하는 운동이 아니라 컴퓨터 게임으로 하는 경기를 뜻한다. 지난 1999년 중계방송이 시작된 이래로 E-Sports는 관중수 증가와 더불어 시청률의 가파른 상승을 보이며, 현 시대 주요한 문화 코드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E-Sports, 새로운 문화 코드로 부상

지난 1일 삼성동 코엑스몰에 위치한 메가웹스테이션에서 열린 ‘2005시즌 에버배 스타리그 개막식 및 조 지명식’에서도 E-Sports에 대한 열기를 확인할 수 있었다. 메가웹스테이션을 꽉 채운 관중들은 선수들이 한 명씩 입장할 때마다 환호성을 지르며 관심을 보였다. 특히 초창기 E-Sports의 관중이 청소년 남성 위주였던 것에 반해 최근에는 여성 관객들과 중장년층의 팬들도 눈에 띄게 증가했다. 이는 E-Sports의 저변이 확장됐음을 보여준다. E-Sports의 인기에 대해 리그를 기획한 온미디어 윤인호 팀장은 “대중을 사로잡는 스타의 존재와 대기업 자본의 유입이 E-Sports의 팬층을 확대시킨 인기의 요인”이라고 이야기했다.

E-Sports의 성장은 우리시대 문화 산업 전반의 환경과도 관계가 깊다. 윤팀장은 “현재 유행을 주도하는 10대 중후반과 20대 초중반을 흡수하는 주요한 문화 코드는 영화와 게임뿐”이라고 말한다. 이처럼 많은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킬 만한 지배적 문화 코드의 부재가 심화되면서 그 대안으로 E-Sports가 떠오르고 있다. 즉, E-Sports는 몰입할 대상을 찾는 10대 중후반과 20대 초중반의 흥미에 딱 들어맞는 조건을 갖추고, 문화적 흐름을 잘 탔기 때문에 지금의 인기를 구가하고 있는 것이다.

매니아적 문화에서 본격적 대중문화로의 변화

또한 E-Sports가 시작될 당시 게임을 보고 배우려는 사람들의 매니아적인 문화였던 것에 반해 현재의 E-Sports는 단순히 보고 ‘즐기는’ 사람들의 증가로 대중화되고 있다. 예전부터 E-Sports를 좋아했다는 김영주군(사회계열·04)의 “옛날에는 빌드오더(E-Sports중 하나인 스타크래프트의 건물을 짓는 방식)나 전략을 배우기 위해 봤지만 이제는 보는 것만으로도 재밌다”는 말은 이와 같은 사실을 뒷받침한다. 이제 E-Sports는 보고 즐기는 문화의 의미를 갖게 됐다. 직접 게임을 하기 위한 보조의 역할이었던 게임 시청과 관람이 이제는 그것 자체가 주된 목적이 된 것이다.

E-Sports의 발전과 확산은 다양한 분야에서 확인되고 있다. 정부산하 비영리사단법인인 ‘한국 E-Sports 협회’는 E-Sports의 사회적 열풍이 불러일으킨 다양한 움직임을 크게 4가지로 본다. ▲탁월한 마케팅 효과를 노리는 기업들의 관심 ▲사회적 열풍과 관련한 학계의 활발한 연구 활동 ▲문화관광부의 ‘E-Sports 발전 3개년 계획안’ 수립 등 정부의 지원 ▲국회에서의 ‘E-Sports 발전을 위한 의정연구모임’ 개최가 바로 그것이다. 이같은 사회 각 분야의 관심은 E-Sports가 발전과 확산의 무한한 가능성을 가졌음을 인정하고 있다.

또한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E-Sports의 인기는 프로게이머라는 또다른 스타를 탄생시켰다. 프로게이머는 현재 스포츠적인 요소와 엔터테인먼트적인 요소가 결합돼 소위 ‘스타’로 인정받으며 많은 인기를 끌고 있다. 이처럼 ‘스타’가 된 프로게이머들은 E-Sports의 인기 비결이 되고 있다. 개막전에서 만난 강샛별양(17)은 “게임 자체도 좋긴 하지만 좋아하는 프로게이머들을 직접 만날 수 있기 때문에 더 많이 찾게 되는 것 같다”며 “이번 게임은 이윤열 선수가 나오기 때문에 직접 보러오게 됐다”고 말했다. 스타 프로게이머인 이윤열씨(22)는 “게임을 통해 사람들을 감동시키고 열광시킬 수 있기 때문에 팬들이 프로게이머를 좋아하는 것 같다”며 프로게이머의 인기 요인을 이야기했다.

E-Sports, 잠재력을 대중에게 펼치다

이제 E-Sports는 우리 사회에서 주요한 문화 코드 중 하나로 인정받고 있다. 과거의 매니아적인 문화에서 탈피해 점차 많은 사람들의 주목을 받기 시작한 E-Sports는 잠재력은 아직도 무한하다. 남성 위주의 문화에서 여성으로, 앞으로는 청소년층뿐만 아니라 중장년층으로까지 퍼져 나가야 할 E-Sports는 새로운 도전과제를 지니게 됐다. 이번 4월은 E-Sports의 2005~2006시즌이 개최된 달이며, E-Sports업계에서는 새로운 출발을 다짐하며 출범 2기를 맞는 달이다. 스타리그와 ‘워크래프트3’뿐만 아니라 이번에 새롭게 E-Sports종목으로 인정받은 ‘카트라이더’, ‘스폐셜 포스’, ‘프리스타일’ 리그가 일제히 시작될 이번 4월은 한 발짝 더 대중을 향해 나아간 E-Sports의 본격적인 모습을 보여줄 시발점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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