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진보언론 창간

새로운 진보언론이 등장한다. 진보단체 진보네트워크(http://www.jinbo.net)가 주축이 돼 지난 3월 민주노동당 심상정 의원, 서울대 정치학과 김세균 교수 등 81명의 인사들은 진보 인터넷 언론 좥참세상좦의 창간을 선언했다. 좥참세상좦은 오는 5월 1일 창간될 예정이며 진보네트워크 사이트 내의 기존 언론인 좥미디어참세상좦의 컨텐츠를 바탕으로 한다.

참세상은 선언문을 통해 창간배경에 좥한겨레좦, 좥오마이뉴스좦 등 기존 개혁언론에 대한 실망감이 있음을 분명히 했다. 이들 언론이 과거 ‘민중의 희망’이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최근 기득권층에 대한 비판·견제 기능을 상실하며 한계를 드러냈다는 것이다. 실제로 창사 이래 최대의 위기를 맞고 있는 좥한겨레좦는 노무현 정부의 신자유주의정책, 이라크 파병 등에 미온적 반응을 보여 ‘친정부 언론이 아니냐’는 비판을 받았다. 또한 좥오마이뉴스좦는 최근 좥중앙일보좦와 유착한다는 의혹을 사기도 했다. 창간 발기인인 김교수는 “좥참세상좦은 보다 개혁적이고 진보적인 민중의 목소리를 반영할 것”이라며 “기존 좥미디어참세상좦보다 더욱 독립적인 언론으로 독자에게 다가서겠다”고 밝혔다.

심상치 않은 창간취지에서도 알 수 있듯이 좥참세상좦은 기존 매체들과 큰 차별성을 보인다. 우선 외부 자본으로 유지되는 기존 언론의 모델을 탈피하기 위해 상업광고를 일절 받지 않는다. 대신 웹호스팅과 후원금 등을 통해 자체적으로 재정을 충당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외압없이 우리만의 목소리를 내는 것이 가능하다”는 것이 진보네트워크 이종해 대표의 말이다. 또한 ▲진보적 대안·담론의 여론화 ▲외부 필진이 기고하는 칼럼의 활성화를 통해 규모를 확충, 오는 2007년까지 매체 영향력 2%를 웃도는 대표적 좌파 민중언론으로 자리매김하겠다는 거창한 목표를 갖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목표 실현이 쉽지만은 않을 전망이다. 가장 큰 문제는 역시 사람이다. 현재 좥참세상좦에서 활동할 예정인 기자의 수는 단 12명에 불과하다. 이대표는 “곧 기자수를 20명으로 증원할 계획”이라고 밝혔으나 기자월급이 불과 60만원인 실정에서 인력수급이 원활할 리 없다. 부족한 기자수는 빈약한 컨텐츠와 취재력과도 직결된다. 이에 대해 좥참세상좦의 창간준비과정을 총괄하고 있는 좥미디어참세상좦 유영주 편집장은 “기자수가 부족해 실시간 뉴스제공의 속도면에서 경쟁 언론사들에게 뒤질 것 같다”며 우려했다. 좥오마이뉴스좦같이 인터넷 언론의 중추가 되는 시민기자제의 활성화도 요원하다. 좥참세상좦의 인지도가 낮은데다가 시민기자에게 원고료를 지급하지 않기로 결정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인터넷과 진보를 매개로 하는 대안언론이 부상하고 있는 상황에 비춰볼 때 좥참세상좦의 가능성은 작지 않다. 시사주간지 좥시사저널좦이 지난 2004년 10월 10개 분야 전문가 1천 4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언론 영향력 조사에서 좥오마이뉴스좦, 좥프레시안좦 등 진보 성향의 인터넷 언론들이 10위권안에 들어 좥조선일보좦, 좥동아일보좦 등의 기성매체들과 어깨를 나란히 한 바 있다. 이밖에 좥프로메테우스좦, 좥민중의소리좦 등도 온라인상에서 진보적 목소리를 내면서 독자들의 호응을 얻고 있다. 반면 새로운 미디어 환경에 적응하지 못한 종이신문의 영향력은 급격히 하락해 지난 2004년 12월 언론노조의 발표에 따르면 일부 중앙 일간지들은 발행부수를 약 20여만부 가량 줄였다고 한다. 또한 보수언론의 대명사 좥조선일보좦 등은 진보진영으로부터 끊임없이 포화를 맞으며 그 이미지가 크게 실추됐다.

이러한 현실에서 진보 인터넷 언론인 좥참세상좦의 출현은 많은 한계에도 불구하고 시기적절해보인다. 또한 좥참세상좦의 출현은 지난 2000년 좥오마이뉴스좦의 탄생과 오버랩되기도 한다. 분단이라는 특수한 상황 때문에 보수적이었던 우리나라 언론계에서 전문기자와 시민기자의 문턱을 없애고 개혁적 담론을 양산해냈던 좥오마이뉴스좦의 등장은 신선한 충격을 불러일으켰다. 도전은 언제나 아름답다. 진정한 ‘진보와 민중의 목소리’를 내겠다며 출사표를 던진 좥참세상좦의 도전이 멀지 않은 시일내에 열매를 맺기를 조심스레 희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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