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인경 선생님의 청갈자

현대 사회는 과거에 비해 사회구조와 문화가 다양해지고 복잡해져 성인이 되기 위해 익혀야할 것들이 훨씬 많아졌다. 그만큼 아동에서 어른이 되기 위한 준비 과정이 길어졌기에 청년기 역시 점차 연장되고 있다. 사회에서는 성인으로 대우받고 있지만 내면적으로는 아직 어리기만한 청년기. 이런 방황하는 청년들의 영혼을 보듬어주고, 그들이 스스로 앞날을 내다볼 수 있도록 도와주는 강의가 있다.

1백명이 훨씬 넘는 수강생들이 앉아있는 강의실 문을 열고 들어가니 자연스레 귀가 쫑긋 서고, 마냥 배시시 웃음이 새어나오게 만드는 아줌마의 수다스런 목소리가 들려온다. 우리대학교 인기 교양과목 중 하나인 ‘청년기갈등과자기이해(아래 청갈자)’를 강의하고 있는 심리학과 김인경 강사의 목소리다. 김강사는 청갈자가 처음 개설된 해부터 지금까지 한 학기도 빠짐없이 이 강의를 맡아 학생들과 교감을 나누고 있다. 그녀의 강의는 학생들 사이에서 ‘아줌마와의 한판 수다’라고 불릴 만큼 맛깔나고 솔직한 강의로, 매 학기 수강 신청 때마다 정원을 초과하는 사태를 만들어 낸다.

청갈자에서는 청년기의 심리사회적 문제들을 중심으로 강의가 진행된다. 정체감, 성(性), 연애, 우정, 대인관계 그리고 취업 등 우리가 현실에서 직접느끼게 되는 고민을 다루기에 모든 학생들이 강의에 마음을 열고 귀를 기울인다. 또한 사이버 강의실에서는 각자의 체험에서 비롯된 다양한 의견들이 오간다. “청갈자는 나와 같은 시대, 같은 공간에 살고 있는 청년들의 고민과 갈등을 꼭 집어서 다루고 있어 이를 통해 또 다른 내가 있음을 발견한다”는 정연욱군(경영·04)의 말처럼 강의 주제들은 학생들에게 쉽게 공감을 얻을 수 있고, 그만큼 가깝게 와 닿는다.

3월 마지막 주 수업에서는 그러한 문제들 중에서 학생들의 가장 큰 관심의 대상인 ‘성(性)’에 대한 강의가 진행됐다. 항상 재미있는 질문과 유쾌함으로 강의를 진행하는 김강사는 이날도 흥미로운 질문을 던졌다. “남성들이 여성을 볼 때 어디를 가장 먼저 보죠?”라는 김강사의 질문에 강의실에 앉아 있는 남학생들은 술렁이기 시작한다. ‘가슴, 엉덩이, 다리, 허리 등’ 여러 대답이 쏟아져나왔다. “그럼 여성은 남성을 볼 때 어디를 가장 먼저 보나요?”라는 이어진 질문에는 여학생들이 ‘어깨, 가슴, 엉덩이, 얼굴 등’을 언급했고 심지어는 ‘지갑’ 이라는 말이 나와 강의실은 한바탕 웃음바다가 됐다. “그러한 것들은 자연스러운 것이고 특히 남자는 여성의 엉덩이와 허리의 비율이 1대 0.7일 때 가장 호감을 가진다”는 김강사의 말에 학생들은 자신이 다른 사람과 다르지 않음을 알 수 있었다.

이처럼 솔직한 수업과 더불어 김강사는 15년 동안 청갈자를 강의해 오면서 학생들에게 매학기마다 ‘나의 청년기’라는 과제물을 작성하게 해 학생들의 청년기 갈등과 고민을 들어왔다. “이 수업은 학생들이 학문을 익혀 나가는 게 아니라 스스로를 정리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는 김강사의 말처럼 ‘나의 청년기’ 역시 수업시간에 다룬 여러 주제들 중에서 자신에게 절실하게 와닿는 것에 대해 생각을 많이 할 수 있도록 해준다. 김강사는 ‘나의 청년기’를 통해 수많은 학생들을 접하면서 “예전의 학생과 지금의 학생을 비교했을 때 예전 학생들이 훨씬 더 생각이 깊고 어른스러웠다”고 전한다. 하지만 “10년 전의 학생들과 현재 학생들이 고민하는 분야는 별반 다르지 않다”는 김강사의 말에서는 세월이 흘러도 청년기에 접어든 학생들이 고민하는 것들은 그다지 변하지 않은 것을 알 수 있었다. 덧붙여 “최근에는 과거 학생들과 마찬가지로 정체감, 연애, 성 등과 더불어 취업이 더 부각되었다”는 김강사의 말에서 사회 환경이 학생들에게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김강사는 청갈자 강의를 통해 학생들이 “자기라는 존재를 느낄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시간에 쫓기며 살아가고 외부에 보이는 것들을 치장하는 데 정신이 없는 생활 속에서, 본연의 나를 발견할 수 있는 기회를 이 수업을 통해 얻어 갔으면 하는 바람을 김강사는 가지고 있는 것이다. “세상의 중심에 내가 서 있다는 것을 깨닫지 못하는 학생들이, 살아있음을 느낄 수 있었으면 한다”고 그는 전한다.

 살랑살랑 불어오는 봄바람에 장단을 맞추듯 다음 주부터는 ‘연애’에 대한 강의가 진행될 예정이다. 따스한 햇살이 쏟아지는 캠퍼스를 누비는 연세의 청년들 모두가 자신을 발견할 그날까지 김강사의 따뜻한 수다는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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