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80년부터 1년 동안 영국 옥스퍼드대학에서 유학한 적이 있다. 옥스퍼드대학은 3학기 제도로 10월에 학기가 시작됐다. 8주간 공부하고 6주간 방학을 했으며, 다시 8주간 공부하고 6주간 방학을 했다. 마지막으로 8주간 공부하고 16주간의 긴 여름 방학에 들어갔다. 공부 학기는 24주간이고 방학은 28주간인 셈이다. 한 강의는 1주일에 한 시간씩 모두 8시간을 했다. 우리나라의 경우 한 강의를 48시간에 마치는 데 비해 6분의 1밖에 되지 않았다. 그러나 집중적으로 강의를 했기 때문에 부족하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강의 시간에 출석을 부르는 것도 아니고, 수강 신청을 하고 학점을 받는 것도 아니지만 처음 강의를 듣기 시작한 학생들은 끝까지 출석해 강의를 들었다.

사실상 옥스퍼드대학에서는 강의보다 개인수업(tutorial)이 더 중요했다. 첫 학기에 지도 교수님의 ‘종교개혁’이라는 과목의 개인 수업을 들었는데, 매주 1시간씩 교수님과 1대 1 수업을 했다. 그 수업은 한 주에 4, 5권의 책을 읽고 논문을 써서 교수님 앞에서 읽고 서로 토론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수업 전후에 자연스럽게 개인 신상에 대한 이야기도 나눴는데, 교수가 학생을 가장 잘 알고 지도할 수 있는 제도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때의 수업 계획표를 무슨 보물인 양 아직도 간직하고 있다. 많은 공부를 했고, 그만큼 인상적이었기 때문이다. 옥스퍼드대학이 중세기부터 지금까지 그 명성을 잃지 않는 주요 이유들 가운데 하나로 ‘개인수업제도’가 꼽힌다. 우리나라의 중고등학생들은 공부를 많이 하지만 대학생들은 공부를 안한다는 평을 듣고 있는 요즘, 옥스퍼드대학의 개인수업제도를 도입한다면 큰 성과가 있을 것이다.

당시 신학 분야의 어떤 정교수(profes sor)에 대한 명예박사 학위심사를 했다. 그 교수는 교회역사 분야의 대가로 잘 알려진 사람으로 출간한 책만 30권이나 됐다. 옥스퍼드대학의 정교수가 되는 것만도 크나큰 영광인데, 명예 박사 학위를 받는 것은 더할 나위 없는 영광이다. 이러한 학술적인 명예박사 학위제도를 우리나라에도 도입한다면 기존 교수들의 연구열을 고취시키는데 큰 도움이 되리라 생각한다.

옥스퍼드대학은 단과대학(college)이 완전독립체제로 운영되고 있었다. 물론 옥스퍼드의 단과대학은 학문적으로 분류돼 있는 우리나라의 단과대학과는 다르게 한 단과대학 안에 각종의 전공생들이 다 소속돼 있었다. 각 단과대학들은 독립적인 단위로, 옥스퍼드대학은 단과대학들의 연합체와 같은 역할을 한 것이다. 또한 단과대학들은 전통, 재정적 능력, 학장들의 능력에 따라 천차만별해 단과대학들끼리 선의의 경쟁을 할 수 있는 체제다. 단과대학들 간의 선의의 경쟁을 위해 우리나라 대학들도 옥스퍼드와 같은 독립 운영 체제를 도입해 볼 만하다는 생각이 든다.

국제경영개발원(IMD)의 발표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대학교육 경쟁력은 조사 대상국 60개국 가운데 59위이다. 이런 부진한 대학교육 경쟁력을 제고시키기 위해서 영국의 대학제도를 부분적으로 도입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양호 신과대학장

저작권자 © 연세춘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