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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득찬 강의실', 묻혀버린 목소리
  • 손령 기자
  • 승인 2005.03.28 00:00
  • 호수 1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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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대학교 학생들은 ‘어떤 과목 어느 교수의 강의가 좋은지’ 등의 수업 정보를 얻기 위해 선배들의 조언을 듣기도 하고 학교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이나 연세대정보공유커뮤니티 등의 웹 게시판에서 정보를 얻기도 한다. 이는 결국 학기 초마다 어김없이 반복되는 수강신청 전쟁으로 이어진다. 하지만 이렇게 힘든 과정을 거쳐 듣고 싶은 과목의 수강신청에 성공한다 해도 수업에 대한 열의만큼 양질의 수업을 듣는 것은 쉽지 않다. 많은 수의 학생이 함께 들어야 하는 대형강의 때문이다.

2005학년도 1학기 우리대학교에 개설된 강좌수는 총 2천3백63개로, 이중 80명 이상의 강좌는 392개로 약 17%, 1백명 이상의 대형 강좌는 2백36개로 약 10%가량을 차지한다. 그러나 수강인원 수가 한정된 어학과목과 실험·실습 과목, 예체능계열 전공수업을 제외하면 실질적으로 일반 수업중 대형 강의가 차지하는 비율은 더욱 높을 것으로 보인다.

이런 현실에서 1백명 이상의 학생이 함께 강의를 듣다 보면 교수의 자질과는 관계없이 수업의 질이 떨어지는 경우가 많다. “강의 평가 결과를 봐도 대형 강의는 대체로 점수가 낮게 나온다”는 교무처 수업지원부 이보영 부장의 말처럼 학생들의 대형 강의에 대한 만족도 역시 낮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는 대형 강의가 인원이 작은 강의에 비해 ▲산만한 수업 분위기 ▲원만하지 못한 수업 내용 전달 ▲열악한 강의실 환경 ▲일방적 주입식 강의 등의 문제가 발생하기 쉽기 때문이다. 친구들 사이에 인기가 많은 강의를 선택해 듣고 있다는 노승희양(생화학·03)은 “수업 내용엔 만족하지만, 수업 분위기가 너무 산만해 집중하기 힘들었다”며 불만을 표시했다. 실제로 강의실이 넓고 학생 수가 많다보니, 교수가 학생들을 한 눈에 담을 수 없고, 학생들의 잘못된 행동에 대해 지적하기도 어렵다. 이 때문에 강의 중 떠들거나 휴대폰으로 문자를 보내는 학생이 많다.

또한 정윤식군(신방·03)은 “소리는 들리는데 프로젝터 화면의 강의자료가 잘 보이지 않아 내용을 이해하기 힘들다”며 수업내용의 전달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함을 지적했다. 이 밖에도 대형 강의는 환기가 잘 되지 않아 공기가 탁하고, 냉·난방에 문제가 있는 경우가 많다. 또한 학생 수가 많아 토론식 수업이 어렵기 때문에 일방적인 주입식 강의가 되기 쉽다. 상황이 이와 같음에도 불구하고 대형 강의가 불가피한 원인은 강의실과 전임교원의 부족 때문이다.

실제로 일부 전공과목의 경우 전임교원이 부족해 수강 인원을 고려한 분반을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이에 대해 이부장은 “언론학 개론과 같이 해당 강의를 맡을 교수가 부족해 분반을 못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덧붙여 그는 “전공 수업의 경우 해당 대학에서 시간 강사에게 많은 강의를 맡기기는 어렵다는 경우가 많아 분반 증설이 어렵다”고 밝혔다.

인기 있는 강좌는 분반을 하더라도 수업정원이 다시 늘어나게 된다. 이에 대해 이부장은 “전임 교원을 늘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지만 교수가 확보된다 해도 사실상 분반을 늘릴 강의실조차 부족한 실정”이라며 현실적 어려움을 토로했다. 또한 이부장은 “수강신청 때마다 정원을 늘려달라고 요구하는 학생들이 많다”며 “학생들의 수업권을 고려하면 강의실 좌석이 남는데도 정원을 제한할 수만은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김인경 강사의 ‘청년기 갈등과 자기이해’과목의 경우 120명이 정원이었는데 학생들의 요구로 160명까지 늘어났다.

고려대의 경우 충분한 수의 강의실 확보와 방학 전 실시하는 수강 신청을 통해 대형 강의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 고려대 교무지원부 김창배 부장은 “강의실이 부족해 대형 강의를 실시하는 경우는 없으며, 넉 달 전부터 수강 신청을 받아 분반 등을 통해 대형 강의를 조절한다”고 밝혔다.

현실적인 어려움을 인정한다 해도 대형 강의를 줄이는 노력과 함께 대형 강의의 문제 자체에 관심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있다. 많은 학생들의 원활한 출결 관리를 위한 전자출결 시스템 도입, 조교 배정 증가, 대형 강의의 토론 수업 효과를 위한 와이섹 개발 등의 노력은 긍정적이다. 하지만 전자 출결의 경우 학생들이 악용하는 사례가 많아 출석을 부르거나 지정좌석제를 적용하는 등 유명무실한 경우가 많다. 또한 “와이섹을 통한 토론수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지만 교수님과 직접 대면할 기회가 적어 평소에 다가가기가 쉽지 않다”는 강진우군(인문계열·04)의 말처럼 웹상의 토론 수업에도 한계가 있어 보인다. 그리고 열악한 강의실 환경이나, 뒷자리에서 보이지 않는 대형 화면 등의 문제점에 대한 해결책은 현재로선 없는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학교측도 대형 강의에 대한 문제점을 인식하고 고민하고 있으나 현실적 문제 해결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하지만 대형 강의를 줄이는데 한계가 있다면 대형 강의의 효율적인 운용을 위해 좀 더 적극적인 개선책을 고민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이러한 고민과 함께 보다 근본적인 시설 확충 또한 절실하다.

손령 기자  son4ever@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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