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업과 입학이라는 대학만의 특별한 분주함 속에서 어느덧 부드러운 봄의 세목들이 다가오고 있다. 연세 캠퍼스 안에서 학창 시절부터 적지 않은 시간을 지내오면서 대학 공부를 마치고 떠나는 이들과 새내기 학생들의 입성을 바라볼 때마다 계절의 바뀜을 느끼는 것도 이 즈음이다. 
겨울을 교체하고, 봄날의 꽃보다 한 걸음 앞서 캠퍼스의 출발을 알리는 이들은 누구보다도 새내기들이다. 입학을 기념하기 위해 가족들과 정겨운 포즈를 취하는 새내기들의 모습에서 대학의 한 해는 시작된다. 그들의 활달한 행보에서 머지않아 유화처럼 채색될 백양로의 꽃들의 향연이 감지되기도 한다. 이런 일련의 모습들이 통속적이지 않은 것은 이런 장면들이 간직하고 있는 시간의 변화에 대한 우리 내면의 공통 정서가 마음속에 합의돼 있기 때문이다. 새내기들의 연세 캠퍼스 입성이 환기시켜 주는 이런 장면들은 그래서 내게는 늘 특별한 보너스로 느껴지곤 한다. 
이 글을 쓰는 지금 본관 앞의 백양로 삼거리를 무리지어 걸어내려 오는 새내기들의 모습과 정현종 시인의 「대학 시절을 향하여」라는 짧은 에세이가 오버랩돼 떠오른다. 학생들이 체험할 대학 시절을 두고 시인이 ‘현상학적 시절’이 힘차게 끝나가는 때라고 표현한 이유는 ‘저 불가피한 순진성과 정직성’이 만들어낼 젊은 날의 순정한 체험이 유년 시절을 거쳐 앞으로 이 캠퍼스 안에서 완성될 것으로 믿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대학 시절이야말로 학생들이 ‘의식적으로 꿈꾸는’ 시절이며, 앞으로는 다시 경험하지 못할 ‘시적인 시대’의 절정에 해당한다. 어쩌면 그들은 베르그송이 말한 ‘전경적(全景的) 비전’ 가운데 한 장면을 가장 명료하게 보여줄 기억들을 자신도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연세 캠퍼스 안에서 만들어갈 수 있을 것이다.
아침마다 동문에서 청송대와 본관을 거쳐, 외솔관을 돌아 내가 근무하는 백양관으로 출근할 때마다, 나는 인적이 드문 캠퍼스의 이곳저곳을 호젓한 마음으로 눈여겨본다. 산책하듯 천천히 걸음을 옮기다 문득 멈춰 청송대 석비의 비문을 들여다보고, 아직은 물이 오르지 않은 본관의 담쟁이 넝쿨과 건물에 새겨진 태극문양의 건축 미학을 감상한다. 위당 정인보의 흉상을 거쳐, 윤동주 시인이 연희전문 시절 생활했던 핀슨관, 그 밑의 윤동주 시비를 돌아 연구실로 들어가는 것이 요즘의 내 출근 동선이다. 그러면서 연세 캠퍼스의 구성원이 된 새내기들을 한 학기 동안 어떻게 가르치고 무엇을 이야기할 것인가 곰곰이 생각해 본다.
연세 캠퍼스 곳곳에는 연세 정신을 상징하는 역사 문화의 흔적들이 가득하다. 그야말로 대학 문화의 정신적 유산이 보물처럼 빛나고 있는 공간이 이곳이다. 오랜 세월에 걸쳐 축적된 연세 캠퍼스의 다양한 역사 문화 흔적들을 새내기들이 「연세 역사문화 산책」(박물관 펴냄)이라는 책자를 통해 확인하면서 캠퍼스 곳곳을 순례해 보았으면 한다. 이 책자를 지도 삼아 캠퍼스의 건축물과 산책로와 숲, 그리고 연세의 역사를 일구어온 인물들의 기념 형상들을 권역별로 따라가면서, 자신의 마음에 최초의 기억들을 간직하는 체험을 해보았으면 한다. 최초의 경험을 통해 새겨지는 캠퍼스의 공간과 여러 형상물들은 이후 오래도록 소중한 원형적 이미지로 기억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새내기들에게 먼저 연세 캠퍼스의 역사 문화 공간 탐방을 권유해 보고 싶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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