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내기와 멘토링

무라카미 하루키는 스무살을 ‘상실의 시대’라 했다. 19와 20사이에는 숫자 1밖에 차이가 나지 않지만 스물이 되면 열아홉 때는 하지 못했던 것들을 경험할 수 있게 된다.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돌아가던 10대의 공간을 떠나 낯선 세계로 던져진 스무살에게는 다양한 기회가 있지만 그만큼 잃는 것도 많다. ‘함께’ 있지만 ‘혼자’임을 느끼는 시간이 많기에 밀려오는 상실감은 쉽게 가실 줄 모른다. 멘토의 필요성이 바로 여기에 있다.

새내기, 선배를 만나다

“아직 어색한 것도 많고 학교생활에 대해 많은 기대와 부담을 동시에 안고 있다”며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아래 오티)에서 만난 안용주양(인문계열·05)은 오티에 참가한 소감을 말한다. 새내기에겐 대학이라는 새로운 사회로 접어들면서 대학생활에 대한 설렘과 여지껏 경험해 보지 못한 자유의 범람으로 인한 불안이 동시에 찾아오는 법. 이때 그들에게는 대학이라는 같은 시공간 속에서 돋보기가 되어 줄 선배와 교수가 있다. 잘 보이지 않는 것을 확대시켜서 자세하게 보여주는 돋보기처럼 선배와 교수는 새내기들에게 불안하기만 한 그들의 앞길을 자세하게 보여 줄 수 있는 멘토가 될 수 있다.

문과대 부학생회장 박상은양(사학·03)은 “대학이라는 새로운 공간에 들어온 새내기들에게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발판을 마련해 주고 싶다”며 신입생 오티의 취지를 밝혔다. 그에 걸맞게 새내기 정선민양(인문계열·05)도 “대학생활을 하는데 있어서 오티를 통해 실질적인 도움을 받고 싶고 선배들도 많이 만나 친해지고 싶다”며 오티 행사와 선배들에 대해 큰 기대감을 표했다.

박준홍군(전기전자·03)은 “오티 기간 동안의 반 행사가 후배들의 대학생활에 많은 도움이 되며, 그 속에서 얻을 수 있는 인간관계에 만족한다”며 상실의 시대에 서 있는 새내기들이 멘토를 찾을 수 있는 첫걸음이 되는 오티를 긍정적으로 보았다.

하지만 각 단과대가 주최하는 오티는 선·후배간 대화의 시간도 많지 않고, 강연과 공연 등은 단지 보여주기 위한 행사로 그치고 만다. “작은 원들이 구축돼 활성화되면 큰 원도 잘 돌아 갈 수 있다”는 총학생회 총집행국장 김샛별양(유럽어문학부·99)의 말처럼 일대일 멘토나 소규모 그룹의 형성이 필요한 것이다.

한편 오티 등의 반 행사에 참여하는 것을 꺼리는 학생도 있다. 소은혜양(인문계열·04)은 “술자리 위주로 진행되는 반행사에 적응하지 못했다”며 “현재 멘토 역할을 해 줄 선배가 없어 속상하다”고 털어놨다. 이어서 소양은 “결국 인간관계는 모두 자기 노력에 달린 것 같으며 내가 노력을 하지 않았기에 대학에서 멘토를 만날 수 없었다”며 멘토를 찾는데 있어서 자신의 노력이 가장 중요한 것임을 보여줬다.

교수와 학생 간의 맨토링

이처럼 선·후배 사이의 멘토링이 오티나 반 행사로부터 시작될 수 있다면 학생과 교수 사이에는 수업이 있다. 바로 새내기들의 특권인 프레시맨 세미나다. “계열입학으로 인해 소홀해진 교수와 학생간의 유대관계를 프레시맨 세미나를 통해 돈독히 할 수 있다”고 전하는 학부대학 직원 박정원씨의 말처럼 프레시맨 세미나는 멘토링의 다른 방식으로써 그 기능을 하고 있다.

프레시맨 세미나의 주제는 그 성격이 대부분 흥미롭기에 학생들의 관심이 많고, 교수들 역시 자신들의 전공이 아닌 다양한 주제를 통한 학생들과의 만남을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있다. 프레시맨 세미나가 처음 개설된 지난 2002학년도 2학기부터 현재까지 매학기마다 ‘대중음악과 함께하는 대학생활’이라는 프레시맨 세미나를 진행해 온 조진원 교수(이과대·세포생물학)는 “나의 전공과는 관계없는 ‘음악’이지만 나는 음악을 좋아하고 학생들 역시 즐기면서 배운다”며 공통된 관심거리를 통한 교수와 학생의 소통에 만족감을 보였다. 또한 그는 “인간적인 강의 속에서 사생활도 쉽게 얘기한다”며 교수와 학생의 관계가 평범하지 않음을 보여줬다.

조교수의 프레시맨 세미나를 수강한 고재훈군(경제·04)은 “교수님이라는 이미지는 다가가기 어려운 대상으로 비춰졌으나 세미나를 통해 아버지와 같이 편안한 상대로 여길 수 있게 되었다”며 “힘든 일이 있을 때는 먼 앞을 바라볼 수 있도록 도와주시는 교수님을 찾아가서 상담도 한다”고 프레시맨 세미나가 대학생활에 있어서 사제간의 멘토 형성에 좋은 계기가 될 수 있음을 얘기했다.

조교수 역시 “다양한 계열, 다양한 학생들을 통해 갖가지 생각을 공유할 수 있다”며 프레시맨 세미나의 장점을 말했다. 나아가 “과학은 자유로움에서부터 온다”며 과학자인 자신은 프레시맨 세미나의 자유로움에서 좋은 영향을 많이 받았다고 이야기한다. 학생 또한 교수의 멘토가 될 수 있는 것이다.

대학생활 속에서 많은 사람들을 만나게 되지만 가벼운 관계로 그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에 우리가 느끼는 상실감은 두배로 커진다. 선배든 교수든 혹은 다른 어느 누구든 간에 대학 생활에서 멘토의 존재는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상실된 모든 것들로 하여금 다른 의미로 되돌아 올 수 있도록 만들어 줄 것이다. 지금 내 옆에 멘토라 부를 수 있는 사람이 없다면 혹은 나를 멘토로 여기고 있을 사람이 없다면, 이참에 내 가까이에 있는 사람을 마음의 눈으로 바라보면서 인연의 끈을 엮어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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