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멘토링

취업 분야에서부터 인생의 사소한 부분까지 커다란 길잡이가 돼주는 멘토링. 이 멘토링에도 안타깝지만 성의 경계가 있다. ‘남성 멘토링’이라는 말은 없지만 ‘여성 멘토링’이라는 말이 존재한다는 자체가 그 성의 경계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멘토링이 주목받고 있는 현재, 여성 멘토링이 어렵다고 인식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에 대해 여성부 총무과 김대중 실무담당자는 “사회 진출에 성공한 사람들 대부분이 남성들이라 멘토링을 할 수 있는 여성의 숫자가 상대적으로 부족하다”며 노하우가 부족한 것을 가장 큰 원인으로 들었다. 심리학과 김인경 강사는 “남성들은 이미 일상 속에 침투한 군대 문화의 영향을 통해 동성간의 선후배관계에 익숙해져 있는 반면, 여성들은 친구들과의 문화에 더 익숙해 멘토라는 관계가 쉽게 맺어지지 않는다”며 남성과 여성의 조직 문화의 차이로 인해 멘토링의 성의 경계가 나타남을 설명한다. “조직 환경의 중요성을 강조하기라도 하듯 여대나 기숙사와 같이 조직적인 문화를 경험한 여성들은 비교적 많은 멘토 관계를 갖는다”고 김강사는 덧붙인다.

사회 생활에서 ‘여자의 적은 여자’이기 때문에 여성들끼리는 멘토링 관계가 쉽게 성립될 수 없다는 일반적인 편견도 있다. 이에 대해 이화여대 경력개발센터 최양숙 과장은 “그것은 단편적인 사실에 불과하다”며, 능력 향상이나 자기 계발과 같은 다각적인 면에서 봤을 때 사회 진출을 한 여성들은 상대적으로 소수이기 때문에 멘토 관계를 더욱 열망하게 되고, 성립된 멘토 관계를 큰 인적 네트워크로 발전시킨다는 것이다.

현재 학내외에서는 여성 멘토링을 활성화시키기 위한 시도가 활발이 이뤄지고 있다. 우리대학교의 ‘여성인력개발연구원’과 같이 대부분의 대학들이 학내에 여성 인력 센터를 마련해 자연스러운 멘토 관계를 맺어주고 있다. 이화여대 경력개발센터의 경우 구체적인 멘토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있다기보다는, 전문적 세미나를 개최했을 때 방문하는 선배들과 참여하는 후배들 간의 지속적이고 따뜻한 만남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한다. 대학교 내에서뿐만 아니라 여성부에서 지난 2002년도부터 운영하고 있는 사이버 멘토링(http://www.women-net.net)도 주목할 만하다. 3년만에 총 7백50여쌍의 멘토-멘티를 탄생시킨 이 사이버 멘토링은 세계적으로도 유래를 찾아보기가 힘들다. 자신이 원하는 목적으로 멘토링을 신청할 수 있는데, 여성이라면 누구나 참여해 멘토나 멘티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사회 진출’이라든지 ‘학력’이라고 하는 장벽도 없다.

김강사는 “형식적인 취업 멘토 관계에서부터 시작한다 할지라도 여성끼리의 멘토 관계는 드물기 때문에 한 번 관계를 맺기 시작하면 깊은 유대감을 가지게 된다”고 말한다. 더군다나 현대 사회는 남녀가 경험할 수 있는 교육과 환경 조건이 비슷하기 때문에, 장기적인 안목으로 비춰봤을 때 여성에게도 깊은 멘토링 관계를 맺을 수 있는 최적의 조건이 형성될 수 있다. 멘토링에서 성의 경계가 허물어질 날도 머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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