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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도기획> 교수사회, 폐단 극복할 자기 성찰 필요

‘대학은 치외법권이 적용되는 소도(蘇塗)인가?’


최근 서울대 김민수 전 교수 복직 투쟁이 다시 논란이 되고 있는 가운데 교수 성폭력 사건, 연구비 유용 비리 등이 잇따라 터져나오면서, 교수사회에 대한 불신이 커지고 있다. 그동안 조심스럽게만 제기돼왔던 폐쇄적인 교수사회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 역시 서서히 높아지고 있다. 이에 대학교수들에 대한 업적평가문제와 교수임용과정 등 그동안 잘 알려지지 않았던 교수사회의 문제까지 대두되고 있는 상황이다.

교수업적평가의 문제점

지금까지 대학의 내부사정이 외부로 공개된 일은 거의 없었다. 우리사회에서 대학은 외부의 감시 없이도 자체적으로 규제가능한 ‘이성의 집합체’로 여겨져왔기 때문이다. 이러한 까닭에 대학교수의 연구업적 및 자질에 관한 평가는 교수사회의 내부적 평가가 주종을 이뤄왔다. 그동안 대학의 연구 및 교육에 관련된 부분들은 각 대학 스스로가 평가하도록 위임돼왔다. 하지만 일본의 교수사회를 비판한 가나가와 대학 쿠니토모 교수가 “자기 자신을 평가하는 것만큼 정확함과 거리가 먼 평가는 없다”고 말했듯이 대학 내에서 이뤄지는 교수평가는 객관성을 확보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따라서 승진과 재임용 심사과정이 형식적이고 온정주의에 흐르고 있다는 비판이 있어 왔다. 최근들어 각 대학은 교수업적평가에 대해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고 있는 추세지만 여전히 많은 과제를 안고 있다.


국민대 교수업적평가 부문을 맡고 있는 법학과 김동훈 교수는 “평가기준이 연구의 질보다는 양적인 면에 치우쳐있고, 평가과정도 서류에 날인만 하고 넘어가는 수준”이라며 평가과정이 대부분 형식에 머물고 있음을 밝혔다. 우리대학교 역시 규정집 교원인사규정 24조를 통해 교원업적평가에 관한 사항을 두고 있지만 이는 교원의 승진과 승봉(연봉 승격), 재임용 심사 적용에만 한정돼 있다. 더 이상의 승진이 없는 정교수의 경우 업적평가는 승봉심사에만 국한된다.


교수업적평가를 바탕으로 한 재임용심사의 폐단에 대한 지적도 많다. 서울대 김 전 교수는 “심사위원과 심사평가안이 철저히 비공개로 이뤄지고 있는 재임용심사는 연구업적에 대한 평가가 아닌 사실상 ‘찍힌 교수’를 자르기 위한 수단”이라며 강도높게 비판했다. 지난 1975년 ‘연구 미비 교수 퇴출’을 위한 취지로 제정된 입법안은 「사립학교법」 53조 2항과 「교육공무원법」 11조 3항에 ‘대학교원은 기간을 정하여 임용할 수 있다’고 규정돼 있다. 하지만 사실상 연구업적미비로 인해 교수가 재임용심사에서 탈락하는 경우는 아주 드물다. 우리대학교는 재임용심사 탈락자의 명예훼손 이유를 들어 재임용율의 정확한 수치조차 공개하지 않고 있다.


재임용과 관련된 폐단은 서울대 김 전 교수 사태뿐만 아니라 덕성여대 한경숙 전 교수, 세종대 김동우 전 교수의 복직투쟁과 같은 사례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앞에 제시된 사건들은 교수들의 연구성과가 대학이 정해 놓은 기준을 넘었음에도 불구하고 학교측에 의해 일방적으로 해직된 경우다.“이러한 재임용과정은 교수들간의 줄서기, 서열관계를 고착화시켰다”고 김 전 교수는 말한다.

우리대학교, 교수 5명 중 4명은 본교출신

교원 신규채용에 있어서도 문제는 크게 다르지 않다. 본교출신 교수 임용률이 80%가 넘는 우리대학교를 비롯해 이른바 명문대로 불리는 고려대와 서울대의 경우, 그 수치는 각각 68%, 95%에 이른다.(지난 2002년 기준) 이와 같은 문제제기에 대해 학교관계자는 “본교출신자가 학교에 대한 애정이 남다르기 때문에 이것이 판단의 기준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에는 ‘자기 사람 끌어안기’라는 비판도 제기된다. 특히 지난 1월 「교수신문」과 「하이브리넷」이 박사학위자 1천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는 이러한 실상을 확연히 드러낸다. 신임교수 채용시 가장 많이 작용하는 요소가 무엇이냐라는 질문에 21.4%의 응답자가 ‘기존교수들과의 친분’을 첫번째로 꼽았으며, 전체 55%의 응답자가 교수공채과정에 대해 불공정하다고 평가했다.


교수임용에 대한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한 방안으로 현재 대학교수의 신규채용시 동일학부출신의 교수임용이 2/3선을 넘지 못하도록 법으로 제정하고 있으며, 지난 8월부터는 ‘교육공무원임용령’ 개정안이 시행됨에 따라 교수 임용 심사 기준의 사전공개를 의무화하고 있다. 교무처 관계자는 “법 제정 후 교수채용시 원칙을 성실히 이행하고 있다”며 “현재 80%에 이르는 본교출신교수의 비율은 법제화 이전에 누적된 숫자”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교수임용심사의 평가과정이 비공개로 이뤄지는 현 상황이 지속되는 한 얼마나 개선될 수 있을지는 지켜볼 문제다.

대학원, 교수에게 일임된 전권

교수사회의 폐쇄구조가 가장 심각하게 드러나는 곳은 대학원이다. 대학원생의 학점, 장학금, 논문심사 등 전권이 지도교수에게 일임되기 때문에, 때로는 학문적 사제관계를 넘어서는 권력구조가 만들어지기도 한다. 이러한 구조는 ▲연구활동과 집필업무 전가 ▲학생을 볼모로 한 연구비 수급 ▲기타 잡 심부름을 시키는 일과 같은 대학원생에 대한 불합리한 처우로 이어지기도 한다. 이런 실태에 대해 학생이 직접 나서 문제제기를 하는 것은 쉽지 않다. 대학원 총학생회장 김성훈씨(사회체육·석사4학기)는 구체적 사례를 묻는 질문에 “가끔씩 억울하게 당한 학생들이 찾아오지만 그에 대해 언급하기는 힘들다”며 “독문과 사태와 같이 큰 사건으로도 꿈쩍하지 않는 곳이 바로 교수사회인데 어느 누가 여기에 반하는 목소리를 낼 수 있겠는갚라고 말한다.


이 같은 문제에 대해 서울대 김 전교수는 “이로 인해 가장 큰 피해를 보는 대상은 바로 학생들인데 아이러니컬하게도 자신의 학점이나 이득을 위해 이 시스템에 순응하고 있다”며 “이러한 교수집단의 기득권은 학맥이나 인맥을 유지하려는 기득권자, 이에 반하지 않기 위해 노력하는 신임 교수들, 그리고 그들에게 잘 보이려는 학생들에 의해 점차 굳어지고 있다”고 말하며 교수사회와 아울러 이에 순응하는 학생들의 이중성까지 혹독하게 비판했다.
교수사회의 또 다른 일면을 보여주는 사례는 성폭력사건에서 나타난 징계처리방식이다. 지난 2003년 12월 열린 ‘교수성폭력근절을위한결의대회’ 에서 발표된 내용을 보면 우리대학교, 동국대, 서강대, 서울대, 시립대에서 일어난 대표적 5가지 교수성폭력사건이 대부분 솜방망이 처벌에 그치거나 징계처리가 지연되는 등 징계제도에 문제점이 있음을 보여준다. 징계위원회 회의는 비공개로 진행되며 위원회는 교원들로만 구성된다. 이에 국민대 김 교수는 “교수들은 서로 오랜 기간 같이 연구를 했기 때문에 한솥밥의식이 강하다”며 교수사회의 온정주의에 대해 언급했다. 또한 우리대학교 징계위원회의 한 관계자 역시 “징계위원회의 구성원이 교수로서의 ‘동료의식’이 작용하기 때문에 엄격한 처벌이 어렵다”고 실토했다.

투명성 개선과 객관적 평가 이뤄져야

이같이 교수사회에 대한 문제점들이 지속적으로 드러나고 있지만 정작 교수사회 내 자성의 목소리는 뚜렷하게 나타나지 않는다. 취재를 위한 인터뷰요청에도 대부분의 교수들이 난색을 표하는 실상은 교수사회의 폐쇄구조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한 강사는 “학교 이사회의 승인을 받아야 승진이 가능한 조교수와 부교수의 경우 직접 나서서 교수사회를 비판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라며 불가피한 현실에 대해 언급했다. 제도적으로도 교수의 기득권 남용에 대해 견제할 수 있는 장치 또한 아직은 미비하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의 관계자는 “교수들의 자성 또한 필수적인 요건이다”라며 교수들의 스스로의 개혁이 무엇보다 요구된다고 말했다. 최근들어 자체평가 개선에 나서고 있는 대학들의 움직임은 긍정적으로 비쳐진다. 우리대학교의 경우 교수채용심사에 ‘외부인사심사제도’를 도입하고, 각 단과대별 승봉심사기준을 따로 마련할 방침이다. “대학은 그 어디보다도 지극히 깨끗해야 하고, 평가에 있어서 투명해야 한다”는 쿠니토모 교수의 말은 대학사회가 나가야 할 방향을 제시해준다. 현재로서는 무엇보다 대학의 투명성을 강화하고 객관적 평가제도를 발전시키는 것이 절실히 요청된다. 더불어 교수사회가 자기성찰에 각별히 신경쓰는 자세 역시 선행돼야 할 것이다. 그것이 지성인들의 사회에 필요한 덕목이기 때문이다.

연세춘추  chunchu@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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