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시 2학기 ‘특기자 및 특수재능보유자 전형’. 이 전형에서는 2백여명의 학생들을 문학, 한문, 논술, 외국어, 수학, 과학, 발명, 정보의 8개 분야로 나눠 선발하고 있다. 특정한 분야에 소질을 바탕으로 두각을 나타낸 학생들이 대학에 입학해 각각의 재능을 살릴 수 있도록 배려한 제도다.

 

우리대학교는 이들을 위해 ‘특기자 프로그램’을 마련해 시행하고 있다. 수업지원부 이정숙 과장은 “특기자들에게는 특기 분야 이수과목 지정, 특기자 지도교수 배정, 동아리 활동 장려, 장학금 지급 등의 지원을 하고 있다”고 말한다. 특기자 입학 전형을 실시하고 있는 고려대, 서울대, 성균관대 등에서도 이들을 위한 프로그램을 찾아보기 어렵다. 서울대 교무지원부 측은 “특기자 전형을 통해 지원자격을 부여하는 것 뿐”이라며, “특기자들 만을 위한 양성프로그램은 갖춰지지 않은 상태”라고 말한다. 타대학에서 마련돼 있지 않은 프로그램을 먼저 실시한다는 점은 고무적이지만, 현재 프로그램은 여러가지 면에서 미비한 점을 드러내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현재 실시되고 있는 프로그램이 특기를 살려주기엔 턱없이 부족하다”는 독일어 특기자 전소라양(인문계열·1)의 말처럼, 세부적인 커리큘럼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외국어 특기자들을 위한 프로그램은 ‘각 영역별 전공과목 21학점 이상 이수’라는 조항이 전부다. 문학, 과학, 수학 등의 분야에서도 프로그램이 기초학문의 학점 이수에 그치고 있다. 이에 반해, 서울예술대 문예창작과의 경우, 실질적인 창작실습을 통해 학생들의 재능을 양성하고 있다. 문학특기자 정명교 지도교수(문과대·국문학)는 “특성화된 서울예술대처럼 학생들에게 고급의 교과 과정을 부여하면 좋겠다”며, 현행 프로그램의 한계를 밝혔다. 이과장은 “소수인 특정 학생들만을 대상으로 강의를 개설하거나 프로그램을 더 늘리기엔 현실적 어려움이 있다”고 답해 특기자 입학생들에 대한 프로그램의 미비점을 드러냈다.

 

한편, 전공승인 과정에서도 특기자의 재능을 제대로 살리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중국어 특기자 조아라양(국문·2)은 “특기자를 뽑았으면 그 특기를 살릴 수 있도록 전공배정을 고려해줘야 하지만, 일반학생들과 다름없이 학점을 기준으로 전공을 배정받고 있다”며 불만을 표했다. 그러나 광역학부제로 인기학과 경쟁이 치열한 상황에서 일반학생들의 반응은 다르다. 박태양군(인문계열·1)은 “특기자들에게 우선권을 주는 것은 평등권에 위배된다”고 비판한다. 이러한 견해 차이와 문제를 보완하고자 수업지원부는 지난 2002년에 ‘특기자 전공 추천 방안’을 내놓았다. 추천 기준은 첫째, 특기자 활동이 활발한 학생 가운데 둘째, 특기자 영역과 지원 전공과 상관 관계가 밀접하며 셋째, 1학년 1학기 성적이 3.0 이상인 학생에 한해서 추천하기로 한다 넷째, 단, 특기자 활동이 탁월한 경우에는 1학기 성적이 3.0 미만이더라도 지도교수의 의견에 따라 추천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제도적 보완도 “지도교수에게 그와 같은 자세한 설명은 듣지 못했다”는 정보 특기자 김현철군(공학계열·1)처럼 모르는 학생이 많다. 또 과학 특기자 허인녕군(공학계열·1)은 “넷째 조항의 별도 추천으로 전공승인을 받은 선배를 본 적이 없다”며 이같은 제도가 형식적인 제도는 아닌지 의문을 제기한다.

 

특기자들에게 지급되는 장학금도 그 선정 기준의 모호성으로 인해 본래의 의미가 퇴색되고 있다. 특기자 장학금의 목적은 자신의 특기를 살려 성과를 낸 학생을 장려하기 위한 것으로, 한 학기당 약 2억 5천만원이 지급되고 있다. 하지만 장학생 선별 기준의 모호성으로 인해 장학금이 학점에 따라 지급되고 있는 실정이다. 실례로 정보특기자의 경우, ‘세계컴퓨터프로그램대회’에 입상한 학생에게 장학금을 지급하고 있다. 하지만 국제적인 대회에서 성과를 내지 못한 학생들의 평가기준이 불명확한 상태다. 이에 정보특기자 조성배 지도교수(공과대·인공지능)는 “분명한 성과를 내지 못한 학생들의 경우, 가장 객관적이고 공정한 평가 기준이 학습참여를 기초로 한 학점이다”라고 설명한다. 그러나 특기자 장학금이 성적장학금과 다를 바 없이 지급된다는 사실은 일반 학생들에게 또하나의 불평등으로 다가갈 우려가 있다. 이것은 처음에 특기자 장학금을 만든 목적과도 배치된다.

 

프로그램의 미비는 동아리 활동에서도 마찬가지다. 학교측은 비슷한 재능을 가진 학생들을 모아 그 재능을 한층 더 계발시킬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해 주고자 동아리를 장려했지만, 수학 특기자 황규민군(이학계열·1)은 “동아리 활동을 장려하면서 정작 필요한 동아리방도 마련돼 있지 않다”고 말한다. 이과장은 “교내에 여분의 공간이 없어 특기자들을 위한 신생 공간 마련이 어려운 상태”라며 현실적 한계를 밝혔다. 이처럼 프로그램이 형식상으로는 있는듯 하지만 실제로는 프로그램의 내용과 실천이 모두 부족한 상황이다. 

 

수능이라는 천편일률적인 기준을 탈피해, 개인의 특기를 인정하고 입시에 반영하는 태도는 바람직하다. 하지만 이런 학생들의 재능을 양성화시킬 수 있는 제도와 그에 뒤따르는 교육적 실천이 필요하다.


        /김윤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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