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記者)라는 한자어를 그대로 풀이하면 기록하는 사람이라는 뜻이 된다. 기록하는 사람, 기자는 무엇을 기록하고 또 기록해야 하는 사람인가? 이는 「연세춘추」 기자로 활동하면서 늘 고민해 온, 좀처럼 풀리지 않는 숙제다.
우리대학교의 고교등급제 시행 논란과 관련해 지난 10월 교육인적자원부는 우리대학교가 ‘서류평가에 있어 고교간의 차이를 일부 반영한 것을 확인했다’고 발표했다. 이에 우리대학교는 기자회견을 열고 입장을 피력했다. 각종 일간지는 ‘연세대학교 고교등급제 실시’를 머릿글자로 교육부의 발표를 대서특필했지만 어디에도 우리대학교의 입장은 설명되지 않았다. 우리대학교 측이 고교간의 차이를 상품의 ‘브랜드 이미지’에 비유한 일부 텍스트가 전체적인 컨텍스트 대신 강조되고 있을 뿐이었다. 대다수의 사람들은 충격에 휩싸였고, 또 일부는 분노했다.
기사는 있었던 일, 사실(事實)에 근거해 구성돼야 한다. 물론 기자가 수많은 사실들 가운데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사실을 선택하고 적절한 어휘를 선택· 표현해 배열하는 등 기사를 작성함에 있어 나름의 가치판단이 개입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양자의 주장이 대립하는 상황에서 그것이 해명이든 변명이든, 한 입장을 소홀히 하는 것은 엄연한 왜곡이다.
「연세춘추」 기자로서 나는 양자의 입장을 충분히 살린, 있는 그대로의 사실을 전달하려 노력했다. 한편, 일부 독자는 「연세춘추」의 고교등급제에 대한 기사를 우리대학교의 입장을 두둔하는 것으로 보고 비판을 가할 수도 있다. 하지만 내가 생각하는 기자는 왜곡 없는 사실을 전달하기 위해 최대한 노력해야 하며, 참된 가치인 진실(眞實)에 대한 판단은 독자의 몫으로 남겨둬야 한다. 진실을 보는 눈은 하나가 아니며, 진실은 오직 하나라고 단정 지을 수도 없다. 사실에 근거한 진실의 판단은 독자의 몫이자 권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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