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부터 총학생회 선거의 공식 일정이 시작된다. 학생들의 대표기구이자 자치기구인 총학생회 및 각 단위 학생회들은 많은 학생들에게 자의적인 정치활동에 치주하는 조직 정도로만 인식돼 있다. 그에 따라 그 첫걸음인 선거도 연장투표나 연기와 같은 절차상의 문제를 낳는 등 학생회의 존립 기반 자체가 위협받는 상황에 이르렀다. 이른바 ‘학생회의 위기’가 대두하고 있는 것이다. 대의 기구가 대의해야 할 집단으로부터 멀어져 있다는 것은 기능적 파산이며, 소수의 독선이 지배할 가능성이 높아짐을 뜻한다.

 

사실 지난 5년 동안 학생회들은 그러한 위기극복을 위해 절치부심했고, 학생들의 참여와 관심을 유도하기 위해 노력해왔다. 그러나 이런 노력들은 운영방식의 정체와 비민주성 등으로 학생들로부터 별 호응을 얻지 못했다. 그동안의 학생회구성은 소위 ‘할만한’ 사람들과 그들을 중심으로 한 특정집단끼리 바통 터치를 하는 식으로 이뤄진 경우가 많았다. 또한 학외사안에 관심을 두면서 학생들이 가장 큰 관심을 두는 등록금이나 학사제도, 수강제도 등의 학내문제에 대해 학생회는 학생들의 의사를 제대로 대변한다고 보기 어렵게 됐다. 학생들의 관심이 필요한 사안에서 학생들이 참여할 통로를 제대로 열어놓지 못한 경우가 많았던 것이다. 학내외 환경의 변화에도 불구하고, 학생회는 운동적인 관성만을 유지했던 것처럼 보인다.

 

선거는 학생 대표를 선출하는 중요한 과정이다. 선거 기간 동안 학생회의 기조와 틀, 말하자면 ‘총학생회의 상’이 완성되기 때문이다. 이제 총학생회는 지난 7,80년대 사회 모순에 저항했던 학생회의 역사적 사명감에서 다소 자유로워질 필요가 있다. 이번 선거는 학생들을 중심으로 두고, 학내의 문제에 관심을 두는 학생회를 만들 기회다. 총학생회 출마 선본들은 학내문제, 학생들의 복지, 학생들과 밀접한 사회 문제 등에 중점을 둔 공약들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 보다 많은 연세대학교 학생들의 참여와 관심을 유도하고, 학생들에게 신뢰를 줄 수 있는 공약을 제시해야 한다.

 

이번 총학생회 선거에서는 다양한 이해관계와 생각을 가진 연세의 개인과 단위들이 되도록 많이 참여해 폭넓은 논의구조에서 학생회의 상과 방향을 짜야 한다. 지금 평범한 연세인의 참여와 활동을 얘기하는 총학생회 선본 구성 등의 논의가 진행되고 있지만, 선거 기간에 많은 연세인과의 소통이 이뤄지지 않은 채 구성되면 이 또한 특정인의 의사에 좌우되는 기존의 체제를 답습할 수밖에 없다. 총학생회가 만들어 놓은 그들만의 판에 참여하는 게 왠지 거북했던 연세대학교 학생이라면, 이젠 스스로 주인이 돼 참여의 틀을 짤 때다. 이번 선거를 통해 학생회가 학생들의 냉소와 무관심에서 벗어나, 진정한 학생들의 자치기구, 대표기구로 거듭날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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