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연중에 우리의 중요한 행동지침이나 우선적 행동의 기준이 되는 가치나 가치관은 세월과 더불어 변한다. 우리 사회문화의 변화는 우리가 중요시하는 것이나 가치있다고 지각하는 믿음의 반영이기 때문에 당연히 가치관의 변화와 동행한다.

 

어떤 가치나 가치관을 가지고 살아가느냐 하는 문제는 개인간에도, 혹은 성별, 세대, 집단, 민족간에도 차이가 있게 마련이다. 가치관이 서로 다르면 삶의 양식이나 행동에서 차이가 나기 때문에 서로 이해하기 어렵고, 갈등이 생기기도 쉽다. 반대로 가치관이 서로 비슷하거나 같으면 그런 사람이나 집단간에는 서로 매력이 생기고 단합도 잘 되고 공동목표 달성을 위해 이해와 협조도 잘 이뤄진다.

 

최근에 운동 선수나 탤런트 중에 병역을 기피했다가 곤욕을 치르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은 병역의무를 이행하는 것보다 개인적인 욕구나 필요충족을 우선적으로 선택했다가 사회적으로 지탄을 받게 된 것이다. 그런가 하면 개인적으로 편안한 생활이나 여유있는 생활을 하고 싶어서 거액의 뇌물을 받았다가 검찰에 가서 망신을 당하는 이들도 있다.

 

따라서 개인적으로는 물론 사회적으로도 바람직한 믿음을 가지고 산다는 것이 매우 중요한 일이다. 현대 사회가 과거에 비해 다양한 삶의 형태나 양식을 수용하는 열린 사회로 가고 있지만 여전히 어떤 가치관을 가지고 사느냐 하는 문제는 그 사람의 됨됨이를 드러내는 중요한 단면이다.

 

우리나라 고등학생들의 가치관을 25년 전에 조사한 것과 최근의 것을 비교해 봤더니 크게 달라진 것들이 있었다. 우리 사회문화에 큰 변화가 오고 있다는 증거일 것이다. 우리에게 공통적으로 중요시되는 18개 가치항목 중에서 25년 전 고등학생들은 ‘마음의 평화, 가책 없는 마음’을 가장 바람직한 것으로 지각했었는데 오늘의 고등학생들은 그 중요성에서 겨우 일곱 번째로 등급을 매겼다. 양심의 가책없이 평화로운 마음으로 산다는 것이 기대하기가 어렵다고 판단하고 있거나 아니면 적어도 18가지 항목 중에 제일 중요한 것은 아니라고 믿고 산다는 말이다. 윤리와 도덕적인 측면에서 고등학생들에게 큰 변화가 오고 있음을 암시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25년 전과는 달리 오늘의 고등학생들은 ‘편안하고 여유있는 생활’을 제일로 삼고, ‘행복, 만족감’을 두 번째로 중요한 가치로 평가하고 있다. 개인적인 필요와 욕구 충족을 가장 중요하게 지각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또하나 괄목할 만한 것은 ‘국토방위, 국가안보’를 18개 가치 중에서 17번째로 중요한 것으로 믿고 있다는 사실이다. ‘영생, 종교적인 구원’과 함께 ‘국토방위, 국가안보’가 최하위 등급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병역 기피나 거액의 뇌물수수 사건들이 바로 오늘 우리 고등학생들의 가치관에도 그 가능성이 반영돼 있음을 직감할 수 있어서 씁쓸하다. 고등학생들이 사회적으로 바람직한 일, 나라와 민족을 위해 필요하고 중요한 일보다는 개인적으로 편안하고 여유있는 생활을 우선 갈망하고 있고, 국토방위나 국가안보는 상대적으로 중요한 일이 아니라고 믿고 있는데, 우리 대학생들은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지 궁금하다. 그리고 다같이 우리가 처한 현실을 곰곰이 생각해봐야 할 때다.


연문희 교육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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