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거운 사라', '가자, 장미여관으로'의 마광수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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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각적인 낱말과 소리의 배열에 마치 발랄한 음악을 듣는 듯한 흥겨움을 선사하는 이 음표는 마광수 교수(문과대·국문학)의 시 「변태」의 한 시행이다. 가을의 코발트빛 하늘과 꿈쩍도 않는 게으른 구름 아래, 빨간 나뭇잎도 배부른 고양이도 마교수의 시행처럼 신명나기 그지없지만 외솔관을 느릿느릿 배회하는 마교수에겐 가을 공기가 그저 풍요롭지만은 않다. 2004년 가을, 마광수 교수는 여전히 아프다.

자유가 너희를 진리케 하리라

 “아직 몸이 많이 안 좋아요. 당뇨도 있고….” 수업시간이나 학생들의 인사를 받을 때나, 언제나 천진난만한 웃음을 지어보이는 마교수지만 그의 건강상태는 그리 양호한 편이 아니다. 게다가 재임용 후유증과 검열공포 등으로 그의 마음도 여전히 아프다. 마교수는 “「즐거운 사라」 사건 이후 겁이 많아졌다”고 털어놓는다. “집필 의욕이 꺾여서 자유롭게 글 쓰는 일이 너무 어려워졌다”는 것이다. 누구나 얘기는 한다. 문학의 생명은 ‘자유’라고. 하지만 마교수의 문학적 상상력은 대한민국에서 허락되지 않았다.

“진리가 우리를 자유케 하는 게 아니라, 자유가 우리를 진리케 한다.” 마교수는 “인류 역사를 볼 때, 진리가 도그마(dogma)가 돼 인간의 자유를 빼앗은 적이 매우 많다”고 설명한다. 각종 이데올로기 독재가 그러했고, 중세의 기독교가 그러했듯이. 그는 ‘진리’라는 미명 아래 자행된 수많은 폭력에 혐오감을 표한 후, ‘진리’ 이전에 ‘자유’가 선행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는 마교수의 작품에서 나타나는 그의 문학관과도 일맥상통한다. 마교수는 아리스토텔레스가 얘기한 ‘카타르시스’를 ‘정화’로 번역하지 않는다. 그는 카타르시스를 ‘대리 배설’이라 이름 붙인다.

“인간의 일상에는 각종 사회 규범 등으로 인해 응어리진 욕망이 마치 숙변처럼 자리 잡고 있다”는 마교수는 그 억압당한 욕망을 배설시키는 역할을 문학이 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리고 이 배설은 사회의 억압으로부터 벗어난 자유로운 상태에서 이뤄져야 한다. 결국 문학작품은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작가가 참다 참다 참지 못하고 ‘저절로 배설되는 것’이다. 물론 작가의 배설물인 문학작품을 기웃거리고 감동하는 우리들은 ‘똥개’이고.

마광수 교수의 캠퍼스 낭만

우리대학교 국어국문학과 69학번으로 입학한 마교수는 안해본 동아리가 없을 만큼 대학시절 많은 과외 활동을 했다. ‘연세극예술연구회’와 과동아리에서 연극을 했고, 교지 『연세』의 편집장을 지냈으며, 연세교육방송국(YBS)에도 1년간 몸 담았다. ‘연세총기독학생회(SCA)’와 ‘연세문학회’에서 활동하기도 했다. 마교수는 “학부 시절, 집에 일찍 들어가는 게 그렇게 섭섭할 수 없었다”고 당시를 회상하며 웃음 지었다.

러브 이즈 터치

 러브 이즈 휠링

마교수가 이야기하는 ‘사랑’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 그의 대표시, 「가자, 장미여관으로!」. 그는 여기에 ‘러브 이즈 페팅(애무)’을 덧붙인다. 언뜻 보면 퇴폐적으로 보이지만 마교수가 실제로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사실 이면에 숨겨져 있다. “대학시절 연애를 세 번 했는데, 나에게는 철칙이 하나 있었다”고 마교수는 이야기를 풀어놓는다. “사랑하는 연인과 열정적인 애무는 하되, 성관계만은 절대로 갖지 않겠다”고 그는 항상 다짐했다. 그런 마교수의 다짐이 ‘러브 이즈 터치, 러브 이즈 휠링’이란 매우 음악적인 시구로 형상화된 것이다. 마교수는 육체적인 사랑을 긍정하고 아름답게 표현하지만 무책임한 성관계에 대해서는 가차 없이 비판한다.

대한민국의 이중적인 성윤리 의식

지난 10월 24일 「국민일보」의 기사에 따르면, 낙태수술에 의해 전국적으로 하루에 4천명, 즉 21.6초당 1명이 목숨을 잃고 있다. 청소년 성범죄율은 일본의 3배를 넘고 있으며, 아동 성폭행률, 성범죄율, 포르노 접속률, 낙태율 모두 세계 최상위권이다. 찬란한 밤을 밝히는 러브호텔, 모텔 등도 국내 어디서나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음성적으로는 성적 도덕성이 세계적으로 가장 타락한 사회임에도, 겉으로는 모두들 도덕군자인 체 하고 있다”고 지적한 마교수는 이어서 “음성화된 성담론을 양성화시켜야 한다”고 주장한다. “성문화가 개방돼 있는 일본이 우리나라보다 훨씬 성범죄율이 적은 것을 보면 알 수 있듯이, 억압된 성본능을 대리배설시켜 줄 수 있는 장치는 꼭 필요하다”는 것이다. 마교수는 “우리나라에도 에로티시즘 예술론의 발전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말로 대한민국의 이중적인 성담론에 대한 이야기를 마무리했다.

사랑하고 사랑하고 사랑했는데도

내 가슴 속에는 네 몸뚱아리만이 남았다

마교수는 「사랑」이란 시를 통해서 사랑하는 이의 영혼을, 그리고 마음을 사랑한다고 하늘 향해 수만 번 맹세를 해도, 결국엔 사랑하는 이의 몸뚱아리가 좋았다고 고백한다. 그의 솔직하고 순수한 열정은 그의 시에서, 소설에서, 수필에서, 그리고 그의 그림에서 영원한 생명을 얻었다. 몸도 마음도 많이 다쳤지만, 마교수는 “학생들과 만나 수업을 하고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매우 즐겁다”고 미소짓는다. 학생들을 통해 다시 건강한 기운을 차리길 기도하며, 하루쯤 마광수 교수의 야릇하고 상상력 넘치는 배설물에 흠뻑 취해보는 똥개가 돼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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