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탄아룸’은 세계 최대 크기의 꽃이자 악취를 풍기는 꽃이다. 흔히 꽃이란 단어에 향기를 떠올리는 이들에게, 이는 단지 ‘흥미거리’일 뿐 꽃으로서의 의미는 별로 없다.

지난 1501호 ‘교내 영어강의의 문제젼에 대해 취재하던 나는 문득 타이탄아룸을 떠올리게 됐다. 우리대학교는 국제화라는 명목으로 지난 1999년부터 영어강의를 개설해, 매년 그 수를 늘여왔다. 현재 영어강의는 전체강의의 약 4.3%를 차지하며 ‘양적’으로는 발전된 모습이지만, 아직도 여러 미흡한 점을 보이는 등 ‘질적’으로는 부족함이 많다. 상황 파악 후, 나는 학교 측의 답변을 듣기 위해 관련 부서를 찾았다. 이에 대해 한 담당직원은 현재 고려중인 몇 가지 대안책을 설명하며, “오는 2007년까지 영어강의 비율을 30% 이상으로 증진시킬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지난 5년 동안 영어강의의 증가추이를 비춰보면, 이는 오는 2006년 국제학부의 설립을 감안해도 무리한 계획이다. 게다가 제시된 대안책들은 현 문제점 해결에 대한 확신을 주기보다는 규모 늘리기에 급급해 제도의 본 취지를 살리기 어려워 보였다. 나는 취재내내 ‘이것이 과연 누구를 위한 국제화인갗라는 의문을 지워버릴 수 없었다.

언제부턴가 우리는 규모나 이미지, 통계수치처럼 겉으로 드러나는 부분에 가려진 내면의 본질을 간과하고 있다. 우리대학교 역시 마찬가지다. 아시아 최대 규모의 병원 건설현장 한편에 강의실 부족으로 콩나물처럼 부대껴 수업을 듣는 학생들, 늘어나는 외국인 학생을 감당하지 못하는 교내제도들. 이처럼 최근 ‘연세’라는 대외이미지에 비해 내실이 소홀한 감이 없지 않다.

우리에게 꽃은 향기를 낼 때 가장 아름답다. 그렇기에 꽃은 제대로 된 향기를 내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우리대학교도 타이탄아룸이 아닌 향기나는 꽃을 피우기 위해, 그동안 규모나 이미지에 치중했던 시선을 돌려 내실다지기에 힘을 쏟을 때다.

/기획취재부 이혜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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