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회 쌈지사운드 페스티벌- 락음악을 사랑하는 3만명의 함성이 만들어낸 가슴 벅차오르는 순간들

음악은 멈추지 않았다. 관객들의 열기도 음악이 연주되는 동안 멈출 생각을 하지 않았다. 10월의 가을 하늘은 축제에 축복의 헌사라도 하듯 한없이 투명에 가까운 블루였다. 무대에서 밴드가 노래하는 동안 3만여명의 젊은이들은 끓어오르는 흥분을 이기지 못하고 점핑과 슬램(락 공연에서 서로 몸을 부딪치는 행위)을 반복하며 흥을 돋웠다. 이 날, 이 곳에 모인 모두가 축제의 주체였고 그들은 축제를 진정으로 즐길 줄 아는 사람들이었다.

쌈사페, 그것이 알고 싶다

올해로 6회를 맞는 쌈지사운드페스티벌(아래 쌈사페)이 지난 2일 성균관대학교 대운동장과 금잔디광장에서 열렸다. 지방에서 열리는 다른 락 페스티벌이 관객들을 많이 모으지 못하고 몇 회 못가서 폐지되는 반면, 쌈사페는 국내에서 최고의 권위를 자랑하는 락 페스티벌로 자리매김했다. 이처럼 한국의 대표적인 락 페스티벌로 발돋움한 쌈사페는 지난 1999년에 열린 1회부터 3회까지가 우리대학교 노천극장에서 열렸을 정도로 우리대학교와도 깊은 인연을 맺고 있다. “지루한 일상에 젖어 있다 보면 이런 축제가 반가울 수밖에 없다”며, “하루종일 서있었지만 별로 피곤한 것도 모르겠다”는 서강대 이희경군(경영·2)의 말처럼 쌈사페는 락 음악을 즐기는 이들에게 일종의 ‘해방구’와도 같다. 또한 쌈사페는 ‘숨은고수’라는 제도를 통해 대중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밴드를 소개하기도 하는데 이는 신인 밴드들의 등용문 역할을 하고 있다. 이러한 숨은고수들이 주로 초반에 등장하고, 축제가 무르익을수록 이미 대중들에게 알려진 ‘무림고수’들의 공연을 이어지는 것이 쌈사페의 기본적인 틀이다. 그러나 올해 쌈사페에서는 락 이외의 장르의 음악도 아우르기 위해 처음으로 무대를 ‘쌈지터’와 ‘파란터’로 양분, 공연을 진행시켰다. 그 어느 때보다 관객들의 흥분지수가 높았던 이번 쌈사페에서는 과연 어떤 진풍경들이 벌어졌을까.

지난 2일 낮 2시 쌈지터. 숨은고수들이 무대에 오르면서 쌈사페의 시작을 알렸다. 매년 숨은고수를 통해 실력있는 밴드가 대중들에게 알려진 것처럼 올해도 ‘할로우 잰(hollow jan)’, ‘리페어샵(repair shop)’ 등이 멋진 무대매너를 선보이며 관객들의 시선을 끌었다. 숨은고수들의 공연 중간에 등장해 신나는 펑크(punk)를 들려준 ‘레이지본(lazy bone)’은 “인기가수들이 나올 때만 함성을 지르지 말고 숨은고수 후배들에게도 많은 박수를 보내달라”고 말해 관객들에게 큰 호응을 얻었다. 이어 낮 4시부터는 ‘포츈쿠키(fortune cookie)’의 음악이 파란터 무대의 시작을 알렸다. ‘포츈쿠키’는 콘트라베이스와 퍼커션을 들고 나와 락밴드가 주를 이루는 쌈사페에 색다른 양념 같은 역할을 했다. 그들의 공연이 끝난 후 이상은, 모던락 밴드 ‘마이 언트 메리(my aunt mary)’로 순서가 이어지면서 축제의 분위기가 점점 고조됐다. 저녁 6시가 다가오자 ‘불독맨션(bulldog mansion)’, ‘자우림’ 등의 공연이 예정돼 있는 쌈지터로 사람들의 마음이 옮겨갔다. 이제 해는 뉘엿뉘엿 서쪽 하늘로 기울고 무대 위에는 ‘불독맨션’이 등장했다. ‘불독맨션’의 리더 이한철은 쌈지터가 많은 사람들로 혼잡해지자 “조금만 뒤로 물러서면 오늘 더 재미있게 해주겠다”는 말을 애교 섞인 어투로 표현해 순식간에 축제를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그들이 연주하는 라틴 리듬에 몸을 맡긴 채 흥겹게 춤을 추다 보니 어느새 저녁의 어스름이 쌈지터를 엄습해왔다.

밤이 되자 3만여명의 사람들이 대운동장과 금잔디 광장을 가득 메웠다. 쌈사페의 열기도 모인 사람만큼이나 급격한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었다. 그 열기를 이어받은 가수 인순이는 “오늘 출연자 중 내가 제일 연장자이지만 나보다 더 젊게 노래를 부를 수 있는 사람 있으면 나와보라”고 자신있게 외쳐 관객들에게 큰 박수를 받았다. 인순이와 조PD의 공연이 이어진 후, 이제는 인디밴드의 맏형이 돼버린 ‘언니네 이발관’이 무대에 올랐다. 서정적인 노랫말과 아름다운 선율이 담긴 그들의 노래가 쌈지터의 밤하늘을 수놓았고, 시계바늘은 벌써 밤 8시를 가리키며 축제의 절정이 다가오고 있음을 알렸다. 같은 시각 파란터에서 ‘크래쉬(crash)’의 공연을 보며 슬램에 열중하던 아주대 김대형군(경영·1)은 “지금까지 격렬하게 몸을 움직일 만한 음악을 연주한 밴드가 별로 나오지 않아서 그런지 오늘따라 크래쉬가 더 반갑게 느껴진다”고 말했다. ‘크래쉬’의 공연을 끝으로 파란터의 공연은 모두 막을 내렸고 파란터에 있던 관객들은 다시 쌈지터로 자리를 옮겨야 했다.

밤 9시 30분, 무대에 오른 ‘스키조(schiz o)’는 관객들이 차가운 밤공기를 전혀 느끼지 못할 정도의 정열적인 연주를 들려줬다. 이어 무대에 오른 ‘피아’ 역시 소위 ‘달릴 수 있는’ 음악으로 관객들의 심장 박동 수를 빠르게 만들었다. “스탠딩 공연으로 다리가 아프긴 했지만 거친 기타 소리를 듣기만 하면 저절로 힘이 났다”는 중앙대 이정현양(신방·2)의 말은 이 날의 뜨거운 열기를 잘 설명해준다. 밤 10시를 훌쩍 넘긴 시간, 이번 축제의 마지막 순서인 가수 이승환의 노래가 대운동장에 울려퍼졌다. 그는 “쌈사페야 말로 열악한 환경 속에서 음악을 해온 후배들이 마음껏 노래할 큰 무대를 제공하는 바람직한 축제”라는 말로 약 9시간 동안 계속된 쌈사페에 마침표를 찍었다.

죽도록 사랑하자!

매년 10월 초에 펼쳐지는 열광의 축제에는 락음악을 죽도록 사랑하는 사람들이 모인다. 무대 위에서 연주를 하는 사람과 그들을 바라보며 환호하는 관객 모두 축제의 주인공이고 동반자다. 비록 축제는 끝났지만 그들은 1년 후 다시 쌈사페의 현장에 모여 작년과는 또 다른 음악축제를 만들어낼 것이다. 지루한 일상에서 벗어나 그들과 함께 의미있는 일탈을 즐기고 싶다면 한번쯤 젊음의 열기가 빛나는 쌈사페를 직접 느껴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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