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국인 - 지난 1982년 우리대학교 의과대를 졸업하고 현재 우리대학교 소아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최근에 난치성 신경계질환에 대한 유전자 및 세포 치료에 있어서 신경줄기세포를 이용하고자 하는 관심이 커지고 있다. 신경줄기세포의 치료적 가능성을 요약하면, 먼저 본 세포는 배양접시에서 쉽게 치료에 필요한 유전자를 세포에 전달할 수 있고, 간편하고 안전한 방법으로 뇌 혹은 척수 부위에 이식이 가능하며, 이식 후 전체 중추신경계에 생착 및 통합된다. 또한 외부에서 주입한 유전자를 직접적, 지속적, 그리고 조절되는 양상으로 분비할 수 있다. 그리고 손상된 신경계에 본 세포를 이식 시 전체 신경계에 통합돼 미세환경신호를 받아 구조학적 및 기능적으로 적절한 신경세포로 분화해 기능부전을 보이거나 사망한 신경세포를 대체하고, 손상된 신경망을 재건해 중추신경계를 재생케 하는 가능성을 보인다.

 

그리고 중추신경계 이식 시 전체 신경계에 걸쳐 광범위하게 이주(migration)하므로 국소성(focal)뿐만 아니라 전신성 신경계질환에 있어서도 손상된 신경세포, 모자라는 효소 및 신경영양인자 등 치료에 유용한 다양한 물질을 제공할 수 있다. 줄기세포를 이용해 유전자치료를 할 경우 기본적으로 유전자의 발현이 신경계에 국한되므로 유전자치료에 따른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다. 줄기세포를 퇴행성 신경질환 동물모델에 이식하면 신경병소에서 발현되는 여러 신호에 반응해 손상된 부위에 확고히 생착하고, 신경손상 부위로 특이적으로 이주하며, 적절한 신경세포로 분화해 손상된 신경세포를 대체 및 재생함을 보인다. 또 최근 조직공학의 발달로 개발되는 다양한 고분자화합물과 신경줄기세포를 공동 배양할 경우 신경세포뿐만 아니라 신경조직의 재생을 유도할 수 있다.

최근에 진행되고 있는 다양한 연구활동

현재 필자를 위시한 신경과학자들은 상기와 같은 특징을 보이는 동물 및 인간의 신경줄기세포를 배양하고 있다. 또한 치료적 유용성을 확인하기 위해 유전학적, 발달학적, 혹은 후천성으로 퇴행성 신경손상을 보이는 다양한 동물모델을 이용해 신경줄기세포의 효과적 이식법을 개발하고, 본 세포를 통한 세포 및 유전자 치료가 손상된 신경계의 구조적 및 기능적 재생을 유도하는지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선천적으로 대사장애질환 동물모델에서 부족한 효소의 유전자를 신경줄기세포에 집어넣고 뇌 이식하면, 전체 신경계에 세포가 이주 및 생착해 부족한 효소를 효과적으로 제공해 신경손상이 호전됨이 보고됐다. 그리고 유전성으로 소뇌가 잘 형성되지 못한 동물모델에 신경줄기세포를 이식하면, 이식된 세포는 소뇌의 부족한 신경세포로 분화해 형성부전을 보이는 신경세포를 재구성했다.

또한 신경세포의 축삭돌기(axons)를 둘러싸고 있는 수초(myelin)가 잘 형성되지 못해 경련을 일으키는 동물모델에 신경줄기세포를 이식하면, 수초를 만드는 신경세포로 분화하고 수초를 제공해 경련이 호전됨을 보여, 신경줄기세포를 이용해 선천성 신경발달학적 및 퇴행성 신경질환의 치료에 적용할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했다. 신경줄기세포는 후천성 퇴행성 신경질환의 치료에도 유용될 수 있다. 높은 사망률과 간질, 학습장애, 정박아, 뇌성마비 등의 중증의 신경학적 후유증을 남기며, 공중보건학적 차원에서 심각한 경제적 및 사회적 손실을 야기하는 대표적인 신경질환의 하나인 저산소성 허혈성 뇌손상 동물모델에 신경줄기세포를 이식하면, 뇌손상 부위로 특이적으로 세포가 이동하고, 뇌 손상 부위와 주변의 대뇌피질 부위에 이식된 세포가 확고히 생착 및 통합되며(그림 참조), 신경원 및 교세포로 분화해 손상된 신경세포를 대체 및 재생함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리고 신경줄기세포에 다양한 신경영양인자의 유전자를 과발현해 뇌 손상 부위에 이식하면, 이식된 줄기세포의 신경세포로의 분화가 촉진되고, 손상된 숙주 신경세포의 생존과 성장을 도와주는 신경영양인자를 함께 분비해, 한 번의 줄기세포 뇌 이식을 통해 효과적인 세포 및 유전자치료가 함께 가능함이 확인됐다.

척수손상에도 확인된 치료적 유용성

신경손상에 대한 신경줄기세포의 치료적 유용성은 뇌 손상인 경우에만 국한되지 않고, 척수손상인 경우에도 확인되고 있다. 좌상성(contussive) 척수손상을 성체 쥐에서 유발한 후 인간 신경줄기세포를 이식한 결과 역시 이식세포의 확고한 생착 및 이주, 손상된 척수 신경세포로의 분화, 손상된 척수신경의 축삭돌기를 다시 복원시키며, 마비된 뒷발에 대한 전기생리 및 운동기능검사에서의 호전 등이 확인됐다. 최근에는 합성 고분자화합물과 신경줄기세포를 함께 배양해 저산소성 허혈성 뇌손상 및 척수손상 동물모델에 이식한 결과, 이식된 세포가 손상된 신경세포를 대체 및 재생시킬 뿐만 아니라 손상된 신경 연결망 재건도 촉진됨이 관찰됐다. 또한 척수손상 부위에 이식한 경우는 역시 운동기능의 개선을 보였다. 그 외 다양한 난치성 신경계질환의 치료를 위해 신경줄기세포를 이용하고자 하는 연구가 진행되고 있는데 파킨슨씨 질환, 알쯔하이머씨 질환, 뇌종양, 난치성 간질, 운동신경질환 및 헌팅톤씨 질환 등을 대상으로 현재 동물실험 및 일부 임상시험이 진행되고 있다.

결론적으로, 21세기 생명과학 시대를 맞이해 현재 생명과학적 측면에서뿐만 아니라 보건 의학적 및 산업 경제적 측면에서 첨단 분야 중 하나는 인간줄기세포를 이용한 인간 발달 및 세포분화 연구와 난치성 질환에 있어서 줄기세포를 이용한 세포 및 유전자 치료법의 개발이다. 특히 인간 중추신경계는 출생 후에는 더 이상 새로운 신경원세포가 만들어지지 않으며 한번 손상된 신경세포는 재생되지 않는다고 알려져 있으나, 최근에 신경줄기세포가 인간을 포함한 포유동물의 태아뿐만 아니라 성체의 중추신경계에서도 계속 존재함이 밝혀지고 있다. 신경줄기세포로부터 새로운 신경세포가 일생을 통해 계속 생성되며, 배아줄기세포처럼 분화의 유연성이 확인됨에 따라 신경줄기세포가 특이 신경세포로 분화하는 기전을 규명하고, 난치성 신경계질환에 있어서 본 세포를 이용한 세포 및 유전자치료의 개발은 현재까지 특별한 치료방법이 없는 신경계질환 치료에 핵심적인 기술이다. 이는 21세기 생명과학시대의 핵인 신경과학 분야에 있어서 치료법 개발 사업의 근간이 될 수 있을 것이다.

/ 소아과 박국인 교수

저작권자 © 연세춘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