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주캠 학생식당 보도 그 후

학생식당 ‘주영’의 위생상태 불량은 어제오늘만의 일이 아니다. 학생들은 방송을 통해 위생 불량을 지적받은 부끄러운 사건이 발생하자 이미 예고돼왔던 일이 외부에 공개적으로 드러난 것에 불과하다는 의견을 보이고 있다.


지난 학기 「연세춘추」를 포함한 언론 3사가 함께 한 ‘학생식당의 환경 개선’ 좌담에서 주영은 인근 타대학의 2배에 가까운 입찰 보증금과 임대료, 낮은 식비로 재정적 어려움이 따라 위생 관리가 어렵다고 얘기한 바 있다. 장마철 누수 발생 등의 낙후한 시설 역시 위생 관리의 어려움의 또다른 이유로 꼽았다. 이와 같이 문제점이 드러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무책임하게 방치해, 결국 학교 이미지 실추는 물론 다수의 연세인들에게 씻을 수 없는 불신의 상처를 남겼다. 


이번 사건에 대해 학생식당 운영 업체인 주영의 유정희 점장은 “일이 이렇게 돼 안타깝고 학생들에게 매우 송구스럽다”며, “최악의 조건에서 최선의 노력을 다했지만 워낙 낙후한 시설 때문에 위생 관리하는 데 무척 힘들었다”고 토로했다. 또한 “그동안 여러 차례 학교에 보수를 요구하는 공문을 보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며 자신들의 억울함을 피력하는 동시에 학교의 무성의함을 탓했다. 이에 시설관리부 류달석 부장은 “보통 일주일 이상이 소요되는 보수 공사를 위한 시간적 여유가 부족해 공사를 미뤄왔다”며, “학생회관 증축 공사 기간 중 함께 보수하려고 했다”고 해명했다. 이어 “식약청으로부터 지적받은 대부분의 사항은 청소를 제대로 하지 않은 주영의 잘못이며 우리가 해줄 수 있는 것은 시설 보수뿐”이라며 주영의 책임 회피에 불쾌감을 드러냈다. 이렇듯 주영과 학교측은 학생들에게 공식적인 사과문을 밝히지 않은 채 서로에게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 이번 사건은 학교와 주영뿐만 아니라 학생들의 복지 향상에 힘써야 할 학생복지처와 학생회도 그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그 책임이 있다.


현재 식당 업체는 변명하기에, 학교측은 책임회피에 급급하고 학생회는 학생들의 분노에도 제대로 대응을 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보다 못한 일반 학생들이 발벗고 나섰다. 학생식당 사건에 대응하고자 지난 9월 23일 뜻있는 일반 학우들이 자치적으로 결성한 ‘좋은학교만들기 연세운동본부(준)(아래 좋은학교 운동본부)가 바로 그것이다. 좋은학교 운동본부는 지난 9월 23일 공개 사과와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학생들의 의견을 담은 4백여장의 서명서를 학생복지처에 전달했으며 현재 인터넷 카페를 개설해 학생들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


이번 사건 후 학생식당은 대대적인 보수 공사에 착수한 상태다. ▲식당 내 환한 조명 처리를 통한 이미지 전환 ▲식자재 창고 도색 ▲주방 바닥 타일 및 천정 교체 등 조리실을 전반적으로 개·보수하고 있다. 또한 청소 용역 업체를 지원해 환기구 청소 및 곰팡이와 찌든 때를 제거하는 등 대대적인 보수 공사를 거쳐 다음주 재개장할 예정이다. 총무처는 학생식당의 이미지 제고를 위해 재개장 때 무료급식을 실시하고 각 부처장 및 학생들이 함께 식사하는 행사를 계획하고 있다.


한편 학생회는 10월 중순에 교수 3명, 직원 3명, 학생 3명으로 이뤄진 ‘복지업체공동관리위원회’를 구성하고 학교측과 학생식당 운영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다. 학생회는 이 때 제시할 학생식당 운영 방안으로 ▲학생식당과 자판기 공동 운영 ▲생협 입점 ▲학생 직영 등의 다양한 대안을 모색 중에 있다. 특히 현재 기획처와 위생 문제의 해결점이 될 수 있는 임대료의 인하를 고려하고 있어 논의가 어떻게 진행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주영과의 계약이 오는 2005년 1월 31일자로 만료됨에 따라 학교측은 오는 12월 말 학관식당 입찰을 앞두고 있다. 학교와 학생회는 제 2의 주영이 나오지 않도록 입찰 조건에서부터 위생 감시 등에 이르기까지 개선안을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 이러한 준비 과정으로 입찰 조건 완화와 학생식당의 가장 효율적인 운영안이 제시돼 이번 사건이 보다 나은 학생식당으로 발전하는 전화위복의 기회가 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최하나 기자 shiro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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