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계를 위협하고 인간으로서의 기본적인 권리와 존엄성을 파괴하며 건전한 가치와 상식을 무너뜨리는 부당한 차별은 우리 사회가 결코 용인해서는 안 되는 공공의 적입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아래 민주노총), 한국노동조합총연맹(아래 한국노총), 참여연대 등 32개 시민사회단체는 지난 13일부터 19일까지 7일간 ‘차별없는 세상만들기 전국걷기대행진(아래 대행진)’ 행사를 가졌다. 이번 대행진은 우리 사회에 만연한 차별을 쟁점화하고 차별철폐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제고하며 정기국회에서 관련 법안들이 통과되도록 촉구하기 위한 행사였다. 행사는 여성, 장애인, 비정규직, 이주노동자, 빈곤·실업이라는 각 영역별 주제를 중심으로 서울과 전국 주요 도시에서 동시에 진행됐다. 민주노총 미조직비정규사업실 주진우 실장은 “우리사회에는 아직도 여성, 장애인, 비정규직, 이주노동자에 대한 차별이 매우 심각하다”며, “빈곤과 실업은 이러한 차별의 결과”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번 행사는 여러 시민사회단체의 연대를 통해 차별에 반대하는 사회적 힘을 모으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13일 대행진 선포 기자회견을 시작으로 14일부터 18일까지는 매일 한 가지씩의 주제에 대한 부문별 행사가 진행됐다. 이 기간 동안 참가자들은 각 분야에 있어 상징적·역사적인 장소를 거치며 가두행진을 벌였다. 또 서울 시내 곳곳에서 문화제 및 사진전 개최, 열사 추모제 진행, 시민들과 공동그림 제작 등 다양한 문화행사도 함께 진행했다. 부산, 대전, 광주를 비롯한 전국 여러 도시에서도 걷기행진과 집회가 열렸다. 19일에는 모든 단체가 함께 참가해 ‘차별철폐한마당’을 벌이고 일주일간의 일정을 마무리지었다. 특히 이 날은 줄다리기, 소원박 터트리기, 인간띠잇기 등의 난장이 펼쳐졌다.

 

대행진 참가자들은 각각 다른 분야에서 차별철폐를 위해 노력해온 사람들이지만, 공통적으로 우리 사회에 아직도 심각한 차별을 지적하며 인식 전환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한국발전산업노동조합 권기식 대외협력실장은 “비정규직이라는 이유만으로 더 힘든 일을 하면서도 절반에 가까운 연봉을 받는 현실을 당연하게 받아들여서는 안된다”며 차별에 대한 무관심과 무감각을 지적했다. 또 장애인이동권쟁취를위한연대회의 박영희 공동대표는 “이제 장애인 인권 문제가 장애인들만의 문제라는 인식을 전환해 모든 다른 종류의 차별과 함께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대행진은 직접적인 요구 사항을 내세우기보다는 시민들의 인식을 제고하기 위한 행사이며 서로 다른 영역의 사회단체들이 연대해 모든 종류의 차별을 함께 고민할 것을 촉구했다는 점에서 그 의의가 결코 작지 않다. 이에 대해 주실장은 “각 영역의 차별은 별개의 것이 아니다”며, “이번 대행진은 약자의 삶을 파괴하는 차별에 대해 관심을 갖고 함께 고민하기 위한 첫걸음이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또한 이번 행사는 평화적 행진과 참여형 행사를 통해 시민들에게 다가서는 새로운 시위문화를 보여줬다는 것도 눈여겨 볼 점이다.

 

‘차별 없는 세상, 평등한 사회, 더불어 우리’라는 슬로건을 외치며 내딛는 많은 이들의 걸음걸음에서 차별당하는 이들의 아픔과 함께 모두가 더불어 살아가는 사회에 대한 희망과 의지도 볼 수 있었다.

 

        /박어영 기자 02po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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