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의 연세인은 명문사학의 무임승차자로 머물러선 안된다"

▲매년 이맘 때 연세인의 자랑스러운 축제 연고제는 막이 오르고 연세인은 뜨거운 자부심으로 이 가을을 새파랗게 물들인다. “기차놀이를 할 때만큼은 연세인이라는 사실이 너무 자랑스럽다”는 한 연세인의 말처럼 해마다 연고제가 되면 그야말로 ‘프라이드 오브 연세’가 제대로 실현되는 듯하다. 그러나 다른 한켠에서는 연고대만의 축제가 학벌주의를 조장한다는 비판을 어김없이 쏟아 놓고 있다.

▲“연고제와 아카라카를 부러워하는 이는 서울대 학생들밖에 없다”고 혹자가 말했듯, 소위 대한민국 명문사학 연고대의 축제는 타인의 시각에는 단순 ‘축제’ 이상의 의미로 보여지는 듯하다. 소위 명문사학이라고 일컬어지는 연고대의 축제는 왜 다른 이들의 눈엣가시로만 머무는가. 연고제가 다른 이들의 곁에서 초래하는 불편함, 위화감은 둘째치고라도 그들의 의식전반에는 두 명문사학을 바라보는 ‘불신’의 그림자가 무엇보다 깊게 드리워져 있다.

축제에서 소외된 이들의 눈에는 연고제의 행위들이 ‘명문대생들이 자신들의 이익만을 위해 뭉치려고 하는 행위’로 비쳐질 뿐이다. 라이벌을 정해두고 내부집단의 소속감을 더욱 공고히 하려는 연례행사.

▲우리사회의 명문사학은 자신들의 기득권 놓치지 않는 것에만 바쁠 뿐 진정한 대학으로서의 올바른 자세는 간과하고 있다. 우리의 소위 명문사학은 유구한 전통을 자랑하는 이름있는 대학으로만 머물기 이전에 ‘좋은 대학’으로서의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실제로 ‘좋은 대학’은 우수한 교육을 제공하고 그 교육을 통해 최종적으로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인력을 길러낼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우리 곁 대학의 출신들은 사회 전반에 받은만큼 기여하지 못하고 있다. 우리사회의 명문사학은 단지 성적이 좋은 학생들을 대량 양산해 내고 있을 뿐이다.

▲프랑스의 고등전문대학교인 그랑제꼴은 평준화된 일반대학과는 달리 차별화된 교육방식을 채택, 자타공인 프랑스 최고 명문으로 자리잡고 있다. 그랑제꼴은 명문에 걸맞는 학력과 업적을 자랑하지만 그에서 우리 사회에서와 같은 명문사학들에 의해 형성되는 파벌의식은 찾아보기 힘들다. 오히려 그 곳의 출신들은 사회적 대우에 상응하는 엄청난 책무를 수행하기에 바쁘다. 이러한 행동과 의식들이 그랑제꼴을 ‘좋은 대학’ 그 자체로서 인정받게 하고 있다.

▲지성인이 되고자 연세인이 된 우리는 명문대생이라는 사회적 인식 속에 능력 이상의 혜택을 받으며 우쭐해 할지 모른다. 그리고 자신도 모르는 사이 자부심을 넘어선 자만심에 젖어가기도 한다. 그러나 우리는 사회의 배려 속에 배움의 특혜를 누리며 명문사학이라는 이름에 어느정도 가산점을 얻고 있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이제 연세인은 명문사학에 무임승차할 것이 아니라 명문다운 명예를 실천하기 위해 진지한 고민을 해야 한다.

사회에 대한 공헌과 희생이 밑바탕돼야할 ‘명예로운 연세인’은 우리에게 짐지워진 과제이며 이로부터 이룩되는 좋은 대학은 우리들의 축제를 진정 자랑스러운 ‘축제’로 거듭나게 할 것이다. 즐거운 축제 속 파란을 일으킴과 동시에 사회 속 긍정적 파란을 일으키는 인정받는 ‘연세 자부심’이 비로소 실현될 수 있도록.

/김성원 사진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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