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학년인 Y는 요즘 고등학교 때가 더 그립다. 그때는 학교에서 짜준 시간표대로 그저 공부만 하면 되었는데 지금은 스스로 모든 일을 알아서 해야 되는 것이다. 수강신청 과목을 선택한다든가 동아리에 가입한다든가, 선택한다는 게 이렇게 곤혹스러운 일인지 처음 느꼈다. 자신이 뭘 좋아하는지, 무엇을 하면서 살고 싶은지 잘 모른다는 생각과 함께 자신에 대해 너무 모르고 있었다는 자각이 든 것이다.

S는 요즘 학교 생활이 즐겁지 않고 외로움을 많이 느낀다. 주변의 친구들은 공부 잘 하는 것은 기본이고, 대인관계도 잘 맺고 있는데 그는 사람들과 친해지는 것이 무척 어렵게 느껴졌다. 만나서 ‘안녕’ 하고 인사하고 나면 그 다음부터는 할 말이 없고, 자기 내면의 이야기를 하게 되면 사람들이 자신을 싫어하게 될 거라는 두려움이 있어서 자기 이야기를 할 수 없다.

2번의 학사경고를 받은 K는 고등학교 때까지는 세상에서 제일 쉬운 게 공부라고 생각했었는데, 자신의 성적표가 도저히 믿어지지 않았다. 3번째 학사경고를 받으면 학교를 떠나야 할 상황이 될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니 벼랑 앞에 선 느낌이 들었다.

위의 세 학생들과 비슷한 고민을 갖고 있는 연세인이 있다면 백양관 4층에 있는 상담센터의 문을 두드리라고 권하고 싶다. 에릭슨은 청소년기의 가장 중요한 발달과업이 자아정체감 형성이라고 했는데 우리나라의 현실에서는 이것이 대학 입학 이후로 지연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대학에 입학한 후 학문 연마뿐 아니라 지체된 자아정체감 형성과 더불어 직업 및 진로 준비를 해야 한다. ‘나는 누구인가? 나는 무엇을 좋아하는가? 어떻게 살 것인가? 무엇을 하며 살것인가?’에 대한 생각이 확고하지 않기 때문에 진로에 대해 혼란을 느끼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대부분의 연세인들은 주위 친구들이나 동료, 선배, 교수님의 도움으로 자신의 길을 잘 찾아가고 있지만, 아직도 자신만의 고민을 안고 힘들어 하는 분들이 있다면 마음의 문을 열고 삶을 나누시기 바란다. 연세에서의 삶이 더욱 풍요로워질 것이라 확신한다. 지난 여름 내내 찜통 더위에 허덕이면서 우리는 9월의 연세 백양로를 기다렸는지도 모른다. 자신이 어디를 가는지? 얼마를 가야 하는지? 세월의 종이 돼 끌려 다니지 말고 연세인의 부가가치로 세월의 물살을 힘차게 거슬려 올라가는 승리의 삶을 사시기 바란다.

/ 연세상담센터 유영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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