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여당은 경제회생의 방안으로 재정지출과 감세정책의 병행을 제시했다. 얼마 전의 콜금리 인하에 이어 재정적자의 확대를 감수하더라도 적극적으로 경기를 부양하겠다는 것이다. 내수회복의 기미는 보이지 않고 경제를 지탱해오던 수출 호조세마저 둔화되는 상황에서 그 동안 정부의 낙관론은 지나친 것이었다. 경제위기에 대한 경고를 반정부적인 태도로 호도했던 태도도 시장주체들의 불안감을 증폭시키는 한 요인이었다. 그러나 이제라도 현실 경제의 어려움을 인식하고 적극적인 해법을 찾아 나섰다는 점은 다행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감세정책이 얼마나 실효를 거둘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감세정책을 통해 가계의 가처분 소득이 늘어나면 가계소비가 증가해 내수회복의 불씨가 될 것이지만, 가계소득의 25%이상을 채무상환에 사용하고 물가도 지속적으로 상승함을 감안할 때 증가된 가계소득이 소비를 증가시킬 여력은 없어 보인다. 또한 저금리에도 불구, 저축을 통한 현금보유를 늘리고 있는 실정임을 감안하면 감세정책을 통한 소비증대 효과는 그리 크지 않을 것이다.

 무엇보다 감세정책을 통해 일시적으로 소비가 회복된다 하더라도 가계부문의 채무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없다는 점에서 한계가 있다. 오히려 재정적자가 지나치게 증가해 재정의 건전성만 해치게 될 수 있다. 소득세율을 1% 인하할 경우 세수 감소액은 한 해 1조원에 이른다. 이미 시행되고 있는 세액 감면액이 지난 2003년 기준 16조원으로 전체 국세의 13.6%에 이르고 있는 상황에서 추가적인 감세정책을 통한 소비 진작은 득보다 실이 더 많다.

 신용불량자, 높은 실업률 등의 문제로 민간소비를 즉각적으로 활성화시키는 것은 어려워보인다. 내수회복을 위해서는 기업의 투자심리 회복을 유도해 침체의 늪에서 벗어나는 동력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실질금리가 마이너스에 가까움에도 투자가 살아나지 않는 것은 금리 이외의 다른 요인들이 기업의 투자의욕을 막고 있음을 보여준다. 지나치게 높은 명목임금과 노사갈등은 우리 경제의 고질적인 병폐이며 정부의 주먹구구식 규제와 형평 우선의 경제정책은 기업의 신규투자를 막고 생산설비를 해외로 이전하게 하고 있다.

 경제가 원활히 운영되기 위해서는 재정지출 확대, 감세 등 적절한 정책도 필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경제주체들이 경제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하는 것이다. 많은 기업들이 '기업하기 어려운 환경'에 좌절하며 대한민국을 떠나고 있다. 경제의 원활한 운용을 통해 민생을 돌보는 것이 정부의 시급한 과제임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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