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들의 지갑 두께를 좌우하는 학생식당의 밥값이 인상됐다. 지난 8월 1일을 기점으로 맛나샘은 기존 1천5백∼1천7백원에서 1천7백∼2천원으로, 고를샘은 2천2백원에서 2천2백∼2천6백원으로 각각 가격을 인상했다.

 

“부르주아 학교에 부르주아 식당?” 우리대학교에 온 타대생이 비교적 높은 학생식당의 가격을 보고 농담처럼 던지는 말이다. 가격이 높은 것은 우리대학교 생협이 학생식당을 외부 업체에 위탁 운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가격 인상도 지난 6월 30일 생활협동조합(아래 생협)과 LG아워홈의 재계약 과정에서 결정됐다. 대학 생협의 대부분은 학생식당을 외부업체에 맡긴다. 생협 김민우 과장은 “직영하면 자체 창고 등 시설 비용이 많이 들어 적자 운영을 면하기 어렵다”고 직영의 현실적 어려움을 밝혔다. 그러나 한국외국어대가 서점과 매점의 이윤을 학생식당에 재투자해 가격을 낮춘 사례에서 보이듯 학생복지차원에서 학생식당을 직영하는 대학도 있다. 타대학과 비교해 높은 우리대학교 식당의 가격을 생각해 볼 때 학교 측의 학생복지차원 배려가 아쉽다. 더불어 가격 인상 과정의 절차에서 생협은 몇 가지 문제점을 드러내 연세인들의 불만을 샀다. 

 

가격 인상과정에서 가장 먼저 지적된 문제점은 생협이 학생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에 소홀했다는 것이다. 총학생회장 배진우군(수학·휴학)은 “생협이 재계약을 앞두고 총학과 중운위에 어떤 통보도 하지 않았다”고 불만을 제기했다. 이에 김과장은 “학생복지위원회(아래 학복위)와 공동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해 학생들의 의견을 반영했으며, 가격 인상도 설문 결과를 바탕으로 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아울러 “총학과 학복위가 실시할 설문의 결과를 바탕으로 문제점을 개선해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설문 규모나 시행 일자 등은 결정되지 않았다”는 배군의 말에서 드러나듯 총학과 학복위의 세부 기획이 미정 상태라, 학생들의 의견이 얼마나 반영될 수 있을지 미지수다.

 

의견수렴 부족은 가격인상이 방학 중에 결정되면서 더욱 두드러졌다. 우리대학교 홈페이지 연세광장에는 ‘일부러 학생들의 발길이 뜸한 계절학기 종강과 2학기 개강사이에 밥값을 올린 것이 아니냐’는 글이 올라오는 등 불만의 목소리가 높다. 이에 김과장은 “장비와 설비 교체로 인한 준비기간 확보가 필요해 방학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고 해명했다.

 

학생들의 불만이 고조된 데에는 생협 측의 홍보 부족도 일조했다. 생협은 지난 7월을 홍보기간으로 삼고 생협 홈페이지와 「연세춘추」 방학호에 광고를 게재하는 등 홍보에 노력을 보였다. 그러나 “개강 후 맛나샘에서 학생카드로 계산하면서 밥값이 올랐다는 사실을 알았다”는 노윤경양(경영·2)의 말에서 알 수 있듯이, 방학 중 홍보는 등교하지 않는 학생들에게 무용지물이었다. 또한 홍보 내용도 가격인상의 경위에 대한 설명보다 단순 사실 알리기에 치중해 한계점을 드러냈다.

 

가격 인상 후 다양한 가격대가 사라진 것도 학생들의 불만 중 하나다. 이지용군(경제·2)은 “1천7백원이라도 학생식당치고는 비싼 편”이라며, “저렴한 가격대에 식사할 수 있는 기회를 잃었다”고 말했다. 실제로 타대학은 학생들에게 맛과 질을 선택할 수 있는 기회를 주기 위해 식당마다 가격을 달리하는데 비해 우리학교는 이번 가격 인상으로 식당별 가격차이가 축소돼 학생들의 선택의 폭이 줄었다.

 

물론 “5월에 실시한 설문에서 학생들이 가격보다는 맛을 중시하는 경향을 보였다”는 학복위 위원장 임진국군(상경·4)의 말처럼 가격이 다소 높아지더라도 질을 높이는 방향으로 개선하겠다는 생협과 학복위측의 입장이 틀린 것은 아니다. 그러나 생협과 학복위가 가격 인상 결정과 홍보 과정에서 보인 모습은 연세인들의 호응을 얻지 못했다. “학생들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수용해 문제점을 개선해 나가겠다”는 김과장의 말처럼 생협과 학복위가 학생들의 의견에 귀를 귀울여 연세인들에게 더욱 다가설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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